"새벽 거리서 모르는 여성 3명 연쇄 추행"… 집행유예 확정된 공무원, 즉시 '옷 벗었다'
"새벽 거리서 모르는 여성 3명 연쇄 추행"… 집행유예 확정된 공무원, 즉시 '옷 벗었다'
징역 2년·집유 3년 확정
전주시 공무원 사건의 전말과 '당연퇴직'의 법리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새벽 시간 거리에서 일면식도 없는 여성들을 연달아 추행한 공무원의 형량이 확정됐다. 보통 공무원이 비위를 저지르면 징계위원회가 열리고 해임이나 파면 여부를 다투는 과정을 거치지만, 이번 사건은 달랐다.
법원의 판결봉이 내려지는 순간, 그의 공무원 신분은 그 즉시 박탈됐다. 항소조차 포기하게 만든 법적 셈법과 그 결과가 불러온 '당연퇴직'의 무서운 효력을 분석했다.
새벽 거리의 무법자, 항소 포기로 혐의 인정하다
사건은 지난 3월 8일 새벽, 전북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의 한 번화가에서 발생했다. 전주시청 소속 공무원 A(32)씨는 술에 취해 거리를 배회하다가 마주친 여성들에게 접근했다. 그는 전혀 모르는 사이인 20대 초반 여성 3명을 잇달아 껴안거나 입을 맞추는 등 강제추행을 저질렀다.
범행의 대가는 무거웠다. 지난 19일, 1심 재판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인적이 드문 새벽에 젊은 여성들을 추행할 목적으로 접근해 죄질이 매우 무겁다"고 질타했다.
주목할 점은 A씨의 대응이었다. 형사재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는 결코 가벼운 처벌이 아님에도, A씨는 항소 마감 기한인 일주일 내에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았다.
검찰 역시 항소하지 않으면서 1심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A씨가 항소를 포기한 배경에는 '피해자들과의 합의'가 결정적이었다. 재판 과정에서 그는 피해자 대부분과 합의를 마쳤고, 재판부는 이를 양형에 반영해 실형 대신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 '집행유예'가 그의 공직 생명을 끊는 결정타가 되었다.
징계위원회는 필요 없다? '당연퇴직'의 강력한 효력
일반적으로 공무원이 범죄를 저지르면 징계위원회가 소집되어 감봉, 정직, 해임, 파면 등의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 하지만 A씨의 경우는 이 절차가 생략된다. 바로 '당연퇴직' 조항 때문이다.
지방공무원법 제61조는 공무원이 일정한 결격사유에 해당할 경우, 별도의 징계 처분 없이 법률상 당연히 퇴직 처리된다고 규정한다. 동법 제31조는 '성폭력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집행유예 포함)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경우'를 결격사유로 명시하고 있다.
법리적으로 당연퇴직은 행정청(전주시)의 해임 '처분'이 아니다. 결격사유가 발생한 시점, 즉 형이 확정된 2025년 11월 26일 자로 A씨의 공무원 신분은 법률상 자동 소멸한 것이다.
따라서 전주시가 A씨에게 보낼 퇴직 통보는 그를 해고하겠다는 의사표시가 아니라, "당신은 이미 법적으로 퇴직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관념의 통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A씨는 징계가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하거나 소청심사를 청구할 법적 자격조차 얻지 못한다.
실형 피하려던 '합의', 결국 직업 잃는 부메랑으로
이번 사건에서 가장 큰 딜레마는 '형량 줄이기'와 '신분 유지' 사이의 충돌이었다. 강제추행죄는 법정형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A씨 입장에서 실형을 면하기 위한 유일한 탈출구는 피해자들과의 합의였다.
양형 기준상 '처벌불원(피해자 합의)'은 특별감경요소로 작용한다. A씨가 피해자 대부분과 합의한 덕분에 법원은 실형 대신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하지만 공무원법상 성범죄로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만 받아도 퇴출 위기에 몰리는 상황에서, '금고 이상의 형(징역형의 집행유예)'은 더욱 확실한 퇴출 사유가 된다.
결국 A씨는 구속되어 감옥에 가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그 대가로 '공무원 신분 박탈'이라는 또 다른 무거운 책임을 지게 되었다. 이번 사건은 공무원 신분자가 성범죄에 연루되었을 때, 사법적 처벌 외에도 행정적으로 얼마나 엄격한 '무관용 원칙'이 적용되는지를 보여주는 명확한 사례로 남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