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고시는 문화재청 직무유기"…'왕릉뷰 아파트' 입주자들 주장, 법으로 따져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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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 고시는 문화재청 직무유기"…'왕릉뷰 아파트' 입주자들 주장, 법으로 따져보니

2021. 12. 17 16:17 작성
강선민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mea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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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장릉' 검단신도시 아파트 두고 갈등 계속

문화재청이 지자체 등에 관련 '고시' 일일이 알리지 않았으니 문제? 법으로 보면

김포 장릉 검단신도시를 두고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국가법령정보센터·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문화재보호법 위반 사실이 문제가 돼, 완공을 앞두고 공사가 중단됐던 '김포 장릉' 인근 검단신도시 아파트들. 최근 "다시 공사해도 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지만, 문화재청이 법원에 재항고할 뜻을 밝히면서 갈등이 계속될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공사가 중단됐던 한 아파트의 입주예정자들이 전·현직 문화재청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17일 고발했다. 문화재청이 지난 2017년 '김포 장릉' 인근에서 높이 20m(약 7층) 이상 건축물을 지으려면 심의를 받으라는 고시(告示)를 하면서, 이를 인천 서구청 등 관계기관에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문화재청고시 제2017-11호 중 '김포 장릉' 인근 건축행위에 관한 내용. /문화재보호법 위임행정규칙
문화재청고시 제2017-11호 중 '김포 장릉' 인근 건축행위에 관한 내용. /문화재보호법 위임행정규칙


현재 건설사나 관할 지자체도 아파트 입주예정자들과 동일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해당 고시 내용을 몰랐다"고 했고, 인천 서구청도 "문화재청이 고시 내용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해당 아파트 사업을 승인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문화재청이 관보(官報) 등에 일방적으로 고시했으니 문제라는 취지다. 이는 법적으로도 일리가 있는 주장일까? 로톡뉴스가 이 문제를 변호사들에게 물어봤더니 하나 같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주장"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알려주지 않아 몰랐다" 법으로 보면 통하기 어려운 주장, 왜?

법무법인 고원 수원 분사무소의 이지영 변호사는 "행정청이 정부에서 간행하는 관보를 통해 고시 내용을 알리는 건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방법"이라며 "법적으로는 이런 방식을 통해 고시가 이뤄졌으면, 그 자체로 내용을 충분히 전달한 효력이 있는 거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화재청 고시가 상위법인 문화재보호법에서 위임을 받은 이상, 단순한 '공지글'이 아니라 구속력이 있는 행정 법령으로 봐야 한다"며 "문화재청이 일일이 알려줘야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건설 공사를 수행하는 쪽에서 중요한 고시를 찾아봐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라고 봤다.


이어 "문화재청이 내놓은 고시는 법제처 법령정보센터 등을 통해서도 손쉽게 열람이 가능한 상태"라고 이지영 변호사는 말했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서 지정문화재의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에 관해선 구체적인 행위 기준을 정해 고시하게 돼 있다(제13조 제5항).


문화재청은 이 법에 근거해서, 지난 2017년 1월 '김포 장릉' 관련 고시를 내놨다. 해당 고시에는 건축물의 높이를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고, 고시 이후에 도시계획을 변경할 때 문화재청장과 사전에 협의해야 한다고 돼 있다.


법률 자문
'법무법인 고원 수원분사무소'의 이지영 변호사, '법률사무소 원탑'의 권재성 변호사. /로톡뉴스DB·로톡DB
'법무법인 고원 수원분사무소'의 이지영 변호사, '법률사무소 원탑'의 권재성 변호사. /로톡뉴스DB·로톡DB


고시가 있었는지 꼭 알아야만 효력이 있는 건 아니다

법률사무소 원탑의 권재성 변호사는 "해당 내용을 몰랐다"는 건설사나 인천 서구청 등이 주장과는 무관하게, 문화재청의 고시 효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봤다.


이어 권 변호사는 "행정처분에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이, 관련 고시나 공고가 있었다는 사실을 현실적으로 알았는지 여부는 무관하다고 본 판례가 있다"며 "법원은 행정기관의 고시에 효력이 발생하는 날, 이해관계자도 행정처분이 있음을 알았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이 지난 2017년 1월 내놓은 '김포 장릉' 관련 고시는 "관보 고시일에 기준을 시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같은 날 '대한민국 전자 관보'에는 관련 고시가 정상적으로 게재됐다.


따라서,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의 고발 조치에도 불구하고, 문화재청 측에 직무유기죄가 성립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권재성 변호사는 분석했다. 직무유기죄는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그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유기한 때 성립한다.

이 기사는 로톡뉴스의 윤리강령에 부합하는 사실 확인을 거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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