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먹으려 물 한 잔 부탁했는데 “사 드세요”…야박한 도넛 매장, 법적 책임은 누구에게?
약 먹으려 물 한 잔 부탁했는데 “사 드세요”…야박한 도넛 매장, 법적 책임은 누구에게?
식품위생법이 규제하는 건 위생뿐
제공 여부는 매장 마음대로가 맞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도넛과 커피를 돈 내고 주문한 손님이 약을 먹기 위해 정수기 물 한 잔을 부탁했다. 돌아온 대답은 “규정상 생수를 구매하셔야 합니다”라는 싸늘한 거절이었다. 그것도 500원짜리 일반 생수가 아닌 2,000원짜리 수입 생수뿐이었다.
최근 50대 주부 A씨가 겪은 이 씁쓸한 사연이 알려지며 온라인상에서는 “융통성 없이 너무 각박하다”는 동정론과 “매장 규정이니 어쩔 수 없다”는 옹호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감정적인 섭섭함을 넘어, 이 물 한 잔의 거절을 법의 잣대로 들여다보면 누구의 잘못이 가장 클까?
알바생은 무죄, 매매계약에 ‘물 무료 제공’은 없다
우선, 손님 A씨와 도넛 매장 사이에는 도넛과 커피에 대한 매매계약이 성립했다. 하지만 이 계약 내용에 물 무료 제공이 당연히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직원이 물 제공을 거절했다고 해서 곧바로 계약상 의무 위반이나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눈앞에서 약을 들고 있는 손님을 외면한 직원의 잘못일까? 법적으로 직원의 귀책사유는 거의 없다.
프랜차이즈 계약 특성상 가맹점은 본사가 정한 품질기준과 영업방식을 엄격히 따를 의무가 있다. 직원의 "규정이라 죄송하다"는 말은 본사 지침을 따른 것일 뿐, 개인의 일탈이나 가맹점의 독단적인 횡포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본사 방침, 야속하지만 법적으로는 '합법'
문제의 핵심인 프랜차이즈 본사로 화살을 돌려보자. 물을 유료로만 제공하도록 묶어둔 본사 영업방침은 과연 법에 어긋날까?
법적으로 본사의 귀책을 묻기는 어렵다. 흔한 오해와 달리, 현행 식품위생법에는 일반음식점이나 휴게음식점 등 식품접객업자가 손님에게 '무료로 음용수를 제공해야 한다'는 명시적 의무 조항이 단 한 줄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법이 규제하는 것은 식수의 제공 여부가 아니라 오직 위생(수질)이다. 즉, 손님에게 물을 내어줄 것이라면 수질검사에 합격한 안전한 물을 주라는 의미일 뿐이다.
해외처럼 식당이나 카페에서 물을 유료로 판매하는 것 자체는 우리나라에서도 법적으로 완벽한 합법의 영역이며, 정수기 제공을 막고 유료 생수만 팔게 한 프랜차이즈 본사의 방침 역시 얄밉지만 단순한 영업 전략으로 인정된다.
홧김에 손해배상 소송? 현실적인 법적 대응 방향은
결국 집에 돌아가서야 약을 먹어야 했던 A씨. 너무 괘씸한 마음에 매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아쉽게도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손해배상이 성립하려면 명확한 위법행위와 그로 인한 구체적인 피해(건강 악화 등)가 입증되어야 하는데, A씨가 귀가 후 무사히 약을 복용했기 때문에 즉각적이고 중대한 신체적·재산적 위해가 발생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괘씸죄로 구청이나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민원을 넣는 것은 어떨까? 이 역시 불가능하다. 앞서 살펴봤듯 물을 유료로 판매하는 행위 자체가 불법이 아니므로, 관할 관청은 이에 개입할 법적 근거가 없어 민원을 반려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