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내가 쓸 루이비통 리폼은 상표권 침해 아냐"…만약 리폼 후 중고로 되판다면?
대법 "내가 쓸 루이비통 리폼은 상표권 침해 아냐"…만약 리폼 후 중고로 되판다면?
대법원 '명품 리폼' 판결이 남긴 3가지 쟁점

루이비통 가방을 개인 사용 목적으로 리폼했다면 상표권 침해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연합뉴스
개인이 쓰려고 명품 가방을 리폼(수선)했다면 상표권 침해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중고 거래 등 실생활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린다.
루이비통 가방을 해체해 새로운 가방이나 지갑으로 만들더라도, 가방 소유자의 개인적 사용을 목적으로 했다면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26일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루이비통이 리폼업자 A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리폼업자에게 1500만 원 배상을 명령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리폼 제품이 거래 시장에 유통되지 않는 한 상표법상 상표의 사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하지만 대법원은 뼈있는 단서를 남겼다. "형식적으로는 소유자 요청에 따라 개인적으로 사용할 제품에 리폼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리폼업자가 제품을 자신의 상품처럼 생산·판매해 거래시장에서 유통되게 하거나 소유자가 거래시장에서 유통되게 할 목적으로 리폼을 요청했다면 상표권 침해가 될 수 있다"고 명시한 것이다.
이 판결을 바탕으로 실생활에서 벌어질 수 있는 3가지 법적 쟁점을 짚어봤다.
① 리폼 6개월 뒤 '당근마켓'에 팔았다면 침해일까
가장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내가 쓰겠다"며 리폼을 맡겼던 소유자가 6개월 뒤 마음이 바뀌어 중고 거래 플랫폼에 제품을 올린다면 누구 책임일까.
먼저 리폼업자는 상표권 침해 책임을 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리폼 당시 소유자의 개인적 사용 목적을 믿을 만한 합리적 이유가 있었고 실제로 소유자에게 반환했다면, 사후에 소유자가 임의로 판매한 것까지 리폼업자가 통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6개월이라는 시간적 간격은 당초 개인 사용 목적이 진정했음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정황 증거가 된다. 단기간 내에 팔았다면 애초부터 유통 목적이 있었다고 추정될 여지가 크지만, 상당 기간 사용 후 파는 것은 일반적인 중고거래 행태에 해당한다.
소유자 역시 리폼 의뢰 당시 진정으로 개인 사용 목적이었으나 사정 변경으로 판매하게 된 것이라면 상표권 침해로 보기 어렵다. 개인이 쓰던 물건을 중고 플랫폼에 일회성으로 처분하는 행위는 상표법이 금지하는 업으로서의 유통으로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다만 주의할 점은, 리폼을 거친 제품은 대법원 판례상 새로운 상품으로 간주되어 상표권 소진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중고 거래라도 의뢰 당시부터 판매를 목적으로 했거나, 반복적·계속적으로 리폼 제품을 내다 판다면 명백한 상표권 침해로 처벌받을 수 있다.
② 꼭꼭 숨긴 유통 목적, 입증 책임은 루이비통에 있나
사람의 속마음인 유통 목적을 증명하는 것은 누구의 몫일까.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르면, 이 입증 책임은 기본적으로 상표권자인 루이비통이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
하지만 실무적으로는 입증 책임이 단계적으로 분배될 것으로 보인다. 상표권 침해의 예외사유인 '개인적 사용'을 주장하는 리폼업자가 먼저 소유자로부터 요청받은 경위, 개인 사용에 적합한 수량, 상업적 거래가 아닌 서비스 대가였다는 점 등을 통해 이를 일단 입증할 필요가 있다.
리폼업자가 이를 증명해 내면, 다시 공은 상표권자(루이비통)에게 넘어간다. 루이비통 측은 리폼 직후 단기간 내 판매된 사실, 다수 제품이 일괄 판매된 사실 등 객관적 정황을 통해 실제로는 유통 목적이 있었음을 재입증해야만 한다. 선의의 리폼업자에게 사후 판매 책임까지 지우는 것은 형평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③ '팔려고 리폼' 의뢰한 소유자, 무조건 공범일까
소유자가 "팔아서 돈을 벌겠다"는 유통 목적으로 리폼을 요청했다고 해서 리폼업자와 상표권 침해 공동정범이 되는 것은 아니다.
소유자의 단순한 리폼 요청 행위 자체는 상표권 침해의 실행 행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공동정범이 성립하려면 리폼업자가 소유자의 유통 목적을 알고 이를 용인하거나 적극 협력하여, 명시적 또는 암묵적으로 범행을 분담했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한다.
다만, 공동정범이 아니라고 해서 소유자가 책임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소유자가 리폼업자의 협력 없이 독자적으로 리폼 제품을 유통·판매했다면, 상표권 침해의 단독정범으로서 책임을 지게 된다.
한편, 리폼업자도 동일인이 다수 제품을 일괄 의뢰하는 등 유통 목적이 의심되는 상황에서는 이를 합리적으로 확인할 주의의무를 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