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이재용은 감옥에서 '삼성 경영'을 할 수 있는 걸까, 없는 걸까
그래서 이재용은 감옥에서 '삼성 경영'을 할 수 있는 걸까, 없는 걸까
법무부, 지난 1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에 "5년간 취업제한" 통보
이후 불거진 혼란⋯"신규취업자에만 해당?" "형이 종료된 이후부터 적용이니 옥중경영은 가능?"
해석 두고 논란 많지만⋯법무부 "아직 모든게 미정, 해석을 해봐야 압니다"

법무부는 지난 1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당분간 삼성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파생된 논란에 대해서는 "해석이 필요하다"며 답을 피했다. /연합뉴스⋅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법무부는 지난 1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당분간 삼성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선언했다.
특정경제범죄법 제14조 제1항에 근거한 조치였다. 5억원 이상 횡령하는 등 경제 범죄로 유죄가 확정되면,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에 취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18일 파기환송심에서 회삿돈 86억원을 횡령해 뇌물로 쓴 혐의가 확정돼 복역 중이다.
그런데 이번 법무부 통보를 두고 극심한 '혼란'이 쏟아졌다. 이 부회장은 취업제한 대상이다, 아니다를 가지고도 저마다 다른 가능성들이 제기됐다. 논란이 파생된 이유는 간단하다. 법무부는 취업제한 통보만 했을 뿐, 그에 따른 유권해석은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발표는 했지만 그 발표의 실질적 의미에 대해서는 해석을 내놓지 못한 상황이다.
이 부회장의 형이 확정된 지 3주가 지난 뒤, 법무부는 이 부회장 측에 '취업제한'을 통보했다. 그 즉시 혼란스러운 상황이 연출됐다. 법무부가 통보한 '취업제한'의 효력이 어디까지 미치는지가 불확실했기 때문이다.
만약 부회장으로 재직 중인 삼성전자에서 아예 손을 떼야 한다면, '삼성 그룹의 지배자'가 바뀌는 일이 되기 때문이었다. 국내 재계나 주식시장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뉴스에 해당할 문제였다.
그러므로 불필요한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취업 제한'의 효력 범위가 정밀하게 검토된 뒤 발표됐어야 했다. 시간이 부족했던 것도 아니었다. 통보까지 3주간의 검토 시간이 있었다.
그런데도 법무부의 대답은 미온적이었다. 17일 로톡뉴스가 확인한 법무부의 입장은 "즉답할 수 있는 게 없다. 사례별로 해석을 해봐야 한다"였다.
의문 ① 신규 취업자에만 해당하는 조항이다? "'취업'에 대한 개념부터 해석해 봐야"
법무부는 '취업'의 개념부터 설명하지 못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취업제한의 취업이란 '신규 취업'을 의미한다"는 주장과 관련 있는 부분에 대해서였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에서 일하고 있고, 당연히 신규 취업자가 아니다. 법무부의 취업제한이 기존 취업자에게 효력을 미치지 못한다면, 삼성의 총수가 바뀔 필요도 없는 문제였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로톡뉴스와 통화한 법무부 형사기획과 관계자는 "'취업'에 대한 개념부터 해석을 해봐야 한다"고 답했다. 보수를 받지 않거나, 등기임원이 아닌 경우에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도 답을 피했다.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기업에서 실질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자체가 '취업'으로 포괄되는 게 아닌지 물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해석이 필요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법무부 관계자는 "'취업'의 개념이 법에 명시돼 있지 않아 해석이 분분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금지하는 취업의 형태가 무엇인지 규정하지 않고, "일단 제한한다"고 통보한 셈이다.

의문 ② '옥중경영'은 가능한가? "논란 있는 건 알지만 해석해봐야 안다"
특정경제범죄법에 따르면, 경제범죄로 징역형이 확정된 경우 그 형기를 마친 때부터 5년간 취업이 제한된다.
이 문제를 두고도 각계에선 해석이 이어졌다. 문자 그대로 형기를 마친 때부터 취업이 제한되는 것이니, 이 의미가 수감기간에는 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현재 이 부회장은 4주간의 코로나19 자가격리를 마친 상태다. 이에 따라 구치소 내 일반접견이 가능해졌다. 17일부터 면회도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 경영진은 당장 이 부회장을 만나 경영 현안을 논의할 수 있게 된다. 옥중경영을 할 수 있는 문이 열린 것이다. 법무부는 이 문제 역시 해석의 영역으로 남겨뒀다. 논란이 있는 건 알지만, 당장 답변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거다.
법무부 관계자는 "특정경제범죄법 자체가 오래된 법"이라며 "지금은 그간 죽어있던 법을 재생 시켜 가는 과정이다"라고 답했다.
의문 ③ 삼성 계열사 경영도 불가능한가요? "이 역시 해석이 필요한 부분"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가 아닌 다른 계열사를 경영하는 것은 가능할까?
특정경제범죄법 시행령 제10조는 취업제한 대상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를 보면 ①공범이 범행 당시 임원이나 과장급 이상의 간부로 재직했던 기업이나 ②공범들이 현재 재직 중인 곳도 포함된다. 심지어 ③공범의 직계 존비속, 형제자매 등이 100분의 5 이상 출자한 기업 등도 취업제한 대상이다.
출자 여부나 인적 구성에 따라서, 이 부회장의 범죄 혐의와 연관된 계열사들은 취업제한 대상이 된다. 기자는 해당 조항을 토대로 이 부회장의 거취를 질문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명확한 법 조항을 두고도, 추후 해석해보겠다는 말을 남겼다.
법무부는 이 부회장이 현재 취업 상태인 건지, 취업제한 조치가 이 부회장에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확답을 하지 못하면서도 '한 가지'는 확실하게 이야기했다.
"이 부회장이 특정경제사범 관리위원회에 취업 승인 신청서를 내면 경영에 나설 수 있다"는 부분이었다.
특정경제사범 관리위원회는 정부부처, 변호사, 교수 등 10인으로 구성된 법무부장관의 자문기구다.
결국 일단 삼성이 이를 요청하면, 그때 가서 고민해보겠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이 부회장의 구속과 경영 복귀 여부는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계에서도 주목하는 이슈다. 그만큼 법무부의 취업제한 통보에 쏠린 이목이 적지 않다.
또한, 유관부처의 명확한 해석이 없다고 해서 이 부회장 측이 취업제한 통보를 무시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경제사범에 대한 취업제한이 예방적 제재에 불과하다는 법무부의 해석과 달리 이를 지키지 않으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취업을 제한하는 행위는 헌법상 기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어 특히 유의해야 한다. 법무를 소관하는 최고 권위의 중앙행정기관에서 최소한의 준비 없이 내놓은 이번 '통보'가 위험한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