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90% 한국서 버는데"…김범석 의장, 글로벌 CEO 방패 뒤에 숨을 수 있나
"매출 90% 한국서 버는데"…김범석 의장, 글로벌 CEO 방패 뒤에 숨을 수 있나
대규모 정보 유출 사태로 국회 소환됐지만 불출석
여야 "한국 매출 90%인데 회피" 질타
실질적 지배력 있다면 국회 출석 의무 있어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관련 청문회에 출석한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가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연합뉴스
국회 청문회장이 성토장으로 변했다. 쿠팡의 대규모 정보 유출 사태를 규명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증인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증인석에 앉은 사람은 한국말이 서툰 미국인 해롤드 로저스 신임 대표였다. 여야 의원들은 김 의장이 '글로벌 경영'을 핑계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과연 김 의장의 불출석은 법적으로 정당한 것일까. 법조계 전문가들은 김 의장이 형식적인 직함을 넘어 실질적인 경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지 여부가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나오라면 나와야"…국회 증언감정법의 엄중함
국회 청문회는 단순한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르면, 국회로부터 증인 출석 요구를 받은 사람은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
만약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을 거부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중형에 처해질 수 있다. 대구지방법원 판례 역시 국정조사의 실효성을 위해 증인 출석 의무 위반에 엄정한 처벌이 필요함을 강조한 바 있다(2021고단571 판결).
미국 상장사 CEO vs 실질적 지배자
김 의장 측은 자신이 미국 상장사(쿠팡Inc)의 CEO로서 글로벌 경영을 맡고 있기에 한국 지사(쿠팡)의 세부 운영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펴왔다. 법적으로 모회사와 자회사는 별개의 법인격을 가지므로, 원칙적으로는 책임 소재가 분리될 수 있다.
하지만 법조계의 시각은 다르다.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닌 실질이다. 중대재해처벌법 등 최근 법적 경향은 실질적으로 사업을 지배·운영·관리하는 자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
특히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처럼 쿠팡 매출의 90%가 한국에서 발생하는 상황에서, 김 의장이 한국 사업에 실질적인 영향력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만약 법인격 분리가 김 의장의 책임 회피 수단으로 악용된다면, '법인격 부인론' 법리에 따라 김 의장에게 직접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
국회의 호통, 법적 효력은?
이날 청문회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박대준 전 대표도 이번 사태에 책임진다면서 나갔는데, 앞으로도 쿠팡 경영진에 없어야 한다"고 질책했다. 이러한 국회의 요구는 법적으로 강제력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국회의원 발언 자체에 법적 구속력은 없다. 주식회사의 이사 선임과 해임은 상법상 주주총회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회의 압박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청문회를 통해 형성된 부정적 여론은 주주들의 의사 결정이나 소비자 불매 운동, 규제 당국의 조사로 이어질 수 있는 강력한 간접적 강제력을 가진다. 로저스 대표가 박 전 대표의 복귀 가능성에 대해 "기대하지 않는다"고 답한 것 역시 이러한 정치적·사회적 압력을 의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결국, 김범석 의장이 '글로벌 CEO'라는 명패 뒤에 숨어 청문회를 피할 수는 있어도, 실질적인 기업의 총수로서 짊어져야 할 법적·사회적 책임까지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