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할게요" 했다가⋯월급 받기도 전에 2000만원짜리 소송을 먼저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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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할게요" 했다가⋯월급 받기도 전에 2000만원짜리 소송을 먼저 당했다

2021. 03. 08 14:28 작성
김재희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zay@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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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계약 기간 어긴 노동자에 위약금 내라 한 계약은 무효"

계약은 무효이고 불법이지만⋯지급명령 무시했다간 '큰일'

"개인적인 사유로 퇴사할 경우 2000만원을 배상한다"는 서류에 사인을 했던 A씨. 일하기 위해서는 싫어도 어쩔 수 없이 써야 하는 서류로 생각했던지라 했던 건데 이것이 자신의 발목을 잡았다. /게티이미지코리아⋅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계약 기간은 2년. 개인적인 사유로 중도 퇴사할 경우 2000만원을 배상합니다."


A씨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취업도 성공했다. 기쁜 마음으로 출근한 날, 회사는 A씨는에게 근로계약서와 함께 다른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근무확약서'라는 이름의 서류였다.


찜찜했지만 담당자의 "다들 쓴다"는 말에, 그리고 일하기 위해서는 싫어도 어쩔 수 없이 써야 하는 서류라고 생각했던지라 사인을 했다. 그리고 그 서류가 A씨의 발목을 잡았다.


너무 맞지 않는 업무에 일주일 만에 퇴사 결심했는데⋯

"열심히 다니겠다"고 다짐했지만 자신과는 도저히 맞지 않는 업무에 한 주 만에 퇴사를 결심했다.


주말 동안 생각을 거듭하다 '퇴사하겠다'는 메일을 보냈고, 회사 대표와 상사에게 관련 내용을 문자도 보냈다. 이후 월요일부터 출근하지 않는데, 회사는 아무 답장도 보내지 않았다.


A씨는 '그냥 이렇게 끝나나 보다'하고 여겼다. 그렇게 생각한 건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A씨는 입사 확정에 필요한 서류를 아직 내지 않았다. 근로계약서를 썼지만, 회사가 요구한 필요서류를 내지 않았으니 회사도 그냥 '없던 일'로 처리하나보다 싶었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회사는 일주일 뒤 2000만원 짜리 '지급명령서(독촉장)'를 보내왔다.


"계약 기간 안 지키면 위약금" 계약서는 무효⋯서명받는 순간 불법

변호사들은 A씨에게 유리한 부분과 불리한 부분이 각기 하나씩 있다고 했다.


유리한 부분은 근로기준법을 기반으로 한다. 우리 근로기준법은 노동자가 불리한 계약을 할 경우를 대비해 이를 막는 조항을 마련했다.


"사용자(회사)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제20조)는 조항이 바로 그것. 이 조항 덕에 노동자는 퇴직의 자유를 제한받거나 부당하게 근로를 계속하게 되는 상황에서 보호받을 수 있다.


만일 노동자와 위약금을 약정하거나 손해배상을 예정하는 내용으로 계약을 체결하면 사용자(회사)에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제114조)는 벌칙 조항도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A씨가 확약서에 서명을 마친 순간부터 회사는 불법을 저지른 셈이 된다.


약속한 근로기간을 지키지 않으면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을 내도록 하는 내용으로 근로계약을 했어도,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내용의 판결을 우리 대법원도 내린 적이 있다(2006다37274). 노동자가 퇴사할 경우 회사가 어떤 손해를 얼마나 입었는지를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변호사들은 근로기준법 제20조를 근거로 A씨가 작성한 확약서는 '효력이 없다'고 봤다. 법무법인 태하의 홍경열 변호사도 "A씨가 작성한 내용은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 계약"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태원의 김남석 변호사 역시 "확약서 내용은 법에 위반되므로 효력을 갖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지급명령 무시했다간 돈 다 물어줘야 할 수 있다

법으로 보면 A씨가 유리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고 변호사들은 말했다. 그 이유는 '지급명령'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급명령서를 받은 사람(이 경우 A씨)은 2주 안에 '이의를 신청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명령서를 받은 지 2주 동안 이의신청서를 법원에 보내지 않으면, 신청자(회사 측) 요구가 받아들여진다. 지급명령은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고, 이렇게 되면 회사가 요구한 2000만원을 내야만 한다.


하지만 A씨 입장에서 보면 '2000만원을 내놓으라'는 독촉장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다. 그렇다면 A씨는 이미 소송에 들어간 상황으로 생각해야 한다.


법무법인 안심의 강문혁 변호사는 "이런 유형은 사업주가 근로자를 괴롭히기 위해서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설령 법적으로 상대방의 청구가 이유 없다고 하더라도 이를 방어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다"고 했다.


법무법인 인화의 김명수 변호사는 "지급명령신청서가 접수됐고, (A씨가 이의신청을 하면) 본격적인 소송절차로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의신청서를 보냈다면 30일 안에 답변서를 내야 한다. 변호사들은 A씨가 앞으로 제출할 답변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만약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무변론 패소'라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민사 소송에서 제대로 된 변론을 펼치지 않으면, 우리 법원은 "변론이 없었다"(무변론)는 이유로 패소 결정을 한다.


법무법인 공명의 김준성 변호사는 "A씨가 작성한 해당 확약서의 경우 사회적으로 약자인 A씨에게 일방적으로 과도하게 불리한 약정이라고 보여진다"면서 "이러한 점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입증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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