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개념 이전과 다른데... "후견 전통 없는 우리, 제도 확산 노력 더욱 절실하다"
가족 개념 이전과 다른데... "후견 전통 없는 우리, 제도 확산 노력 더욱 절실하다"
"치매노인·정신장애인...후견제도로 보호 공백 막아"
"성년후견제도, 복지영역에 편입해 제도 확산시켜야"

이현곤 변호사 / 사진 이민정 기자
2016년 2월, 당시 큰 이슈였던 롯데그룹 형제 간 경영권 다툼에 별안간 “신격호 회장 치매 여부”가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신 회장의 넷째 여동생 신정숙 씨가 오빠인 신 회장에게 성년후견인이 필요하다며 후견 개시를 신청한 데 따른 것이다.
새올 법률사무소 이현곤 변호사는 여동생 신 씨를 대리해 사건을 진행했던 변호인이다. 새로운 성년후견제도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그 때는 후견 사건을 직접 맡아 본 변호사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여동생 신 씨가 나를 찾아온 것 같다”는 게 그의 말이다.
이 변호사는 서울가정법원에 근무하는 동안 대법원의 ‘성년후견준비 TFT(태스크포스팀)’에 참여, 제도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2년간 후견제도 준비 작업에 힘을 쏟았다. 이후 법이 시행되자 1년 간 판사로서 직접 성년후견 사건을 처리하기도 했다. 명실공히 ‘성년후견제도 전문가’인 것이다.
변호사 역할 중요한 “성년후견”
성년후견제도란, 판단능력이 부족해 혼자서는 사회생활과 법률행위를 할 수 없는 성인을 위해 후견인을 두어 그들을 지원하는 제도다. 이 제도가 보호하려는 가장 대표적인 사람들이 치매노인과 정신장애인이다.
“후견인에 의해 피후견인은 부족한 정신능력과 행위능력을 보충 받고, 자신의 재산을 유지·관리하거나 온전한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보통은 가족이 후견인으로 선임되지만, 제3자가 후견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 변호사는 “후견심판청구는 일반 소송과는 다른 비송 사건이라서, 법리적인 부분만 고려해 진행하다가는 재판이 잘 되지 않고 미궁에 빠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변호사가 가족 간 역학 관계와 피후견인을 둘러싼 주변인들의 심리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들 사이 의견을 조율해 진정 피후견인을 위한 방향으로 의견을 모으는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성년후견제도가 갖는 중요성에 비해 대중의 인식이 미미한 것이 못내 아쉽다고 했다.
“병에 걸리면 하루라도 빨리 의사를 찾아가는 게 좋듯이, 성년후견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제가 이미 터진 후에 후견을 시작하면 이미 늦어버려 사안을 풀어가기가 매우 어려워집니다.”
“변화하는 가족 개념과 역할,
후견제도 아니면 보호에 공백 생길 수밖에”
아직까지 대중에게 ‘후견 제도’나 ‘후견인’이라는 말은 퍽 생소하다. 관공서에 가서 “내가 후견인”이라고 해 봐도 알아서 적절히 업무를 처리해 주는 경우가 드물고, 후견인이 된 사람도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우리 문화 자체에 후견이라는 전통이 없기 때문”이라는 게 이 변호사의 설명이다. 후견의 전통이 확립되어 있는 서구 사회와는 달리, 우리는 후견의 개념을 소화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는 유교적 전통을 가지고 있어서 ‘효’ 이념에 따라 자식이 부모를 모시고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노년이 되어도 돌봐줄 가족이 있기 때문에 ‘노후 걱정’이라는 게 없었죠. 하지만 요즘은 자식이 부모를 모시고 사는 경우가 드물고, 부모도 자식에게 재산을 잘 안 물려주려고 합니다. 가족의 의미와 역할이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렇게 달라진 가족 개념으로 인해 생긴 보호의 공백을 막기 위한 것이 ‘후견’이다. 기존의 제도가 판단능력과 정신능력이 부족한 사람을 제약하려는 성격이 짙었다면, 새로 도입된 성년후견제도는 이들의 부족한 능력을 보충해 도우려는 목적을 띠고 있다. 이처럼 제도의 지향점이 변한 것은 대중의 인권 의식 향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이 변호사의 설명이다.
그러나 그는, 현 단계에서 제도가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후견 제도 운용이 지금처럼 법원 주도로만 이뤄져서는 안 되고, 복지의 영역으로 편입되어 지자체 차원에서 함께 운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치매노인과 정신장애인의 체계적인 관리 및 후견제도의 홍보·확산은, 지자체의 도움 없이 법원 혼자 힘만으론 역부족이라는 것이 이 변호사의 시각이다.

이현곤 변호사의 저서 '성년후견제도의 이해와 활용이 그의 옆에 놓여 있다. / 사진 이민정 기자
‘좋은’ 변호사,
‘오래 가는’ 변호사가 되려는 그만의 노력
이현곤 변호사는 14년간의 판사 생활을 뒤로 하고 2014년에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다. 법원에 있을 때부터 변호사 개업을 생각한 건 아니지만, 막상 나와 보니 변호사가 참 잘 맞는다는 그다.
“공무원인 판사는 안정적이고 적절한 지위가 주어지기도 하므로 좋은 직업입니다. 하지만 타인 인생의 중요한 문제에 대해 제가 계속 판단하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작지는 않았어요. 저는 수동적인 판단자 역할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의뢰인을 만나서 그들을 돕고, 그렇게 얻은 그들의 신뢰를 통해 오래도록 사람들이 찾아오는 변호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개업을 한 그에게 들려오는 말들은 그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전관은 2년까지만 사건이 들어오고 그 이후부터는 일이 없다”는 싸늘한 말이었다. 하지만 이 변호사는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2년까지만 사건이 들어오고 마는 변호사에게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제가 판사 시절 법대에 앉아 바라본 변호사 모습에는 여러 유형이 있었습니다. 같은 법조인으로서 배우고 싶다고 여겨지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전혀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었죠. 그때를 떠올리며 제가 되어야 할 변호사 모습, 되지 말아야 할 변호사 모습을 정립해 나갔어요.”
그렇게 세워 놓은 그만의 경영 목표가 인상적이다. △의뢰인과의 정서적 신뢰관계 쌓기 △의뢰인에게 사건의 진행 과정을 정확히 알리고 최선의 해결책 모색하기 △의뢰인과 변호사가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수임료의 적정선 찾기 △의뢰인에게 재판부와 친분 관계를 내세우지 않기.
수임료에 대한 그의 철학을 자세히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 높은 수임료는 의뢰인 마음에 불만족을 주지만, 반대로 너무 낮은 수임료는 변호사가 열정을 가지고 일하는 것을 어렵게 합니다. 저는 의뢰인과 사건 이야기를 충분히 나눈 뒤, 소송 기간이 얼마나 될지, 사건 해결을 위해 드는 품과 노력이 어느 정도일지를 정확히 파악해서 수임료를 정합니다. 그 모든 내용을 의뢰인과 다 공유하기 때문에 의뢰인들이 대부분 납득을 해 주십니다.”
전관이면 사건이 끊어질 시기라는 ‘2년’을 이미 두 번이나 넘긴 그.
이 변호사와 정서적 신뢰관계를 형성한 많은 의뢰인들이 지인까지 데려와 그의 ‘새올 법률사무소’를 다시 찾고 있다. 개업하면서 그가 꿈꾼 ‘오래 가는 좋은 변호사’란, 바로 지금의 이현곤 변호사인 것이다.
영상 촬영 편집 : 이민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