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가해자 10명 중 8명은 '엄마·아빠'…'훈육'이란 이름 아래 멍드는 아이들
아동학대 가해자 10명 중 8명은 '엄마·아빠'…'훈육'이란 이름 아래 멍드는 아이들
2021년 '친권자 징계권' 조항 삭제됐지만

17세 아들을 7시간 폭행해 숨지게 한 친모가 구속됐다. /셔터스톡
"죽자고 때려야 정신 차린다"며 17세 아들을 7시간 넘게 폭행해 숨지게 한 친모가 구속됐다. 사인은 외상성 쇼크. 법원은 친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끔찍한 사건은 지난 7월 부산에서 발생했다. A군(17)의 친모와 이웃 여성은 7시간 넘게 A군을 고무호스 등으로 폭행했다. 팔다리를 묶고 입에 테이프를 붙인 채였다. 뜨거운 물까지 부으며 가해진 폭행에 A군은 결국 숨을 거뒀다. 평소 아들이 불량하다는 게 이유였다.
가정 내 아동학대는 대부분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진다. 원희영 변호사(로엘 법무법인)는 5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서 "전체 아동학대 사건 10건 중 8건 이상이 부모에 의해 발생한다"며 "가해 부모는 보통 학대가 아니라 훈육이었다고 행위를 정당화한다"고 지적했다.
'사랑의 매'는 옛말…법으로 금지된 부모의 '체벌'
"내 자식 내가 때려서라도 사람 만들어야지"라는 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2021년 1월, 부모가 자녀를 징계할 수 있도록 한 민법 제915조 '친권자의 징계권' 조항이 63년 만에 삭제됐기 때문이다. 이제 부모라도 자녀를 때릴 법적 권리는 없다.
현행법은 아동에 대한 모든 폭력을 금지하고 가중처벌한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은 학대로 아동이 사망할 경우 최고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부산 사건처럼 장시간의 폭행으로 아이가 사망한 경우는 최고형이 가능한 중범죄로 다뤄지는 것이다.
법원의 판단 기준은 '목적'과 '수단'
법원은 훈육과 학대를 가를 때 가해자의 주장이 아닌 객관적 기준을 따른다. 부모가 "교육 목적이었다"고 아무리 외쳐도, 법원은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따져 판단한다.
이원화 변호사는 법원의 핵심 판단 기준으로 ▲행위의 목적(교육인가, 분풀이인가) ▲수단의 적절성(사회통념상 허용 수준인가) ▲반복성 여부 ▲아동의 연령과 건강 상태 ▲피해의 정도 ▲행위 당시 상황과 동기 등을 꼽았다.
이 변호사는 "9살 아들이 숙제를 안 했다고 회초리로 종아리를 수십 차례 때린 아버지가 '훈육'을 주장해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례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체벌의 강도나 아이의 정신적 충격을 고려할 때 관대한 처벌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한두 대 때렸더라도 아이가 공포에 울부짖었다면 학대가 되고, 반대로 목적과 방법이 교육적으로 용인될 수준이었다면 훈육으로 인정될 여지가 남는다. 그러나 그 경계는 갈수록 엄격해지는 추세다.
원 변호사는 "가정이라는 폐쇄성 때문에 피해 아동은 구조 요청조차 하기 어렵다"며 "신고의무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모두가 '관찰의무자'가 되어 아이들의 목소리를 대신 내줘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