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빼준다더니' 손님 차 몰고 마트서 장 본 사장…형사처벌 어려울 수 있는 이유
'차 빼준다더니' 손님 차 몰고 마트서 장 본 사장…형사처벌 어려울 수 있는 이유
블랙박스에 찍힌 '무단 운행'

손님 차 블랙박스에 찍힌 장면 /JTBC '사건반장' 캡처
지난 11일 JTBC '사건반장'을 통해 식당 주차를 맡은 사장이 손님의 차량을 몰고 개인 장보기를 다녀온 황당한 사건이 보도됐다.
현장에서는 식사비를 면제받는 선에서 당사자 간 합의가 이뤄졌으나, 이를 법리적인 시각에서 들여다보면 형사상 처벌 가능성부터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까지 따져봐야 할 복잡한 법적 문제들이 얽혀 있다.
이번 사건의 핵심 법적 쟁점들을 짚어봤다.
주차해 준다던 식당 사장, 블랙박스에 찍힌 '마트 운행'
사건은 부산의 한 양꼬치 식당에서 발생했다. 식사 중이던 손님 가족에게 식당 사장이 다가와 "차를 좀 빼야 할 것 같다"며 차 키를 요구했다.
손님은 차량 운전이 서툴 수 있는 사장을 위해 직접 나가 작동법을 설명해 준 뒤 "우리가 주차해 놓고 들어가겠다"고 제안했으나, 사장은 자신이 주차하겠다며 차를 몰고 이동했다.
사장을 믿고 식사를 마친 손님은 화장실에 가려고 잠깐 밖에 나왔다가 주차장에 자신의 차량이 없는 것을 발견했다. 때마침 식당 사장이 손님의 차량을 몰고 도로에서 들어오고 있었고, 차 안에서 개인적인 짐을 꺼내는 모습이 목격됐다.
차량 블랙박스를 확인한 결과, 사장은 주차를 한 것이 아니라 인근 마트까지 운전해 가서 자신의 가게 물품을 싣고 돌아온 상태였다.
허락 없이 남의 차를 몰고 마트에 간 이유를 묻는 손님에게 사장은 "사고 안 났으니까 된 거 아니냐"라며 "다음에 오시면 서비스를 주겠다"는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였다.
갈등은 결국 경찰 신고 직전까지 번졌으나, 손님이 식사비 11만 원 상당을 내지 않는 것으로 합의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
차 키 직접 넘겨줬는데…'자동차등불법사용죄' 성립 여부
비록 당사자 간의 합의로 사건이 마무리되었으나, 법리적으로 식당 사장의 행위는 형법 제331조의2에 규정된 '자동차등불법사용죄'의 성립 여부를 따져볼 수 있다.
이 조항은 권리자의 동의 없이 타인의 자동차 등을 일시 사용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실제 처벌 여부에 대해서는 점유 개시의 적법성을 살펴보아야 한다.
이와 유사한 사안을 심리한 서울동부지방법원이나 제주지방법원 등의 하급심 판례 기준에 비추어 볼 때, 재판부의 시각은 점유 개시 당시의 동의 여부를 무겁게 보는 경향이 있다.
자동차등불법사용죄는 처음부터 권리자의 동의 없이 불법으로 점유를 시작한 경우에 주로 적용되는데, 본 사안의 사장은 처음에 주차 목적으로 적법하게 차 키를 건네받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후 동의 범위를 넘어 무단 운행한 행위까지 이 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법리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
한편, 차량을 영구적으로 취득할 의사인 '불법영득의사'가 없었기에 단순 절도죄 적용은 어려우며, 마트를 왕복하며 소비한 소량의 연료 역시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따라 자동차의 일시 사용 행위 자체에 포함된 것으로 보아 별도의 절도죄가 성립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기름값부터 사후 과태료까지…민사상 불법행위 책임
형사처벌 여부와 별개로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에 기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명백히 따져볼 수 있다. 민법 제750조의 취지에 따르면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사장의 무단 운행은 고의에 의한 위법행위이므로, 이로 인해 소모된 연료비나 차량 사용이익 등 재산적 손해와 무단 사용에 따른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청구가 가능하다.
만약 사장이 무단 운행 중 과속이나 신호위반 등으로 무인 카메라에 적발되었다면 책임 소재는 어떻게 될까. 도로교통법 체계상 과태료 고지서는 우선 차량 명의자인 손님에게 발송된다.
그러나 관련 민사 소송을 심리한 울산지방법원과 인천지방법원 등의 판결 기준에 비추어 볼 때, 차량 소유자가 과태료를 먼저 납부하더라도 실제 위반 행위자인 무단 운전자에게 손해배상이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통해 해당 금액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해석된다.
결과적으로 식사비 면제로 합의를 보았더라도, 합의 당시 알지 못했던 교통위반 과태료 등이 추후 확인된다면 손님은 사장에게 추가적인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법리적으로 볼 때 "사고가 안 났으니 괜찮다"는 사장의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