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 흡연구역" 제시한 시민과 "반대" 외친 서울시, 법은 누구 편일까
"옥상 흡연구역" 제시한 시민과 "반대" 외친 서울시, 법은 누구 편일까
헌법이 보장한 '흡연권' vs 생명과 직결된 '혐연권'

지난 6월 1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 금연구역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연합뉴스
길거리 흡연 문제, "건물 옥상에 흡연구역을 만들자"는 시민의 제안에 서울시가 '불가'를 외쳤다. 상쾌한 거리를 만들자는 시민의 외침과 금연 정책이 우선이라는 서울시의 입장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과연 법의 저울은 어느 쪽으로 기울까.
한 시민의 제안, "흡연자들 옥상으로 보내자"
실내 금연이 정착되면서 흡연자들은 거리로 내몰렸다. 그 결과는 담배꽁초로 뒤덮인 거리, 하수구를 막는 쓰레기, 그리고 보행자들의 간접흡연 피해가 커졌다.
한 시민 A씨는 이 문제의 해법으로 '옥상 흡연구역'을 제안했다. A씨는 "대부분 출입이 통제된 건물 옥상을 활용해 흡연 장소를 마련하면 거리의 담배 연기와 냄새, 꽁초로 인한 화재 위험과 환경오염까지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A씨의 제안은 길거리 흡연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풀 수 있는 묘안처럼 보였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수용하기 어렵다"며 명확히 선을 그었다. 시는 "흡연 구역을 새로 만들기보다 금연 환경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옥상은 소방법·건축법 등 까다로운 안전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공간이며, 흡연구역 확대는 흡연을 개인의 권리로 인식하게 해 금연 정책의 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흡연 구역 설치가 흡연을 정당화할 수 있어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혐연권'이 '흡연권'보다 상위 기본권
두 입장의 법적 타당성을 따져보기 위해선 먼저 '담배 피울 권리(흡연권)'와 '담배 연기를 거부할 권리(혐연권)'를 살펴봐야 한다. 두 기본권이 충돌할 때, 법은 누구의 편일까?
흡연권은 헌법 제10조가 보장하는 행복추구권과 사생활의 자유에서 비롯된 권리다. 반면, 혐연권은 행복추구권과 사생활의 자유는 물론, 국민의 건강권과 생명권에까지 뿌리를 둔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명확한 판단을 내린 바 있다. 헌재는 "혐연권은 사생활의 자유뿐만 아니라 생명권에까지 연결되는 것이므로 혐연권이 흡연권보다 상위의 기본권"이라고 판단했다. 즉, 흡연자의 권리는 비흡연자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 선에서만 인정될 수 있다는 의미다.
옥상에 흡연구역을 설치했을 때 발생하는 담배 연기가 아래층이나 인접 건물로 흘러 들어간다면, 이는 상위 기본권인 혐연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옥상은 '흡연 공간' 아닌 '생명 공간'
더욱 결정적인 법적 쟁점은 '옥상'이라는 공간의 법적 지위에 있다. 옥상은 단순히 비어 있는 공간이 아니다. 건축법과 소방법에 따라 화재 등 비상 상황 발생 시 사람들의 대피를 위한 '피난용 광장'으로 활용되어야 하는 중요한 공간이다.
화재 위험을 안고 있는 흡연구역을 생명을 구해야 할 피난 공간에 설치하자는 주장은 법적으로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
아파트와 같은 집합건물의 경우, 옥상은 원칙적으로 입주민 모두가 함께 소유하는 '공용부분'이다. 이곳을 일부 흡연자들만을 위한 공간으로 바꾸는 것은 다른 입주민들의 재산권과 공간 사용권을 침해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법적으로는 서울시 '완승'
법적 타당성을 종합하면 서울시의 '반대' 입장이 더 확고한 근거를 갖는다. 시민 A씨의 제안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선한 의도에서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비흡연자의 상위 기본권인 '혐연권' 보호 원칙과 화재 예방 및 피난을 위한 각종 안전 법규와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