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개월 아동 이불로 짓눌러 질식사시킨 원장…아동학대살해죄 신설됐는데 왜 적용을 안 하죠
21개월 아동 이불로 짓눌러 질식사시킨 원장…아동학대살해죄 신설됐는데 왜 적용을 안 하죠
국과수 부검 결과 피해 아동의 사망 원인은 '질식사'⋯원장이 10분간 몸으로 짓누른 것 확인
경찰 "고의 입증 어려워⋯아동학대치사죄" vs. 유족 측 변호사 "미필적 고의 분명, 아동학대살해죄"

지난달 30일 대전의 한 어린이집에서 생후 21개월 아이가 사망한 채 발견됐다. 원인은 질식사. 마치 우연히 사고를 목격한 듯 신고했던 원장은 CCTV 속에서 사망한 아이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불로 덮은 뒤 짓누르고 있었다. /YTN 캡처
어린이집에 갔던 생후 21개월 아이가 등원한 지 몇 시간 만에 죽은 채 발견됐다. 낮잠을 자던 아이는 영영 눈을 뜨지 못했다. 지난달 30일 대전의 한 어린이집에서 일어난 충격적인 사건. 원장은 "잠을 자던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경찰과 119에 신고했다.
그런데 어린이집의 CC(폐쇄회로)TV에는 더 충격적인 사실이 담겨 있었다. 어린이집 원장이 사망한 아이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불로 덮은 뒤 짓누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경찰이 발표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부검 결과에 따르면, 피해 아동의 사인은 '질식사'였다. 이는 CCTV 속 원장의 행위와 일치한다.
23일 경찰은 국과수 부검 결과 등을 바탕으로 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이 택한 죄명은 아동학대치사죄다. 그런데 유족 측은 원장에 대한 범죄 혐의가 '아동학대살해죄'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엄연히 미필적 고의에 따른 살해라는 것이다.
119 신고 당시 "질식했다"라는 표현 쓴 원장
지난달 16일, 아동학대처벌법에 '아동학대살해죄' 조항이 신설·시행됐다. '양천 16개월 아동학대 사망사건' 이후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사건을 기존보다 무겁게 처벌하겠다는 내용을 담아 제정됐다. '정인이법'으로 불리기도 한다.
유족 측 대리를 맡은 변호사는 "이번 대전 어린이집 사건이야말로 개정 신설된 아동학대살해죄가 적용돼야 하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유족 측은 CCTV 속 원장의 행위가 미필적 고의에 따른 살해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① 아동을 억지로 재우기 위해 전신에 이불을 돌돌 말아 뒤집어씌운 점
② 벗어나려 발버둥 치는데도 움직이지 못하게 몸 위에 올라탄 점
③ 다리 등으로 압박을 가하는 행위를 10분 이상 지속한 점
'실수'라기엔 원장이 저지른 행위의 의도가 분명했고, 피해자가 생후 21개월밖에 되지 않은 아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치명적인 행동이라는 걸 인지할 수 있었다는 게 유족 측 법률 대리인의 설명이다. 특히 이러한 행위가 어린이집 내의 여러 아동들을 대상으로 수차례에 걸쳐 반복돼왔던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어 "사건 당시 출동한 119대원의 구급활동일지에 의하면, '어린이집 관계자가 질식했다고 신고한 상황'이라고 기재돼 있다"며 "이 부분만 보더라도 어린이집 원장이 자신의 행위가 피해 아동을 질식하게 했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이 같은 행위에는 살해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했다.
유족들 "아동학대살해죄 만들어 놓고 왜 적용 안 하느냐" 반발
유족 측은 "그런데도 경찰은 가해자에게 살해의 고의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했다"며 "유족에게도 아동학대살해죄가 신설된 죄명이라 처벌된 선례가 없고, 고의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식으로 설명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의 설명을 들은 유족들은 "적용하지 않을 법이면 왜 만들었느냐"라고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에 아동학대살해죄가 적용되면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할 수 있다. 반면 아동학대치사죄만 적용된다면,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으로 처벌 수위가 낮아진다.
이 기사는 로톡뉴스의 윤리강령에 부합하는 사실 확인을 거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