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침대에 모르는 남성이…확인 없이 '문 따준' 열쇠수리공의 법적 책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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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침대에 모르는 남성이…확인 없이 '문 따준' 열쇠수리공의 법적 책임은?

2022. 12. 13 15:51 작성2022. 12. 13 15:59 수정
안세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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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확인 없이 도어락 교체한 열쇠수리공

경찰 "형사처벌 어렵다"⋯정말인지 변호사들에게 의견 물었더니

해외여행 후 집에 돌아와 보니 모르는 남성이 있었다. 얼마 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연. 알고 보니 이 남성은 열쇠수리공을 불러 도어락을 교체 후 피해자의 집에 몰래 침입한 것이었다. /셔터스톡

해외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더니, 자신의 집에서 모르는 남성이 자고 있었다는 사연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그리고 이 믿기 어려운 내용의 사연은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 연제경찰서는 지난달 18일 A씨 집에서 잠을 자던 남성 B씨를 특수주거침입 혐의로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여행 다녀와 보니, 침대 위에 누워있던 모르는 남성

A씨가 올린 글에 따르면, B씨는 사건이 발생한 전날 관리사무실에 가서 "집주인인데 비밀번호를 잊어버렸다"며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 이후 열쇠수리공을 불러 35만원을 내고 도어락을 교체했다. 다음 날, 여행에서 돌아온 A씨는 현관 도어락이 바뀐 것을 보고 놀라 경찰에 신고를 했다. 이후 경찰과 현관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갔더니 집 안에서 처음 본 남성인 B씨가 A씨의 침대 위에서 자고 있었다고 한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인이 아는 사람 집이니 가서 쉬라고 했다'고 진술했지만, 더 자세한 범행 동기 등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아직도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심장이 두근거린다"며 수면장애 등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B씨에게 문을 열어준 열쇠수리공의 행동도 지적했다. B씨의 신분을 따로 확인하거나, 관리사무실에 집주인 사실관계 등을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A씨는 "(B씨에게 문을 열어준) 열쇠수리공이 '당연히 그 집 사람인 줄 알았다', '법대로 하라'는 뻔뻔한 태도를 취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찰에서도 '열쇠수리공은 형사처벌이 어렵고 민사로 해결하라'는 말을 들었다"며 "B씨는 물론이고, 열쇠수리공이 타당한 처벌을 받기를 원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확인 절차 없이 문 열어준 열쇠공 처벌 원한다" 법 확인해보니⋯

로톡뉴스는 실제 열쇠수리공에 대한 형사처벌이 어려운 게 맞는지 변호사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이에 대해 변호사들은 "관련 법이 없어 열쇠수리공에 대한 처벌은 어렵다"고 답했다. 신원 확인 의무를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하는데, 법적 근거가 없다 보니 개개인의 자율에 맡기는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법적 공백을 입법으로 해결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14년, '열쇠관리업 및 특수해정도구 소지금지 등에 관한 법률안(열쇠법)'이 국회에 발의됐다. 해당 법안은 열쇠관리업 국가 자격증 제도를 신설하고, 열쇠관리업자가 의뢰인의 신원을 의무적으로 확인하도록 했다. 하지만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고,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의 임기가 만료돼 결국 폐기됐다.


주거침입⋅재물손괴죄 책임 묻기도 어려워

변호사들은 관련 혐의인 주거침입⋅재물손괴죄 적용도 어렵다고 고개를 저었다. 두 혐의 모두 '고의'가 있어야 하는데, 해당 사건의 열쇠수리공에게 이러한 고의가 있었다고 보긴 어렵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한일의 추선희 변호사는 "적어도 열쇠수리공이 B씨의 집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도어락을 교체해준 게 아닌 이상 형사 처벌은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법률 자문
'법무법인 한일'의 추선희 변호사, '법무법인 영동'의 설현섭 변호사,'법무법인 시월'의 류인규 변호사. /로톡뉴스DB⋅로톡DB


법무법인 영동의 설현섭 변호사의 의견도 비슷했다. 설 변호사는 "열쇠수리공에게 업무상 과실은 있을지언정 (주거침입이나 재물손괴) 범죄에 대한 고의가 있었다고 보여지지 않는다"며 "두 혐의 모두 과실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고 있어, 이를 적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민사로 '위자료' 책임은 가능할 듯

그렇다면, 이번 사건에서 열쇠수리공은 아무런 법적 책임도 없는 걸까. 변호사들은 "그렇진 않다"며 "민사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봤다.


추선희 변호사는 "열쇠수리공에겐 적어도 해당 집 주인이 맞는지 확인해야 할 '주의의 의무'는 있었다고 보인다"며 "이러한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을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한다"고 했다. 구체적인 손해배상의 범위에 대해 추 변호사는 "없어지거나 훼손된 물건에 대한 배상과 더불어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등에 대해 일부를 부담하라는 판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법무법인 시월의 류인규 변호사도 "구체적인 정황이 더 드러나야겠지만 열쇠수리공이 이러한 주의의무를 다 하지 않고 과실을 저지른 부분이 확인되면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봤다.


설현섭 변호사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다만 "위자료의 액수는 크지 않을 것 같다"고 했고, 류인규 변호사도 "(실무상) 위자료는 소액이 인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많아야 수백만원 수준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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