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말 안 들었더니 전세기 취소”…억울하다는 여행사, 법원 판단은 달랐다
[단독] “말 안 들었더니 전세기 취소”…억울하다는 여행사, 법원 판단은 달랐다
"부당 압력" vs "불가항력" 팽팽한 진실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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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황금 같은 겨울 성수기, 라오스로 향하는 전세기 좌석 74석을 확보한 여행사 A사. 지난 시즌의 성공을 바탕으로 1억 6700만 원의 수익을 기대하며 모든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출발을 불과 4개월 앞두고 항공사 총판 대리점인 B사로부터 날아온 한 통의 메일은 A사의 꿈을 산산조각 냈다.
“기상 악화와 승무원 부족으로 전세기 운항을 취소합니다.”
A사는 즉각 반발했다. “B사가 추천한 현지 여행사를 쓰라는 부당한 압력을 거절하자, 말도 안 되는 핑계로 보복성 계약 파기를 당했다”며 1억 670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팽팽한 진실 공방 속에서 법원은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줬을까.
여행사 A사 “부당한 압력에 맞서자 돌아온 보복”
법정에서 A사가 펼친 주장은 한 편의 드라마 같았다. A사는 “B사가 자신들이 아는 현지 여행사를 쓰라고 압력을 넣었지만, 우리는 검증된 업체를 고수했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B사의 심기를 건드려, ‘맞바람’이나 ‘승무원 부족’ 같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내세워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는 것이다.
A사는 심지어 “B사가 우리와의 계약을 취소한 비행기를 자신들의 다른 노선 사업에 투입해 이익을 챙겼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A사는 지난 시즌 같은 노선에서 올린 수익을 근거로 구체적인 예상 손해액까지 산출하며 B사의 명백한 ‘채무불이행’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항공 대리점 B사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이었다”
B사의 이야기는 전혀 달랐다. B사는 “라오스 항공사로부터 ‘겨울철 공항의 강한 맞바람 때문에 안전을 위해 승객 좌석을 148석에서 142석으로 줄여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항변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됐다. 해당 전세기는 A사와 또 다른 여행사 C사가 각각 74석씩 좌석을 나눠 임차한 상태였다. 좌석이 줄어들자 C사가 먼저 “이윤이 남지 않는다”며 계약을 해지해버렸다.
B사는 A사에게 “C사가 빠진 좌석까지 모두 인수하거나, 아니면 운항 취소에 합의해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A사가 전 좌석 인수를 거부해 결국 운항이 무산됐다는 것이다. 이는 고의적인 계약 파기가 아닌, 항공사의 결정과 파트너사의 이탈로 인한 ‘불가항력’이었다는 주장이다.
판결을 가른 결정적 증거
청주지방법원 김현룡 판사는 지난 6월 27일, 원고 A사의 청구를 전부 기각하며 B사의 손을 들어줬다. A사가 주장한 ‘현지 여행사 지정 압력’에 대해서는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법원이 주목한 것은 A사의 과거 경험이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사는 바로 전년도 겨울에도 같은 노선 사업을 진행하며 ‘맞바람으로 인한 연료 문제’로 승객들의 수하물을 공항에 두고 이륙하는 일을 직접 겪었다. 이는 A사 역시 겨울철 노선 운항에 기상 변수라는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는 강력한 증거가 됐다.
재판부는 △A사가 이미 해당 노선의 기상 위험을 알고 있었던 점 △최초 계약서에도 ‘좌석 변동 가능성 있음’이 명시된 점 △다른 파트너사(C사)가 좌석 축소를 이유로 먼저 계약을 해지한 점 등을 종합해, B사가 고의로 계약을 파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국 법원은 이 사건을 B사의 귀책사유 없는 ‘이행불능’ 또는 양측의 ‘합의해지’로 보고, A사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참고] 청주지방법원 2024가단80067 판결문 (2025. 6. 27.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