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허락하지 않으면 '고아'로 자라야 하는데⋯" 법원 입양 허가 논란으로 본 진짜 문제
"내가 허락하지 않으면 '고아'로 자라야 하는데⋯" 법원 입양 허가 논란으로 본 진짜 문제
입양 심사부터 그 이후까지, 지속적인 관심이 학대막는 길

이번 '양천 16개월 아동학대 사망사건’의 책임이 입양을 허락해준 법원에도 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이를 본 전직 판사는 "무기력함을 느꼈다"며 고민 글을 올렸다. /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입양허가 사건을 맡으면 되도록 입양을 허가하는 쪽으로 기울게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대부분 고아로 자라게 될 테니까요."
서울가정법원 판사 재직 당시, 입양허가 사건을 맡았던 이현곤 변호사(새올 법률사무소)의 말이다. 이 변호사는 당시 법원에서 아동사건을 대할 때 느꼈던 감정을 '무기력함'이라고 표현했다. 법원이 입양을 불허할 순 있지만, 그 판단 이후에 어떻게 아이를 보호할지에는 뾰족한 해답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동학대 사건 발생 시, 특히 그 피해가 입양가정에서 나왔을 때 가장 먼저 나오는 지적이 있다.
"애초에 이런 입양을 허가하지 말았어야지!"
하지만 아동사건 많이 다뤄본 법률 전문가들은 "절차적, 구조적으로 입양 불허 결정이 나오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무슨 이유에서일까?
지난 2011년 전면 개정된 입양특례법만을 놓고 보면, 관할 가정법원이 입양 과정에서 충분한 관리 기능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입양의 최종 허가 권한을 갖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법원의 판단이 입양의 최후 단계에서나 이뤄진다는 점이다. 서류상 명백하게, 중대한 문제가 있지 않다면 마냥 입양을 불허할 수 없는 이유다. 정인이의 양모가 정신과 진료를 받았었다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이 역시 입양 결격사유는 아니다. 진료 사실만으로 아이를 양육할 수 없다고 직결시키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사무차장인 이상희 변호사는 "현재는 입양 적격 판단부터 양부모 결연까지 대부분의 입양절차가 민간 입양기관에 의해 이뤄진다"며 "마지막에서야 법원이 판단한다는 점에서, 형식적으로 허가가 이뤄진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판단 과정에서 입양에 관한 객관적인 정보나 지원을 받지 못하는 법원으로서는, 입양 허가를 관장하는 것이 부담이 될 것이라고 봤다.
이현곤 변호사는 "법원은 과거에 있었던 사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구조"라며 "그런데 입양사건은 여기서 더 나아가 장래의 문제까지 가정하고 예측해야 하는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
법원이 입양을 불허하면 아이는 다시 보호대상이 된다. 다시 적합한 입양 대상자가 나오지 않는 한 아이는 가정의 보호 없이 지내게 된다. 이러한 한계로 인해 입양을 원하는 수용자가 있고, 그 자격이 현저히 부족하지 않다면 가급적 입양을 허가하는 방향으로 결정이 이뤄지는 것이다.

두 변호사는 당면한 입양 문제의 해결책을 각각 사전 조치와 사후 관리로 꼽았다. 각 절차에는 입양 문제에 충분한 이해를 갖춘 전문인력이 배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희 변호사는 "입양과정에서 '아동최선의 이익'이 제대로 반영되려면, 그 과정에 대한 검토, 심사 등에서부터 공적 개입이 강화돼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민간 입양기관 외에 지자체 등 제3기관이 입양 심사에 참여하고, 그 정보를 법원과 공유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이어 "이번 사건처럼 아동학대 문제가 입양 가정이나 한무보 가정 등에 대한 편견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현곤 변호사는 사전 검수에 더해 입양가정에 대한 철저한 사후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현곤 변호사는 "아무리 선제적으로 관리를 잘하더라도 그것만으론 부족하다"며 "입양 가정이 법원에 약속한 대로 잘 꾸려지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전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아동의 권리가 어떤 형태로도 침해받지 않는 사회 구조를 고민해야 할 때다. 학대가 이뤄지기 전에 범죄예방 조치가 이뤄지고, 만일 학대가 발생했다면 이를 신속히 구제할 수 있는 기능을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국회, 중앙정부와 지자체, 아동보호기관, 수사기관 등의 범권역 협력이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