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억 코인 수익 '신고 직전' 숨긴 국회의원…법원 “꼼수 맞지만 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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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억 코인 수익 '신고 직전' 숨긴 국회의원…법원 “꼼수 맞지만 죄는 아니다”

2025. 09. 10 12:14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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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공개 마감일에 ‘예치금→코인’ 바꿔치기

재판부 무죄 선고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수십억 원의 가상자산(코인) 투자 수익을 공직자 재산신고 직전 다른 코인으로 바꿔 숨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국회의원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신고 의무가 없는 자산으로 바꾼 행위 자체를 위계(속임수)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A 전 의원의 행위가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수는 있어도, 현행법의 잣대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산공개 마감일 밤의 수상한 거래

서울남부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제21대 국회의원이던 A씨는 2021년 ‘위믹스’ 코인 투자로 약 80억의 막대한 차익을 거둬 거래소 예치금이 99억에 달했다. 공직자윤리법상 거래소 예치금은 은행 예금처럼 신고해야 하는 채권 자산이다.


문제는 재산신고 기준일인 2021년 12월 31일을 하루 앞두고 벌어졌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막대한 재산 증가가 공개될 경우 ‘서민 정치인’ 이미지에 타격을 입고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질 것을 우려했다.


A씨는 신고 마감일 직전, 예치금 99억 중 약 90억을 동원해 위믹스 등 다른 코인을 무더기로 사들였다. 당시 법규상 코인 자체는 재산신고 대상이 아니었던 점을 노린 것이다. 이 자산 바꿔치기로 A씨의 신고 대상 예치금은 단 2원으로 줄었다. A씨는 다음 해에도 같은 수법으로 약 10억의 예치금을 신고 직전 코인으로 바꿔 숨겼다.


검찰은 이를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재산 심사 업무를 방해한 명백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행위라며 A씨를 재판에 넘겼다.


법의 빈틈 파고든 행위, 처벌은 불가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정우용 판사는 A씨의 행위가 위계공무집행방해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 당시 가상자산은 신고 대상이 아니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 행위 당시 시행되던 구 공직자윤리법상 가상자산은 등록대상재산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법에 신고할 의무가 없는 자산을 신고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가상자산은 2023년 6월에야 법이 개정되면서 신고 대상에 포함됐다.


둘째, 신고 직전 코인을 매수한 행위 자체는 ‘위계’가 아니다. 법원은 A씨가 예치금을 감추려는 의도가 있었더라도, 실제로 현금(예치금)을 코인으로 바꾼 행위는 실체가 있는 거래라고 봤다. 즉, 신고 기준일 시점에 그의 신고 대상 자산이 실제로 줄어든 것은 사실이므로, 이를 허위로 꾸민 위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셋째, 윤리위원회의 심사 권한이 방해되지 않았다. 윤리위원회의 권한은 신고된 재산을 심사하는 것이다. A씨가 신고 의무가 없는 코인 보유 내역을 숨겼다고 해서, 신고된 다른 재산에 대한 심사 업무가 현실적으로 방해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논리다.


법원은 “피고인이 위계로 공무집행을 방해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법의 빈틈을 교묘히 파고든 꼼수는 인정되지만, 당시의 법규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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