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위자료 소송, ‘박근혜 기각 판례’ 넘을 비장의 무기는?
윤석열 위자료 소송, ‘박근혜 기각 판례’ 넘을 비장의 무기는?
‘주관적 분노’ 아닌 ‘객관적 피해’ 입증이 상급심 승소 관건

윤석열 전 대통령이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는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1심에서 인정되면서, 시민들의 시선은 이제 항소심과 대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관건은 과거 ‘박근혜 국정농단’ 손해배상 소송을 기각시켰던 대법원의 판례를 뛰어넘을 수 있느냐다. 1심의 논리를 강화하고 새로운 법적 무기를 장착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판례’의 벽…“대통령은 국민 개개인에 책임 없다”
소송의 가장 큰 걸림돌은 ‘박근혜 국정농단’ 관련 대법원 판결이다. 당시 법원은 박 전 대통령의 직무상 위법행위는 인정하면서도, “모든 국민이 배상이 필요할 정도의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판결은 대통령의 위법행위가 국민 개개인에 대한 민사 책임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선례를 남겼다.
피고 측은 항소심에서 이 판례를 전면에 내세워 “비상계엄으로 인한 국민의 정신적 고통은 주관적 감정에 불과하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반격의 열쇠 1: ‘헌정질서파괴범죄’ 프레임 적용
이번 사안을 단순 불법행위가 아닌 ‘헌정질서파괴범죄’로 규정해야 한다. 우리 대법원은 과거 12·12 군사반란과 5·17 비상계엄 확대 조치를 명백한 ‘헌정질서파괴범죄’로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1997. 4. 17. 선고 96도3376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판례를 원용해 12·3 비상계엄 역시 국가의 근간을 흔든 중대 범죄임을 부각한다면, 국민이 입은 정신적 피해는 단순한 분노를 넘어 헌법적 가치가 훼손된 데 따른 ‘객관적 손해’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반격의 열쇠 2: ‘국민 전체가 강박 상태’였음을 입증
박근혜 판례를 넘을 또 다른 핵심 논리는 비상계엄 선포 자체가 국민 전체를 ‘강박 상태’에 빠뜨렸다는 주장이다. 무장한 군인이 거리를 활보하는 상황은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며, 이는 ‘주관적 감정’과는 차원이 다른 실질적 피해라는 것이다.
실제로 1심 재판부 역시 “시민들이 공포와 불안, 자존감 저하 등의 정신적 고통과 손해를 입은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과거 대법원은 비상계엄 하에서 재산을 헌납한 사건에 대해 “비상계엄이 해제되어 헌정질서가 회복된 이후에야 강박 상태가 종료됐다”고 판결한 사례가 있다(대법원 1997. 12. 12. 선고 95다38240 판결). 이 판례를 근거로 비상계엄 기간 내내 모든 국민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강박 상태에 놓여 있었다는 점을 입증한다면, 피해의 보편성과 명백성을 강화할 수 있다.
대법관 증원, 판결의 막판 변수 될까
보수 우위로 평가받는 ‘조희대 대법원’의 성향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비상계엄 사태 당시 신중론을 펼치며 사실상 묵인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 추진 중인 대법관 증원 법안이 최종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이 발의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돼 대법관 구성에 변화가 생긴다면, 헌정질서파괴범죄에 대한 판결 기조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사법부가 국민의 목소리에 어떻게 답할지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