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 아파트 때문에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취소돼도, 건설사는 책임지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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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허가 아파트 때문에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취소돼도, 건설사는 책임지지 않을 것

2021. 09. 23 19:03 작성2021. 09. 23 19:27 수정
강선민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mea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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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장릉' 근처 검단신도시 대규모 아파트⋯문화재보호법 위반 파문

변호사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취소돼도, 건설사에 책임 묻기 어렵다"⋯그 이유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지난 2009년 등재된 조선왕릉 중 하나인 '김포 장릉'이 인근에 구성되는 검단신도시로 인해 파문에 휩싸였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세계유산에 지난 2009년 등재된 조선왕릉. 서울과 경기 18개 지역에 걸쳐, 총 40기에 달하는 왕릉이 자연경관과 함께 잘 보존됐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런데 이 가운데 '김포 장릉'이 인근에 구성되는 검단신도시로 인해 파문에 휩싸였다. 왕릉 너머로 20층 높이의 아파트 3400세대가 들어서게 됐기 때문.


문화재보호법상으론 국가지정문화재의 경관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건축물이나 시설물을 지으려면,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제35조 제1항 제2호). 이에 따라 지난 2017년 문화재청장은 김포 장릉 반경 500m 내에 짓는 높이 20m 이상(약 7층)의 건축물은 개별 심의를 한다고 고시하기도 했다.


검단신도시의 아파트들 역시 이 기준에 따라야 했지만, 건설사들은 버젓이 이 기준을 뛰어넘은 고층 아파트를 지었다. 이 때문에 산으로만 둘러싸였던 왕릉 너머로 높다란 아파트 병풍이 펼쳐지게 됐다. 이를 두고 최근 문화재청은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한 불법 건설 행위"라며, 관련 건설사 3곳과 인천 서구청을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처럼 문화재청과 건설사, 지자체 간의 책임 공방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눈여겨 볼 문제가 하나 더 있다. 문화재 가치를 훼손하는 도심 개발 때문에, 김포 장릉뿐 아니라 조선왕릉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서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취소된다면?⋯변호사들 "국가적 손실 맞지만, 법적으론 손해 인정 안 될 것"

실제로 지난 7월, 유네스코는 비슷한 이유로 영국의 '리버풀 해양무역도시(Liverpool-Maritime Mercantile City)'를 등재 17년 만에 세계유산 목록에서 삭제했다. 이른바 '리버풀 워터프런트'로 불렸던 항만구역 주변으로 100m가 넘는 초고층 건물을 짓고, 주변 경관을 해치는 주택·상업지구 개발을 지속한 게 그 원인이었다.


만일 우리도 이러한 전철을 밟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조선왕릉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서 배제된다면, 법을 어겨가며 아파트를 지은 건설사 측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걸까.


그런데, 이 사안을 검토한 변호사들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취소는 상당한 사회적 문제를 낳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정작 국가(문화재청)가 나서 건설사 측에 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짚었다.


법률 자문
(왼쪽부터) 법무법인 고원 수원 분사무소의 이지영 변호사, 법률사무소 원탑의 권재성 변호사. /로톡뉴스·로톡DB
(왼쪽부터) 법무법인 고원 수원 분사무소의 이지영 변호사, 법률사무소 원탑의 권재성 변호사. /로톡뉴스·로톡DB


법무법인 고원 수원 분사무소의 이지영 변호사는 "신도시 같은 택지개발 사업은 건설사가 단독으로 추진하는 게 아니라, 관할 지자체와 행정청 등이 지구단위 계획을 세우고 검토하도록 돼 있다"고 개발 과정을 설명했다.


"또한 사업 규모에 따라선 국토교통부 장관이 택지개발 사업의 최종 승인을 하게 된다"며 "이런 과정을 거쳐 개발하는데, 뒤늦게 국가가 이런 손해를 입을 줄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이와 별개로, 손해배상을 받기 어려운 요소가 하나 더 있다. 이지영 변호사는 "상대방(건설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국가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취소에 대한 손해액을 특정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번처럼 '가치'가 훼손된 사건에선 이를 산정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원탑의 권재성 변호사도 동일한 의견이었다. 권 변호사는 "손해배상 청구를 하려면 ▲고의 또는 과실로 위법행위를 해서 ▲그로 인해 손해가 발생해야 하고 ▲구체적인 손해 액수도 특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조선왕릉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취소는 어떤 손해가 생긴 건지, 얼마를 손해액으로 볼지도 불분명한 상황"이라며 한계를 짚었다.


그러면서 명백한 문화재보호법 위반 행위에 한해서만 건설사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권 변호사는 말했다.


"국가나 지자체가 택지개발 허가를 내준 것과 별개로, 문화재보호법은 행위자(건설사)가 문화재청장에게 적법한 건설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이러한 의무를 소홀히 하고, 무허가로 아파트를 건설해 문화재의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했다면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권재성 변호사는 말했다.


허가 없이 문화재 현상을 변경하거나 보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를 한 경우,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문화재보호법 제99조).


정리하면, 무허가 아파트를 지은 건설사는 법을 어긴 부분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한다. 하지만 이번 일로 조선왕릉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서 제외된다고 해도, 이에 대한 책임을 모두 묻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기사는 로톡뉴스의 윤리강령에 부합하는 사실 확인을 거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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