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문학상 '보이콧' 왜 벌어졌나⋯ 변호사들이 본 '계약서 속 독소조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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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학상 '보이콧' 왜 벌어졌나⋯ 변호사들이 본 '계약서 속 독소조항'

2020. 01. 06 21:52 작성
안세연 인턴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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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우수상 선정 작가 3명 "의무 계약서가 부당하므로 상 받지 않겠다"

문제된 조항은 '수상작 저작권을 3년간 출판사에 양도한다'

변호사들이 말하는 세 가지 법적 포인트

지난해 '2019 제 43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하지만 올해에는 수상작가들의 수상 거부로 수상명단 발표가 무기한 미뤄졌다. /문학사상사

국내 문학상을 대표하는 '이상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작가들이 줄줄이 "상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올해 우수상으로 선정된 김금희⋅최은영⋅이기호 작가는 "상을 받으려면 무조건 써야 하는 '계약서'가 부당하다"며 수상을 거부했다.


문학상을 운영하는 출판사 문학사상사 측이 "문제가 된 규정을 삭제하겠다"며 한발 물러나며 사건이 일단락된 것처럼 보이지만, 대상 발표가 무기한 미뤄지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수상 작가들이 문제제기한 계약서에 어떤 '독소조항'이 있는지, 작가와 출판사의 갈등이 법정으로 치달을 경우 법원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알아봤다.


작가들이 "문제"라고 말한 조항은 '수상작 저작권 3년 양도'

작가들이 집단 반발한 조항은 "수상작 저작권을 3년간 출판사에 양도한다"는 부분이었다. 계약서에 따르면 수상 작가들은 수상작으로 선정된 작품을 다른 책에 3년간 실을 수 없다. 이런 금지 조항은 '작가 개인 단편집에 실을 때도 예외없다'고 알려지면서 수상 작가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Point ① 계약서가 불공정하므로 무효라고 할 수 있을까?


"자기 글을 자기 책에 실을 수 없다"는 해당 조항은 불공정해 보인다. 우리 법(민법 제104조)은 "지나치게 불공정한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하고 있다. 이 조항을 통해 계약서를 무효라고 볼 수 있을까.


변호사들 "무효가 되기는 어렵다"


변호사들은 "무효가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태일 최재윤 변호사는 "무효가 되려면 계약서의 내용 전체를 봤을 때 작가들의 급부(주는 것)가 반대급부(받는 것)에 비해 현저하게 불균형해야 하는데, 판례로 볼 때 이 정도 조항은 그렇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최 변호사는 "무효가 되려면 불공정 외에도 작가들의 궁박(窮迫⋅몹시 곤궁한 상태), 경솔 또는 무경험이 있어야 하고, 출판사가 이를 이용하려는 의사도 있어야 하는데 이 또한 인정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법률사무소 산음 김준희 변호사도 "무효 주장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Point ② 출판사가 계약서를 강요했다고 볼 수 있나?


지난해 수상 작가들은 출판사가 같은 계약 조건을 제시했을 때 거절하지 않고 수용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문학상인 이상문학상의 위치를 고려했을 때 본인 작품을 알릴 기회를 놓치게 된다는 '기회비용'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정 등에 비추어 볼 때 "출판사의 계약서 작성 요구는 강요"라는 주장은 법적으로 설득력이 있을까.


변호사들 "강요했다고 보기 어렵다"


변호사들은 "역시 어렵다"고 했다. 형법적 의미의 '강요'가 아니기 때문이다.


최재윤 변호사는 "형법상 강요죄(형법 제 324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경우 성립한다"며 "이 사건의 경우 폭행이나 협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작가들은 계약서 서명을 거부할 수 있고, 적극적으로 해당 조항의 삭제 또는 조항을 요청할 수 있다"며 "실제로 출판사도 해당 조항을 삭제하는 것으로 태도를 변경하였다"고 했다.


Point ③ 저작권을 양도하는 대가에 비해 상금이 너무 적지 않나?


대상을 제외한 이번 이상문학상 추천 우수작 상금은 각 100만원씩이었다. 이 때문에 "저작권을 양도하는 대가로 100만원은 너무 적지 않냐"는 지적도 있었다.


변호사들 "그렇다고 하더라도, 계약이라면 상관없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이 역시 문제 삼기 어렵다"고 했다.


김준희 변호사는 "양자간 합의만 있다면 저작권은 무료로도 양도가 가능하다"며 "이 때문에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때는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최재윤 변호사도 "저작권을 양도하는 대가로 이익이 얼마만큼 날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적정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방수란 변호사 "다만 '약관'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다만 법무법인 에스 방수란 변호사는 "해당 계약이 출판사가 미리 마련한 '약관'이라면 약관법에 따라 불공정약관에 해당하는 소지가 있다"며 "이렇게 된다면 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고 했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법)은 약관을 체결하는 당사자들에게 엄격한 공정성을 요구한다. 사업자가 소비자를 대상으로 거래할 때 그 지위를 남용하는 일을 방지하는 취지의 법률이기 때문이다. 약관법 제 6조는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은 공정성을 잃어 무효"라고 말한다.


이에 따라 방 변호사는 "수상금액이 3년간 저작권을 양도할 정도의 금액으로는 매우 부족해 보이는 점, 신인 작가가 이상문학상 수상을 거절하기 어려운 점 등으로 비추어 볼 때 해당 조항은 무효라는 주장이 가능하다"고 했다.


왼쪽부터 '법무법인 태일' 최재윤 변호사, '법률사무소 산음' 김준희 변호사, '법무법인 에스' 방수란 변호사/로톡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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