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계좌로 40억 꿀꺽"… 대전지검 직원 구속, 국고 환수·중형 불가피
"가족 계좌로 40억 꿀꺽"… 대전지검 직원 구속, 국고 환수·중형 불가피
디지털 예산 시스템의 허점 노린 '32개월의 범죄'
검찰 "가족 명의 은닉 재산도 끝까지 추적해 전액 환수"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법을 집행하는 검찰청 내부에서, 그것도 2년 8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국고 40억 원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외부인이 아닌, 매일 세입금을 관리하던 내부 직원 A씨였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을 증명하듯, 국가 예산 관리 시스템의 허점을 파고든 이번 사건은 그 대담함과 치밀함으로 충격을 주고 있다.
대전지검 형사4부는 지난 12일, 대전지검 서산지청 소속 공무원 A씨를 구속기소 했다. 혐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고 등 손실)이다.
A씨가 가족 명의 계좌로 빼돌린 금액은 무려 39억 9,600만 원에 달한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거액이 내부 감시망을 뚫고 한 개인의 주머니로 들어갈 수 있었을까.
"돌려줄 돈 있다" 시스템 조작해 가족 계좌로… 32개월의 범행
사건의 발단은 2023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산지청에서 세입 업무를 담당하던 A씨는 국가 재정 관리의 핵심인 '디지털 예산회계시스템'에 접속했다.
그의 주 업무는 벌금 등 국고로 들어온 돈을 관리하고, 착오로 더 낸 돈(과오납금)이 있을 경우 이를 민원인에게 반환하는 것이었다.
A씨는 이 시스템의 절차를 범죄 도구로 악용했다. 실제로는 돌려줄 과오납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반환해야 할 돈이 있는 것처럼 허위 정보를 시스템에 입력한 것이다.
범행은 2025년 12월까지 약 2년 8개월간 지속됐다. 시스템상에서 '반환금'으로 둔갑한 국고 40억 원은 민원인이 아닌, A씨 가족 명의의 계좌로 차곡차곡 이체됐다. 검찰청의 감시망이 작동하지 않는 사이, 국민의 혈세는 A씨 일가의 사금고로 흘러 들어갔다.
단순 횡령 아닌 '국고 손실죄'… 무기징역까지 가능한 중범죄
이번 사건의 법적 쟁점은 A씨에게 적용된 혐의가 단순한 업무상 횡령을 넘어선다는 점이다. 검찰은 A씨에게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고 등 손실)' 혐의를 적용했다.
이는 국가의 회계 사무를 처리하는 '회계관계직원'이 국고에 손실을 끼칠 것을 알면서 횡령을 저질렀을 때 적용되는 중범죄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피해 규모다. 현행법상 국고 손실액이 5억 원 이상일 경우, 법정형은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달한다. A씨의 편취액은 기준인 5억 원을 8배나 초과하는 40억 원대에 이르기 때문에,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중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A씨는 반환할 돈이 없다는 사실을 명백히 인지하고도 허위 처리를 감행했기에 '국고 손실의 고의성' 또한 뚜렷해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A씨가 초범이라 하더라도 피해 금액이 막대하고 범행 기간이 길어 실형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유사 판례로 본 법의 심판… "징역 5년 이상 실형 가능성"
과거 유사한 사건들의 판례를 보면 A씨의 운명을 가늠해 볼 수 있다. 법원은 공무원이 국고를 횡령한 사건에 대해 매우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왔다.
제주지방법원 판례(2013고단1465) 등에 따르면, 검찰 공무원이 공금을 횡령한 사건에서 법원은 범행의 반복성, 계획성, 그리고 피해 금액의 규모를 양형의 핵심 요소로 고려했다. 특히 범행 수법이 치밀하고 불량한 경우, 초범이라 할지라도 실형이 선고되는 경향이 짙다.
전문가들은 "피해액이 40억 원에 달하고 범행 기간이 장기적이라는 점은 피고인에게 매우 불리한 정상"이라며 "피해 회복 여부가 형량을 가르는 변수가 되겠지만, 기본적으로 징역 5년 이상의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빼돌린 돈, 끝까지 쫓는다"… 추징보전으로 환수 골든타임 확보
이제 남은 과제는 '사라진 돈'을 되찾는 것이다. A씨가 구속되었다고 해서 사건이 끝난 것은 아니다. 국민의 관심은 40억 원의 환수 여부에 쏠려 있다.
검찰은 즉각 '추징보전' 카드를 꺼내 들었다. 추징보전이란 범인이 불법으로 얻은 재산을 재판 도중에 처분하지 못하도록 묶어두는 조치다. 검찰 관계자는 "A씨의 차명재산 등을 끝까지 추적해 추징보전을 청구했다"며 범죄 수익 환수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
현행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은 범인 외의 제3자가 정황을 알면서 불법 재산을 취득한 경우 그 제3자에게도 추징을 집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가족 계좌로 흘러 들어간 돈 역시 환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향후 재판에서 추징 판결이 확정되면, 검찰은 압수·수색 등 강제 처분을 통해 은닉된 재산을 국고로 귀속시키는 절차를 밟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