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력하는 순간 징역 10년? 졸업증명서 위조 처벌 판례 총정리
출력하는 순간 징역 10년? 졸업증명서 위조 처벌 판례 총정리
국·공립학교냐 사립학교냐에 따라 처벌 수위 2배 차이
전자파일 전송 후 담당자가 출력하게 만들어도 공범으로 철퇴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취업의 문턱을 넘거나 대출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자신의 학력을 속이는 일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 구직자는 컴퓨터 '포토샵'이나 '그림판' 프로그램을 이용해 대학교 졸업증명서의 이름과 날짜를 감쪽같이 바꿨다. 이후 입사 지원을 위해 이 이미지 파일을 기업 인사담당자의 이메일로 전송했다.
또 다른 이는 학력 제한에 걸려 대출을 받지 못하자, 고등학교 졸업증명서를 위조해 은행 대출담당자에게 스마트폰으로 전송했다.
이들은 종이에 직접 위조를 한 것이 아니라 그저 컴퓨터 모니터와 스마트폰 화면에 띄워진 '전자파일'을 보냈을 뿐이니 큰 죄가 되지 않을 것이라 안심했을지 모른다.
기업 인사담당자와 은행 직원은 이메일을 열어 첨부된 위조 졸업증명서 파일을 확인했고, 업무 처리를 위해 복합기의 '인쇄'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바로 이 출력기에서 징~ 하고 종이가 빠져나오는 바로 그 순간, 단순한 꼼수 같았던 이들의 행동은 최대 징역 10년에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로 돌변했다.
"파일 전송은 무죄, 출력은 유죄?"… 법원을 가른 '종이 한 장'의 차이
이 기막힌 반전은 형법상 문서위조죄가 성립하기 위한 까다로운 요건에서 비롯된다. 법원은 졸업증명서를 조작해 만든 '이미지 파일' 그 자체는 시각적으로 이해할 수단일 뿐, 형법에서 말하는 '문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다(대법원 2019도8443 판결 등).
실제로 인터넷에서 위조를 의뢰해 졸업증명서 파일을 이메일로 전송받기만 한 사건에서 법원은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부산지방법원 2010노427 판결).
하지만 이 파일이 실물 종이로 '출력'되는 순간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본인이 직접 프린터로 인쇄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업 인사담당자나 채용 담당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그들로 하여금 위조된 파일을 인쇄하게 만든 경우에도 문서위조죄와 위조문서행사죄가 성립한다(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21고단113 판결).
자신이 손에 잉크를 묻히지 않았더라도, 타인을 이용해 가짜 서류를 물리적으로 탄생시킨 순간 무거운 형사처벌의 덫에 걸리게 되는 것이다.
서울대냐 연세대냐… 발급 주체 따라 징역형 수위 2배 뛰는 이유
출력된 위조 졸업증명서가 가져올 후폭풍은 졸업한(또는 졸업했다고 주장하는) 학교가 국·공립이냐 사립이냐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다. 형법은 문서를 발급한 주체에 따라 죄명과 형량을 엄격히 구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공립학교의 교장은 신분상 공무원에 해당한다. 따라서 서울대나 지역 국립대, 공립 고등학교의 졸업증명서를 위조하면 '공문서위조죄(형법 제225조)'가 적용되어 벌금형 없이 오직 10년 이하의 징역형으로만 처벌받는다.
반면 연세대나 고려대 같은 사립학교 교장 명의의 증명서는 '사문서'로 분류되어, 이를 위조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형법 제231조).
만약 증명서 하단에 찍힌 학교장의 직인(공인)까지 흉내 내어 위조했다면 공인위조죄까지 추가되어 처벌은 더욱 무거워진다.
취업 성공해도 '업무방해', 대출 받으면 '사기죄'… 꼬리 무는 범죄의 늪
위조된 졸업증명서로 원하는 바를 이루었다고 해서 범죄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범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된다. 위조된 서류를 회사에 제출해 채용 절차를 통과했다면, 문서위조죄 외에 회사의 정상적인 채용 업무를 방해한 '업무방해죄'가 추가로 성립한다(인천지방법원 2021고단2770 판결). 운 좋게 취업해 수년을 다녔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
대법원은 중학교 졸업자가 졸업증명서를 위조해 입사한 뒤 8년간 이를 숨기고 근무했음에도 징계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대법원 87다카3196 판결).
대출을 목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고등학교 졸업증명서를 위조해 대출담당자에게 보내 500만 원을 빌린 사건에서, 법원은 공인위조 및 행사죄뿐만 아니라 은행의 돈을 편취한 '사기죄'까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두 범죄가 각각 별개의 죄(실체적 경합관계)라고 보았으며, 죄질이 불량하다는 이유로 징역 6월의 실형을 선고해 피고인을 법정 구속했다(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18고단3495 판결).
졸업증명서를 위조하는 행위는 단순한 거짓말을 넘어 우리 사회의 객관적 신용과 근간을 무너뜨리는 심각한 범죄 행위다.
단지 전자파일 형태라고 해서, 혹은 범행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해서 법의 엄중한 심판을 피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취업이나 대출을 향한 한순간의 엇나간 욕심은 돌이킬 수 없는 전과 기록은 물론, 막대한 민·형사상 책임이라는 족쇄로 돌아오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