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딥페이크 처벌 비껴간 미성년 아이돌 합성물 구매… 변호사도 주목한 판결
[무죄] 딥페이크 처벌 비껴간 미성년 아이돌 합성물 구매… 변호사도 주목한 판결
2만 원에 거래된 ‘가짜 영상’의 함정
법원이 성착취물로 인정하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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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실존하는 미성년자 걸그룹 멤버들의 얼굴을 나체 사진 등에 합성한 이른바 ‘딥페이크’ 결과물을 돈을 주고 구입했음에도 형사 처벌을 면하게 된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방법원은 해당 사진들이 현행법상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의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디지털 합성 기술의 발전 속도를 기존 법령이 따라가지 못하는 법적 사각지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에 대해 임원재 변호사는 "현행 청소년성보호법상 성착취물의 정의가 '아동·청소년의 신체'를 물리적으로 이용한 경우로 한정되어 있어, AI 기술로 정교하게 생성된 합성물은 법망을 빠져나갈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텔레그램서 구매한 ‘미성년 아이돌 딥페이크’… 2만 원에 팔린 허위 영상물
사건의 피고인 A씨는 2024년 2월, 자신의 주거지에서 SNS를 통해 미성년 피해자들의 딥페이크 사진이 게시된다는 광고를 접했다. A씨는 판매자 D씨와 텔레그램 1대 1 채팅을 통해 합성 사진을 시청할 수 있는 ‘E’ 채널의 입장 링크를 구매하기로 마음먹었다.
A씨는 D씨에게 20,000원을 송금한 뒤 미성년 피해자들의 딥페이크 사진을 확인할 수 있는 인터넷 주소를 전송받았다. 검찰은 A씨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임을 알면서도 이를 구입했다는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당시 이 사건은 미성년 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물 구매라는 점에서 엄중한 처벌이 예상됐다.
“실제 신체 이용 안 했다”… 죄형법정주의 내세운 법원의 엄격한 해석
수원지방법원 제15형사부(재판장 정윤섭)는 2025. 7. 17. 선고된 판결(2025고합304)에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핵심 근거는 해당 사진들이 청소년성보호법상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재판부는 우선 성착취물이 되려면 실존 인물인 아동·청소년이 신체를 물리적으로 사용하여 성적 행위를 하는 모습이 표현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 사진들은 미성년자의 얼굴 이미지만을 이용했을 뿐, 그들의 신체가 실제 성적 행위의 대상으로 이용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임원재 변호사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라 법 조항에 명시되지 않은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법령을 유추 해석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된다"며 "이번 판결은 딥페이크 기술의 특수성보다 법의 엄격한 문구 해석에 우선순위를 둔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법원은 얼굴이 미성년자일지라도 합성된 몸 자체가 성인 여성의 것이라면 이를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경우’로 확장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형벌법규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유추해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법리적 판단이다.
“일반인이 봐도 합성인 것 알 수 있어”… 성착취물 부정의 또 다른 근거
또한 법원은 이 사진들이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표현물’인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재판부는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이유를 들었다.
피해자들이 속한 걸그룹 내에 성인과 미성년자가 섞여 있어 일반인이 누가 미성년자인지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
합성된 신체 부위의 발육 상태가 아동·청소년의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교복 등 미성년임을 암시하는 정보도 부족하다.
얼굴과 몸의 비율, 피부색 등의 부조화로 인해 일반인이 보기에 합성물임을 비교적 쉽게 알아챌 수 있는 수준이다.
일반인이 실제 미성년자로 착각하거나 미성년자가 성적 행위를 하는 것으로 인지할 수준에 이르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피고인 A씨가 특별히 나이에 주목하지 않고 걸그룹의 합성 사진을 구매했을 뿐이며, 그중 우연히 미성년 멤버의 사진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지었다.
법적 사각지대 확인… 무죄 판결이 남긴 과제
이번 판결은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허위 영상물 제작 및 유포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아청법’ 적용이 기술의 진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재판부는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보아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며 재판을 마무리했다.
이러한 법리적 쟁점은 향후 딥페이크 관련 범죄 재판에서 변호사와 검찰 간의 치열한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법적 공백을 메우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임원재 변호사는 "피해자의 인격권 침해는 실질적이지만 이를 처벌할 명확한 법적 근거가 미비한 상황"이라며 "딥페이크를 이용한 성적 허위물 구입 및 소지 행위에 대해 처벌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입법 보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유사한 판결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