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핑계 갱신 거절" 임대인, '4천2백만원' 배상 확정
"실거주 핑계 갱신 거절" 임대인, '4천2백만원' 배상 확정
비난 가능성 감소 vs. 범죄의 중대성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은 임대인 A와 임차인 B이다.
B는 2019년 5월 A 소유의 아파트에 대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2021년 5월까지 거주했다. 임대차 기간 만료를 앞둔 2021년 1월경, 임대인 A는 임차인 B에게 "본인이 실제 거주할 것"임을 이유로 임대차 계약 갱신을 거절했다.
이에 B는 갱신을 포기하고 계약 만료일 전에 아파트에서 퇴거했다.
그러나 A는 B가 퇴거한 지 불과 약 4개월 후인 2021년 9월 8일, 제3자와 새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해당 아파트를 다시 임대했다.
새로운 임대차 계약은 2년(2021. 9. 9. ~ 2023. 9. 8.)으로, 월 임료가 200만 원으로 책정됐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임차인 B는 "A가 실거주 의무를 지키지 않고 제3자에게 임대하여 손해를 입었다"며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5항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갱신 요구' 없었어도 배상 책임은 유효? 법적 쟁점은?
임대인 A는 소송 과정에서 두 가지 주장을 펼쳤다.
첫째, "임차인 B가 명시적으로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한 사실이 없으므로,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5항(임대인의 손해배상책임)이 적용될 수 없다."
둘째, "실거주하지 못하고 제3자에게 임대한 것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임차인의 계약 갱신 요구 유무와 임대인의 '정당한 사유' 여부를 집중적으로 심리했다.
1. "임차인의 명시적 갱신요구 없어도 임대인 배상 책임 성립한다"
법원은 임대인 A의 선제적인 갱신 거절로 인해 임차인 B가 갱신요구권 행사 기회를 상실했거나 단념했다고 봤다.
- 법원의 판단: 임대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선제적으로 갱신을 거절하여 임대차 연장의 효과가 차단되면, 임차인은 갱신요구권 행사 기회를 곧바로 상실하게 된다. 하지만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의 갱신요구권을 강하게 보호하려는 취지이므로, 이 경우 임차인의 갱신요구권 행사가 없었음을 들어 임대인의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다면 법의 취지가 몰각된다고 지적했다.
- A의 책임 인정 근거: 해당 법조문은 임대인의 '갱신 거절'과 '제3자에 대한 임대'를 손해배상 성립 요건으로 규정할 뿐, 임차인의 '갱신 요구 행사'를 명시적인 성립 요건으로 두고 있지 않다. 또한, B가 A의 갱신 거절 이전에 이미 계약 갱신을 바라고 있었음이 문자 메시지 등의 증거로 인정됐다.
2. '실거주 무산' 정당한 사유? 자녀 전학 불발은 인정 안 돼
임대인 A는 실거주 불가 사유로 "딸 D를 가까운 고등학교에 진학시키려 했으나 성적이 좋지 않아 제주도 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되면서 실거주 계획에 차질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실제로 실거주 의사가 진실했음을 내부 수리 및 가전제품 구입 정황을 들어 뒷받침하려 했다.
법원의 판단: 법이 인정하는 '정당한 사유'란 갱신 거절 당시에는 예측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을 의미한다.
A가 제3자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시점(2021. 9. 8.)은 딸 D의 최종 성적이 통보된 시점보다 빨랐던 점.
A가 제3자와 계약 체결 불과 10여 일 전에 가전제품을 설치한 것은 원활한 임대차 계약을 위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내부 수리 및 가전제품 설치 비용(약 270만 원)이 대수선에 준하는 정도의 불가피한 지출로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법원은 A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예측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인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계약갱신요구권' 위헌 아냐! 헌법재판소의 최종 합헌 결정
한편, 임대인 A는 항소심(의정부지방법원 2023나203178)에서 패소한 이후,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계약갱신요구권 및 손해배상 조항)이 임대인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 2024헌바260 결정).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025년 10월 23일, 심판 대상이 된 주택임대차보호법 조항들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하며 임대인의 청구를 기각했다.
- 헌재의 판단: 주거의 안정은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며,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보장하려는 입법 목적은 정당하다. 계약갱신요구권은 행사 기간과 횟수가 제한되고, 임대인이 갱신 거절을 할 수 있는 사유도 마련되어 있어 임대인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볼 수 없다.
- 손해배상액 산정 합헌: 특히, '임대인이 제3자에게 임대하여 얻은 환산월차임과 갱신 거절 당시 환산월차임 간 차액의 2년분에 해당하는 금액'을 손해배상액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서도, 이는 갱신 거절 남용을 방지하고 임차인의 피해 구제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며, 임대인의 재산권에 대한 제한이 과도하다고 보지 않았다.
판결의 결과: 임대인, 최소 손해배상액 4,200만 원 지급 확정
법원은 임대인 A의 항소를 기각하고, B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제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 판결 확정액: A는 B에게 청구금액인 42,062,510원 및 지연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이 금액은 법정 손해배상액 산정 기준(갱신 거절 당시 월차임의 3개월분, 차액의 2년분, 임차인이 입은 실제 손해액 중 큰 금액) 중 차액의 2년분에 해당한다.
이번 판결은 임대인이 실거주 의사를 밝혀 임차인을 내보낸 후, 계획이 변경되었다는 모호한 이유만으로는 '정당한 사유'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나아가 임차인이 명시적으로 갱신요구를 하지 않았더라도 임대인의 선제적 거절이 있었다면 손해배상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법리를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주택 임차인의 계약갱신 기대권을 강력하게 보호하는 중요한 판례로 남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