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때문에 불임됐다" 주장⋯ '민간병원 6회, 군의관 5회' 진료가 그에게 불리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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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때문에 불임됐다" 주장⋯ '민간병원 6회, 군의관 5회' 진료가 그에게 불리한 이유

2020. 02. 07 19:22 작성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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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 염증 진단 받고, 한 달 만에 불임 판정 받은 군인

"군대가 책임져야" vs. "충분한 조치 취했다" 진실공방

한겨레의 지난 6일 보도에 따르면, 육군 일병 A씨는 군에서 자신의 치료에 대한 별다른 조치를 해주지 않아 고환염이 불임으로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해당 이미지는 사건과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코리아

고환에 염증 발생 →고환에 혹 발견→전립선까지 염증 확대→불임(무정자증) 판정


한 군인의 몸에서 한 달 만에 벌어진 변화다. '염증이 불임이 될 때까지 어떻게 몰랐을까'라는 의문이 들지만, 실제 일어난 사건이다.


한겨레의 지난 6일 보도에 따르면, 육군 일병 A씨는 지난해 12월 고환 통증 때문에 최초로 방문한 민간 비뇨기과 병원에서 부고환에 염증이 생겼다는 '급성부고환염' 진단을 받았다. 고환 뒤에 있는 '부고환'은 고환에서 생성된 정자가 성장하는 기관이다.


A씨는 군에서 자신의 치료에 대한 별다른 조치를 해주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고환염이 불임이 된 책임은 군에게 있다는 입장이다. A씨는 군에게 그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A씨의 주장은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군 관련 사건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에게 자문을 받아봤다.


염증 진단 한 달 만에 불임 판정받은 군인

A씨는 부고환염 진단을 받은 이후 몇 차례 다른 비뇨기과들을 찾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A씨의 진단명은 달라졌다. 고환에 혹이 생기더니 전립선염 진단을 받았다. 몸이 계속 아파 찾아간 정형외과에서는 A씨의 골반이 틀어지고 인대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A씨는 중대장 등의 군 관계자에게 이런 사실을 보고했다. 그러나 그사이에 적극적인 치료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군에서 A씨를 훈련과 등산에 예외 없이 참석하게 했기 때문이다. 의사들이 "무리한 운동 피하고 쉬어야 한다"거나 "큰 병원에 가라"고 조언했지만 A씨는 진통제를 먹고 참았다고 말했다.


걷기 힘들 정도의 고통이었다는 A씨. 결국 지난 1월에 국군수도병원에서 불임 판정을 받았다. 군의관은 2주만 빨리 왔으면 불임은 막을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병원에선 A씨에게 전역 대상 판정도 내렸다.


A씨는 군의 방치 때문에 병이 악화됐으니 군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한다. 반면 육군본부 관계자는 진료를 충분히 받을 수 있게 했다며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둘 사이의 진실 공방은 어떻게 될까.


軍 출신 변호사 "'진료 요청'이 무시당했다는 것 입증해야"

국방부 검찰단에서 오래 근무한 '법무법인 보인'의 천창수 변호사는 A씨가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면, 몇 가지 확실히 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법무법인 보인'의 천창수 변호사. /로톡 DB
'법무법인 보인'의 천창수 변호사. /로톡 DB


천 변호사는 "(군에서 할 수 있는 조치로) 훈련 열외, 상급 병원 진료 등이 있을 것"이라며 "A씨 주장이 신빙성을 가지려면 (군에) 병원 진료 요청을 했다는 기록과 이를 무시당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아픈 A씨는 ①군에 진료 요청을 했어야 한다. 그런데 ②A씨의 요청을 받고도 군이 묵살했다고 입증한다면 군에 불임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


A씨는 비뇨기과 의사에게 "무리한 운동을 피하고 보호조처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진단서를 받고 그 내용을 군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병원의 진단서는 군의관이 군인의 상태를 판단하는 데 참고가 되는 자료다.


이때 A씨 상관이 이 진단서를 묵살했다면 A씨 주장에 힘이 실린다.


그러나 육군본부 관계자는 "A씨가 민간 비뇨기과 진료 등을 충분히 받게 해줬다"며 "A씨는 지난해 12월부터 한 달 동안 민간병원 6차례, 군의관 진단 5차례를 받았다"고 밝혔다.


의료 전담 변호사 "A씨의 질병이 지병이 아니라는 점 등을 소명해야"

의료 분야 사건을 많이 다뤄본 '법무법인 다움'의 이성준 변호사도 A씨가 입증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다움'의 이성준 변호사. /로톡DB
'법무법인 다움'의 이성준 변호사. /로톡DB


이 변호사는 "급성부고환염 등 고환 부위 질환의 경우 신속하게 수술과 처치를 받지 않으면 고환 위축과 무정자증 등 악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치료 지연에 따른 악화를 충분히 주장할 수 있는 질환"이라면서도 "다만 군부대(국가)에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급성부환염의 발생이 입대 전에 갖고 있던 지병 또는 휴가 중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잘 소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씨의 질병이 군복무 또는 훈련 등과 인과관계가 있다는 것이 입증돼야 군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부대 내에서 고의적이거나 부당하게 치료를 방해했다고 구체적으로 입증할 수 있다면 상급자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치료하게 해달라" 요청 묵살했다면 '직무유기'

A씨가 ①과 ②를 모두 입증했다면 군은 어떤 책임을 질까.


천 변호사는 "만약 병사의 적극적인 고통 호소와 진료 요청을 받았음에도 이를 묵인했다면 직무유기죄가 검토될 수 있고 사실이라면 처벌된다"고 했다.


군인이 질병으로 고통받고 병원 진료 요청을 하면 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군의 업무 중 하나다. 실제로 이를 다하지 않아 처벌받은 사례가 있다.


고(故) 노충국씨 사건이다. 지난 2005년, 노씨는 군 제대 2개월을 앞두고 군 병원에서 위궤양 진단을 받았다. 그러다 전역 보름만에 찾은 서울의 한 병원에서 위암 말기 판정을 받고 숨졌다. 국방부는 조사 결과 군이 노씨의 위암을 판단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노씨를 진료한 군의관을 처벌했다. 노씨에 대한 진료기록지 조작도 있었는데 이를 보고받았던 국군광주병원장은 보직해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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