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재 '갑질 논란'⋯비난의 대상이 될 순 있지만, 법적 처벌 대상이 될 순 없다
이순재 '갑질 논란'⋯비난의 대상이 될 순 있지만, 법적 처벌 대상이 될 순 없다
전(前) 매니저가 폭로한 이순재 갑질 논란 "머슴 수준으로 생각했다"
업무 외 일 지시에 문제제기하자⋯"이전 매니저들도 다 했다" 관행처럼 여겨
변호사들 "이순재에게 근로기준법상 책임 묻기 어렵다"

올곧고 대쪽 같은 언행, 후배에게 귀감이 되고 모범이 되는 원로배우. 배우 생활 64년 만에 이순재가 갑질 논란에 휩싸이며 깊은 수렁에 빠졌다. /연합뉴스
"매니저가 아니라, 거의 머슴 수준이었다."
올곧고 대쪽 같은 언행, 후배에게 귀감이 되고 모범이 되는 원로배우. 평소 이순재의 이미지다. 그런 그가 배우 생활 64년 만에 깊은 수렁에 빠졌다. '갑질 논란'이다. 관련 녹음 파일까지 공개되며, 인터넷에 지탄이 쏟아졌다. 이대로 가다간 그동안 쌓아온 명예에 큰 흠집이 날 수 있는 사안이다.
폭로한 당사자는 과거 매니저로 일했던 A씨. 그는 계약서도 쓰지 못한 채로 거의 쉬지 못하고 일했다고 했다. 이순재 집의 허드렛일도 도맡아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순재 측은 A씨를 고용한 건 이순재가 아니기 때문에 법적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변호사들도 이에 동의했다. 대중의 비난 수위는 한없이 높아져 있지만, 법적으로만 보면 이순재가 책임질 일은 거의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어떤 이유인지 분석해 봤다.
① 분리수거 등 이순재의 집안 허드렛일까지 했다
매니저로 일하는 동안 A씨는 이순재 아내 등 가족의 잡다한 심부름을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분리수거, 배달된 생수통 옮기기 등 매니저 본연의 업무로 보긴 어려운 부분이었다. 이순재 아내는 "내 이야기가 법이야"라며 지시하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순재의 딸은 A씨에게 KTX 예매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A씨가 문제 제기하자 이순재는 "(이전 매니저들도) 추가 근무를 하지만 감안해서 (집안일까지) 다 도와줬단 말이야"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일종의 '관행'처럼 여겼던 것이다.
② 과중한 업무였고, 추가근무수당도 없는 불공평한 노동이었다
또한, A씨는 두 달간 근무하며 쉰 날이 5일뿐이라고 했다. 평균 주 55시간 넘게 일했지만, 추가근무수당은 없었다.
회사는 A씨를 고용하면서,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았다. 따라서 A씨는 계약서를 토대로 부당한 업무를 거부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변호사들은 갑질 논란은 '회사와 해결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해결을 봐야할 당사자에서 이순재는 빠져있다. A씨가 이순재의 지휘와 감독을 받는 업무를 했더라도, 그가 매니저 업무 계약을 한 건 이순재가 아닌 회사기 때문이다.
특히 A씨가 공개한 녹취록에는 회사 대표가 "너의 직속 상관은 분명히 나"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다.
법률 자문

법무법인 이평의 양지웅 변호사는 "해당 발언으로 보아 회사가 매니저의 지휘·감독 관계에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에 따라 A씨의 업무 외 일(①)에 대한 수당은 회사에서 받아야 한다"고 했다.
법무법인(유) 에이스의 옥민석 변호사도 "매니저가 업무 외 일을 했다는 점을 입증하면, 회사에 추가 수당을 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때 근무 일지는 그 증거자료가 될 수 있다. 지난 29일 SBS 보도에 따르면 A씨는 근무 일지를 작성했다. 법무법인 참진의 이홍걸 변호사는 "근무 일지는 실무상 실제 근로시간을 입증하는 중요한 자료"라며 "근무 일지에 근거해 못 받은 임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A씨가 근무했던 회사는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A씨는 추가근무수당을 받기 어렵게 된다. 양 변호사는 "근로기준법 제56조에 따라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은 5인 미만의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며 "기본급이 미지급된 경우에는 청구할 수 있지만 이외의 수당 등은 청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 제76조의 2(직장 내 괴롭힘)에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이순재의 갑질 등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A씨가 이순재에게서 보상을 받을 방법이 전혀 없는 걸까. 변호사들은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건 가능하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옥민석 변호사는 "이순재 측을 상대로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면서도 "강압적으로 일을 시킨 경우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업무의 '강압성'을 입증할 수 있어야 손해배상청구를 해볼 수 있다는 말이다.
양지웅 변호사는 A씨가 보상받기는 어렵다고 예상했다. 양 변호사는 "이순재를 회사 대표의 상급자 또는 실질적 사용자로 인정하기 어려운 이상, 이순재가 근로기준법에 근거한 책임을 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순재 또는 회사에게 업무 외 일을 시킨 부분을 보상받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홍걸 변호사 또한 "판례는 보통 채용 과정에서의 역할과 임금 결정권, 사실상의 지휘·감독의 존재등을 기준으로 사용자를 판단한다"며 "(이런 내용을 토대로) 이순재가 A씨의 사용자라고 인정돼야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