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침략 도운 '친일파'를 공식 블로그에 '독립운동가'로 올렸다⋯ 안양시의 치명적 실수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일제 침략 도운 '친일파'를 공식 블로그에 '독립운동가'로 올렸다⋯ 안양시의 치명적 실수

2026. 08. 14 09:01 작성2026. 08. 14 11:23 수정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안양시, '친일 행적' 안상호를 독립운동가로 소개

"공공 기록물 부실 검증의 민낯"

경기 안양시 공식 블로그가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인물을 독립운동가로 소개했다가 해당 게시물을 비공개 처리했다. 사진은 배우 하영의 모습. /연합뉴스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인물을 독립운동가로 포장해 지자체 공식 블로그에 게재한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공공기관의 허술한 사실 확인과 빈약한 역사의식이 빚어낸 참사다.


문제가 된 곳은 경기 안양시가 운영하는 공식 소셜 미디어다. 지난 2020년, 안양시는 블로그를 통해 의사 안상호(배우 하영의 증조부)를 지역의 독립운동가로 소개했다.


해당 글에는 "안양의 독립운동가가 이리도 많다니, 자신의 영역에서도 독립운동을 펼칠 수 있다는 걸 느끼게 해준 인물"이라는 극찬이 적혀 있었다.


하지만 안상호는 일제 침략 전쟁에 적극적으로 협력한 관변 단체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는 친일파다. 어떻게 지자체의 공식 채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


안양시 "시민 기자단이 작성⋯정확한 검증 쉽지 않았을 것"


1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유승민 작가의 취재에 따르면, 해당 글은 시에서 선정한 시민 기자단이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양시 담당자는 "검수를 하기는 하는데, 자료로는 정확하게 검증하거나 찾기가 쉽지는 않았을 거라고 판단한다"고 해명했다.


작성자가 명시한 출처는 역사학자와 전문가들이 집필해 시청과 도서관 등에 비치한 공식 기록물인 '안양시사'였다.


하지만 유 작가가 직접 확인한 결과, 작성자가 지목한 해당 장에는 안상호의 이름조차 없었다. 지역 인물을 소개한 제6장에 이르러서야 '항일 의식이 강하다'는 표현과 함께 안상호가 등장했다.


출처의 출처를 쫓다 발견한 '진짜 친일파'의 이름


안양시사의 잘못된 기록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안양시사는 경기도에서 편찬한 '경기인물사전(2006)'과 김두종 박사의 '한국의학사(1966)'를 출처로 삼았다.


하지만 서울대 의과대학 황상익 명예교수와 함께 '한국의학사'를 뒤져본 결과, 안상호가 네 차례 언급되긴 했으나 항일 민족의식과 관련된 내용은 전무했다.


황 교수가 추정한 왜곡의 진짜 뿌리는 정구충 박사가 1985년에 쓴 '한국 의학의 개척자'라는 책이었다. 이 책에는 안상호가 '항일 의식으로 의사 연구회에서 부회장으로 활동했다'고 적혀 있었다.


충격적인 사실은 따로 있다. 유승민 작가는 "정구충 박사가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인물"이라고 밝혔다.


결국, 친일 행적을 한 인물이 쓴 근거 없는 글을 바탕으로, 또 다른 친일파가 지자체의 공식 역사서와 블로그를 통해 독립운동가로 둔갑한 셈이다.


현재 안양시 블로그의 해당 게시물은 비공개 처리된 상태다. 하지만 공공 도서관 등에 배포된 역사 기록물의 오류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유승민 작가는 "이 모든 것이 우리가 공적 관심이 부족했다는 방증"이라며 "출처 확인이나 자료 조사가 미흡했다는 지적을 넘어, 평소 독립운동이나 친일 문제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았나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