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앞둔 고3, 텔레그램서 야동 받았다?...AI 답변 믿고 자수해야할까
수능 앞둔 고3, 텔레그램서 야동 받았다?...AI 답변 믿고 자수해야할까
외국인과 1대1 채팅으로 아청물 다운로드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고3 수험생 A씨는 최근 텔레그램으로 받은 영상 하나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별생각 없이 내려받은 영상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아청물)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처벌이 두려워졌기 때문이다.
A씨는 인공지능(AI) 챗봇에 다급히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한 챗봇은 '내일 새벽 경찰이 압수수색을 올 것'이라며 파일을 지우고 자수하라고 했고, 다른 챗봇은 증거 인멸이 될 수 있으니 지우지 말라고 답했다.
정반대의 조언에 A씨의 혼란은 더 커졌다. 1대1 채팅으로 받은 아청물, 정말 발각될까? 챗봇의 말대로 파일을 지우고 자수하는 게 맞을까?
'내일 새벽 압수수색'…AI 챗봇의 공포 마케팅, 믿어도 되나
A씨는 최근 텔레그램 1대1 채팅방에서 외국인이 보낸 영상과 압축파일을 내려받았다. 상대방은 곧바로 계정을 탈퇴하고 사라졌다. 뒤늦게 해당 파일이 아청물일 수 있다는 생각에 미친 A씨는 챗GPT와 그록(Grok) 등 AI 챗봇에 처벌 가능성을 물었다.
챗봇들의 답변은 충격적이었다. 둘 다 '잡힐 확률이 높다'고 답했고, 특히 그록은 '내일 새벽 경찰이 압수수색을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도 '오늘 안에 파일을 지우고 자진신고하면 조사 없이 기소유예를 받을 것'이라는 조언을 덧붙였다. 반면 챗GPT는 파일 삭제가 증거 인멸이 될 수 있다며 변호사 상담을 권했다.
변호사들은 AI 챗봇의 답변은 법률적 근거가 부족하므로 절대 신뢰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법률사무소 새율의 최성현 변호사는 "13년간 경찰로 근무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내일 새벽 압수수색'이나 '자진신고하면 기소유예' 같은 말은 근거 없는 내용"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AI의 답변은 법률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법률사무소 오율 전경석 변호사 역시 "챗GPT나 그록의 경우 법률 상담을 해도 정확한 정보를 얻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1대1 채팅으로 받은 아청물, 처벌 가능성은?
결론부터 말하면 A씨가 당장 수사받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변호사들의 중론이다. A씨의 경우처럼 외국인과의 1대1 대화로 아청물을 받고 상대가 계정을 탈퇴했다면, 상대방이 검거되거나 제3자의 신고가 없는 한 수사기관이 이를 인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오른 백창협 변호사는 "누군가의 고발이 없는 이상 사건화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법률사무소 민앤정 권민정 변호사도 "처벌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분석했다.
다만 어떤 경로로든 아청물을 소지한 행위 자체는 범죄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법무법인 에스 서초 임태호 변호사는 "아청물 소지는 1대1 채팅과는 전혀 연관이 없다"며 "어떤 경로를 통했건 아청물임을 알면서 영상을 받아 소지하거나 시청했다면 처벌 대상"이라고 밝혔다.
파일 삭제 vs 자진 신고
그렇다면 A씨는 파일을 지워야 할까, 아니면 자수를 해야 할까. 변호사들의 의견은 갈렸다.
백창협 변호사는 "해당 파일은 삭제하라"고 조언했다. 반면 자진 신고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최성현 변호사는 "자진 신고는 정황에 따라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수사의 단초를 제공할 수도 있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경석 변호사도 "지금 상황에서 자진 신고를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법무법인 하신 김정중 변호사는 "자수를 하는 경우 많은 감형을 받을 수 있긴 하지만, 죄질이 매우 중하므로 변호인의 상담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결국 변호사들은 당장 수사 가능성이 낮은 만큼, A씨가 과도한 불안에 시달리기보다 학업에 집중할 것을 권했다. 전경석 변호사는 "수능이 얼마 안 남았다면 너무 걱정하지 말고 시험 대비에 집중하는 것을 권해드린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