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하상가 데이트폭력' 남성에 특수폭행 적용될까? 비슷한 판결문 3건 확인해보니
'부산 지하상가 데이트폭력' 남성에 특수폭행 적용될까? 비슷한 판결문 3건 확인해보니
위험한 물건으로 사람을 폭행하면 '특수폭행'⋯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처벌

정신을 잃고 넘어져 있는 여자친구의 얼굴을 발로 걷어차는 등 무차별적인 폭행 CCTV 화면이 공개되면서 많은 공분을 산 '부산 데이트 폭력' 사건. 피해 여성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그래도 남성은 처벌될 확률이 높아 보인다. /페이스북 '김해대신말해줘' 캡처⋅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며칠째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한 '부산 데이트폭력' 사건. 정신을 잃고 넘어져 있는 여자친구의 얼굴을 발로 걷어찬 폭행 장면도 충격적이었지만,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사건을 아예 접수하지 않았다는 점이 더 충격을 줬다.
CC(폐쇄회로)TV가 공개되고 논란이 커지자 경찰은 "여성이 신고를 원치 않아 남성을 입건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전담팀을 꾸려 엄정히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부랴부랴 밝혔다.
하지만, 여성이 남성의 처벌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수사하지 않았다는 점은 여전히 논란이다.
이런 사건 처리라면 앞으로도 피해 여성의 의사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인 이상, 수사를 추가로 진행해봤자 달라지는 게 없는 건 아닐까.
로톡뉴스가 최근 판결문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남성은 처벌될 확률이 매우 높다. 그가 '휴대전화'를 이용해 때린 것에 특수폭행 혐의를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혐의는 피해자의 처벌 의사와 상관없이 처벌된다.
인터넷에 공개된 CCTV는 7일 오전 1시 12분 57초부터 13분 56초까지 부산 북구 덕천동 도시철도 2호선 덕천지하상가 통로를 찍은 영상이다.
한 여성이 앞서가는 남성을 쫓아 왔고 말다툼을 벌이다 몸싸움을 시작한다. 남성은 여성의 뺨을 때렸고 여성 또한 발로 남성의 배를 찼다. 하지만 이내 남성의 일방적인 폭행으로 변했다. 남성은 양손을 크게 휘둘러 여성의 얼굴을 가격했고, 휘청이던 여성은 쓰러진다. 그러자 남성은 여성 위에 걸어앉아 휴대전화로 여성의 얼굴을 수차례 내려찍고, 발로 얼굴을 찼다.
이후 남성은 실신한 채 쓰러진 여자를 그대로 놔두고 핸드폰을 보면서 떠나버렸다.
당시 관제실에서 CCTV로 이 장면을 보고 있던 직원이 112에 신고해 경찰이 출동했지만, 사건은 접수조차 되지 않았다. 현장에서 피해자가 "신고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는 이유에서다.
최초 출동 당시 경찰은 이 사건을 '단순폭행 사건'으로 판단했다. 우리 형법(제260조 제3항)은 단순폭행의 경우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할 경우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이 단순폭행 사건이라면, "신고를 원치 않는다"는 피해 여성의 발언에 따라 입건을 하지 않은 건 당연한 결론이다.
하지만 특수폭행으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변호사들은 휴대전화로 실신한 여성의 얼굴을 내리친 행위는 '특수폭행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보았다.
우리 형법은 '위험한 물건'을 사용해 폭행을 저지른 경우 (단순폭행죄가 아닌) 특수폭행죄를 적용하는데, 휴대전화를 '위험한 물건'으로 본다면 특수폭행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 혐의는 피해자의 처벌 의사와 별개다.
법원도 비슷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로톡뉴스가 최근 판례를 분석한 결과, 휴대전화가 '위험한 물건'에 해당한다고 본 법원의 판례만 3건이 있었다. 세 건 모두 "휴대전화가 사회통념상 흉기가 아니더라도, 상대의 신체에 해를 가했다면 '위험한 물건'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로 법원이 판결했다.
내구성이 강하고 각진 모서리를 가진 휴대전화의 특성상, 폭행에 사용되면 심각한 해를 가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2018년 11월 수원지법은 상대방 머리를 휴대전화로 내리쳐 다치게 한 20대 남성에게 "위험한 물건을 휘둘러 사람을 다치게 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휴대전화가 일상생활에서 널리 사용되는 물건이지만, 폭행의 도구로 사용될 경우 상대방의 생명·신체에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에도 폭행에 사용한 휴대전화가 '위험한 물건'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있었다. 수원지법과 서울지법의 판결이다.
당시 재판부는 "휴대전화 모서리로 사람의 머리·얼굴 부위를 내려치는 경우 상대방이나 제3자가 실상의 위험을 느낄 수 있음은 경험칙에 속한다"고 판시했다.
형법이 규정한 '위험한 물건'은 사회 통념상 사용했을 때 상대방이나 제3자가 실상의 위험을 느낄 수 있는 물건인지 판단해야 하는데, 이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이 3건 모두 혐의가 인정돼 '집행유예' 또는 '실형'이 나왔다.
상해 혐의를 적용하는 방법도 있다. 남성은 여성이 정신을 잃을 정도로 폭행을 가했기 때문에, 그 피해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법원의 판례는 "자연 치유될 수 있는 정도라면 폭행, 그걸 초과한다면 상해"라는 기준을 갖고 있다.
실무적으로는 통상 전치 3주의 상해진단서가 발부되면 상해를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한다. 때에 따라서는 전치 2주여도 상해 혐의가 적용되기도 한다.
상해 혐의 역시 특수폭행죄와 마찬가지로 피해자의 처벌 의사와 무관하게 처벌이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