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목발 없인 서 있기도 힘든데" 폭행 가능했을까... 법원 판단은
[무죄] "목발 없인 서 있기도 힘든데" 폭행 가능했을까... 법원 판단은
피해자 "머리로 밀었다", "무릎으로 쳤다" 진술 번복
법원 "거동 힘든 피고인 신체 조건상 납득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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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야 이 개XX야!"
지난 6월 17일 저녁, 경기도 파주의 한 아파트 사회복지관 앞에서 고성이 오갔다.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피고인 A씨는 벤치에 앉아 있던 67세 남성 B씨에게 다가가 욕설을 퍼붓고 발로 B씨의 발을 2회 걷어찼다. 혐의는 폭행이었다.
하지만 지난 11월 26일,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이정훈 판사는 이 사건에 대해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욕설이 오간 소란스러웠던 그 날 저녁, 법원은 왜 A씨의 손을 들어줬을까.
"머리로 밀었다" vs "무릎으로 쳤다"... 춤추는 피해자의 기억
재판부가 주목한 건 피해자 B씨의 말이었다. 피해를 당했다는 그의 진술이 수사 단계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마치 널뛰기하듯 계속 바뀌었기 때문이다.
사건 직후 출동한 경찰에게 B씨는 "A씨가 목발로 내 발등을 치고, 머리로 밀어 나를 넘어뜨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필 진술서에는 "무릎으로 쳐서 넘어졌다"고 말을 바꿨다.
이후 경찰 조사에서는 "발로 내 운동화를 툭툭 차고 무릎으로 허리를 가격했다"고 주장하더니, 정작 재판장에 증인으로 나와서는 "지팡이로 발을 때려서 넘어졌다. 무릎으로 허리를 찼다"고 또다시 말을 바꿨다.
때린 도구가 목발인지, 무릎인지, 지팡이인지, 아니면 머리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판사 "목발 없인 서 있기도 힘든데..."
무엇보다 법원은 피고인 A씨의 신체적 조건에 주목했다. A씨는 어릴 때부터 소아마비를 앓아 목발 없이는 거동이 불편한 상태였다.
재판을 맡은 이정훈 판사는 "당시 피해자는 벤치에 앉아 있었고, 피고인은 양팔에 목발을 짚고 서 있었다"며 "목발을 이용하지 않고는 거동이 어려운 피고인이 머리로 피해자를 밀거나 무릎으로 허리를 가격했다는 진술은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발로 찬 적 없다"... 피해자의 법정 증언이 '스모킹 건'
결정타는 피해자 B씨의 입에서 나왔다. 검찰이 기소한 핵심 내용은 'A씨가 발로 B씨의 발을 2회 찼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B씨는 법정에서 증언하며 "피고인이 발로 자신의 발을 때린 적은 없다"고 진술했다. 검사가 처벌해달라고 가져온 공소사실 자체를 피해자가 부인한 셈이다.
A씨와 변호인은 "발로 B씨의 발을 툭툭 건드리며 '인생 그렇게 살지 마라'고 말했을 뿐, 폭행한 적은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발 부위 폭행만으로는 벤치에 앉아 있던 사람이 넘어질 가능성도 작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불법적인 유형력 행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무죄 판결 이유를 밝혔다.
[참고]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25고정575 판결문 (2025. 11. 26.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