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렉카' 잡으려다 공익제보자 입까지 막힐라⋯개정 정통망법의 두 얼굴
'사이버 렉카' 잡으려다 공익제보자 입까지 막힐라⋯개정 정통망법의 두 얼굴
허위 정보 유통에 5배 배상·10억 과징금 철퇴
기업의 '전략적 입막음 소송' 우려는 숙제

지난 12월 24일 국회에서 열린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처리되는 모습. /연합뉴스
내가 다니는 회사나 자주 가던 식당의 비위를 공익 목적으로 폭로했다가, 하루아침에 전 재산을 가압류당하고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린다면 어떨까.
지난 7일 시행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온라인상의 허위조작정보 유통을 초기에 차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겼지만, 자칫 기업이나 권력 집단을 향한 건강한 비판마저 돈으로 억누르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 김강호 변호사(로엘 법무법인)가 출연해 개정된 정보통신망법의 핵심 쟁점과 파장을 분석했다.
처벌 넘어 '유통 차단'에 방점⋯악의적 유튜버엔 최대 5배 징벌적 손해배상
기존에도 허위사실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업무를 방해하면 형사 처벌과 민사상 손해배상이 가능했다. 하지만 피해가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뒤에야 책임을 묻는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김강호 변호사는 "이번 개정의 핵심은 단순히 허위정보를 처벌하는 법이 새로 생긴 것이 아니라, 온라인에서 허위조작정보가 유통되는 과정 자체를 보다 적극적으로 막는 제도가 마련됐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하루 평균 이용자 100만 명 이상인 대형 플랫폼은 허위조작정보 신고를 접수하고 자체 운영정책에 따라 삭제나 노출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특히 수익을 목적으로 허위조작정보를 고의로 유통한 정보 게재자에게는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법원에서 허위로 확정된 정보를 반복 유통할 경우 최대 10억 원의 과징금 철퇴도 내려진다.
구독자 10만 명 이상이거나 최근 3개월 평균 조회수가 10만 회 이상인 이른바 '사이버 렉카'들이 집중 타깃이 될 전망이다.
모호한 기준에 플랫폼은 '몸 사리기'⋯대리 검열·위축 효과 우려
문제는 허위조작정보를 가려내는 1차 판단 주체가 민간 플랫폼이라는 점이다. 법적 분쟁에 휘말리기를 꺼리는 플랫폼이 방어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 변호사는 "플랫폼 입장에서는 법적 분쟁을 피하기 위해 애매한 게시물도 선제적으로 삭제하거나 차단할 가능성이 있다"며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위축효과' 또는 '대리 검열' 가능성으로 지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조계가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이 법이 기업이나 유명인의 '전략적 봉쇄 소송'에 악용될 가능성이다.
온라인 무법자들을 잡기 위해 뽑아 든 강력한 칼이 건강한 시민의 입마저 겨누지 않으려면, 수사기관과 법원의 정교한 실무 적용 기준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