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사람이 성폭행했어요" 성범죄 무고한 사람들, 어떻게 처벌받았나
"저 사람이 성폭행했어요" 성범죄 무고한 사람들, 어떻게 처벌받았나
강간·강제추행 등 성범죄 당했다며 허위 신고
피해자들, 성범죄자 낙인⋯하지만 가해자 대부분, 집행유예

남자친구를 강간 등의 혐의로 허위 신고한 A씨. 둘이 말다툼을 하던 중 화가 나 저지른 일이었다. 경찰 수사 끝에 A씨의 신고가 거짓임이 드러났지만, 남자친구는 '성범죄자'라는 낙인이 이미 찍힌 뒤였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저를 성폭행한 그 사람을 꼭 처벌해주세요."
남자친구를 강간 등의 혐의로 허위 신고한 A씨. 둘이 말다툼을 하던 중 화가 나 저지른 일이었다. 경찰 수사 끝에 A씨의 신고가 거짓임이 드러났지만, 남자친구는 '성범죄자'라는 낙인이 이미 찍힌 뒤였다. 수사받으면서 정신적인 고통도 겪어야 했다.
이렇게 무고(誣告)를 저질러 재판에 넘겨진 A씨. 재판부는 "A씨의 허위 신고로 피해자가 중대한 처벌을 받을 위험이 있었다"며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그런데 억울한 누명을 씌우는 등 남자친구를 위기로 몰아넣은 정당한 죗값을 치른 거로 볼 수 있을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처벌 됐을까. 로톡뉴스는 대법원에서 공개한 최근 1년 치 판결문 중 성범죄로 무고한 사건을 추려봤다. A씨를 포함한 38인의 사례가 나왔다.
우선, 피고인들이 무고를 한 동기는 다양했지만 대부분 사소했다. '술 마시자고 했는데 거절당해서', '다투다가 화나서', '데이트를 했던 상대가 연락을 피해서' 등이다.
자기 잘못을 감추기 위해 무고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평소 다니던 헬스장의 관장과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진 B씨. 그는 이 사실을 알게 된 남편에게 양육권을 뺏길까 두려워 "강간당한 것"이라며 허위사실을 신고했다.
그런데 위와 같이 허위로 신고한 혐의들은 성범죄이기 때문에, 하나같이 법정형이 높았다. 2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처벌되는 유사강간부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인 강간죄,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는 특수강간죄까지.

다시 말해, 가해자들의 사소한 동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었다는 의미다. 판결문에도 이에 대한 재판부의 우려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성범죄를 무고한 경우 피무고인(피해자)의 신상에 중대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 죄질이 무겁다."
"강간죄 등 성범죄의 경우 그 법정형이 높아 피해자에게 중형이 선고될 위험성이 있다."

또한 "일단 성범죄의 범인으로 지목된 것만으로도 사회나 가정에서의 명예 손상을 비롯한 여러 가지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며 무고는 피해자의 평범한 일상을 불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하지만 법원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성범죄 무고'에 대한 처벌은 대부분 집행유예에 그쳤다. 38건의 사건 중 절반이 넘는 23건의 피고인들이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집행유예의 경우 징역 4개월에서 징역 1년 6개월 내외에서 선고됐다.
나머지 15건 중 11건은 벌금형이었다. 평균 벌금액은 309만원. 무고죄는 최대 1500만원의 벌금을 선고할 수 있지만 가장 무거운 경우는 500만원(3건)이었다. 성관계 후 집착을 하다가, 남성이 연락을 끊자 "강간당했다"며 허위신고를 했던 경우다. 이에 서울남부지법은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도 초범인 점을 들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가장 적은 벌금액은 100만원. 합의 하에 일정 금액을 받고 성관계 등을 가지고선 강간 등을 당했다고 신고한 피고인의 경우였다.

실형이 선고된 사건은 4건이었는데, 평균 형량은 징역 14.5개월이었다. 사건을 살펴보면 여러 번 허위신고하며 적극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피고인들이었다.
C씨는 두 명을 무고했다. 지난 2019년, 한 클럽에서 만난 두 명과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진 C씨는 이후 이들에게 강간을 당했다고 허위신고를 했다. 수사 결과, 혐의없음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이 이뤄졌지만 여기에 불복하며 법원에 "다시 판단해달라"는 재정신청까지 했다. 이후 무고죄로 재판에 넘겨진 C씨. 사건을 맡은 서울서부지법은 지난해 1월 △피해자들에게 용서받지 못한 점 △여전히 범행을 다투며 진정성 있게 뉘우치고 있지 않은 점 △반성문을 제출했지만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심정을 느끼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항소심에서 ▲금품을 노리고 무고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술에 취한 채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이 고려돼 징역 1년 4개월로 감형됐다.
합의금을 받아내려고 강제추행 등으로 두 차례 허위신고한 D씨. 그는 지인에게 성범죄 현장을 목격한 것처럼 허위진술을 해달라고 부탁까지 했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해다. D씨에겐 이 일로 징역 8개월이 선고됐다.
이 기사는 2022년 01월 14일 네이버 로톡뉴스 프리미엄에 먼저 발행된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로톡뉴스의 윤리강령에 부합하는 사실 확인을 거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