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절한 피해자 카드로 치킨 결제한 모텔 살인범…'미필적 고의' 입증할 결정적 단서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기절한 피해자 카드로 치킨 결제한 모텔 살인범…'미필적 고의' 입증할 결정적 단서

2026. 03. 06 12:27 작성2026. 03. 06 12:27 수정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피해자 쓰러진 사이 치킨 13만 원 결제하고 귀가

서울 강북구 수유동 모텔에서 남성 2명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 A씨가 12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20대 남성들을 유인해 수면제를 먹여 숨지게 한 이른바 '모텔 약물 연쇄살인' 사건. 피해자가 쓰러진 사이 그의 카드로 13만 원어치 치킨을 시켜 들고 귀가한 엽기적 행각 뒤에는 살인의 고의를 입증할 법적 단서가 숨어있다.


지난달 경찰은 20대 남성 3명에게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이 섞인 음료를 먹여 2명을 숨지게 하고 1명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로 피의자 김모씨를 구속 송치했다.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김씨의 행적과 검색 기록은, 우발적 사고라는 변명을 무색하게 만드는 완벽한 계획 살인의 퍼즐을 맞추고 있다.


기절한 피해자 카드로 13만 원 치킨 결제…단순 절도일까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두 번째 피해자 A씨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달 9일 밤의 행적이다. 김씨는 의식을 잃고 쓰러진 A씨가 있는 모텔 객실에서 치킨 등 13만 1800원어치의 배달 음식을 시켰다.


이후 객실 앞에서 배달원을 만나 A씨 카드로 결제한 뒤 음식을 챙겨 모텔을 빠져나왔고, 택시 안에서는 A씨 휴대전화로 "택시를 타서 가고 있다"는 위장 메시지까지 보냈다.


이 황당한 행각은 법적으로 어떻게 해석될까. 첫째, 의식을 잃은 피해자 카드를 몰래 가져간 행위는 '절도죄'에 해당하며, 훔친 카드를 정당한 소지자인 척 사용하여 배달원(가맹점)을 속여 음식을 제공받은 행위는 별도의 '사기죄'를 구성한다.


둘째, 도난 혹은 분실된 상태나 다름없는 남의 카드를 긁은 행위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신용카드 부정사용죄)'이라는 별도의 범죄를 구성한다.


결정적으로 이 행동은 김씨의 살인 고의성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정황 증거가 된다. 피해자가 의식을 잃어 생명이 위독한 상태임을 알면서도 119에 신고하는 등의 구호 조치 없이, 태연히 음식을 결제하고 현장을 이탈한 행위는 피해자 사망 결과를 속으로 용인했다는 것을 강하게 시사하기 때문이다.


고급 식당과 호텔…이기적 욕망이 부른 비극


경찰이 작성한 송치결정서에 적시된 범행 동기는 허탈할 정도로 이기적이다. 김씨는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상태에서 자신의 욕구(고급 맛집, 호텔 방문 등)를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피해자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단순히 돈이 필요해서 누군가를 살해했다는 것이 살인죄 동기로 충분할까. 대법원은 금전적 이득을 노린 살인을 판단할 때 그 동기가 살인을 감행할 만큼 강렬했는지를 엄격하게 심사한다.


이번 사안에서 김씨는 일회성 범행에 그치지 않고, 동일한 수법으로 3명의 피해자에게 반복적이고 계획적으로 약물을 투여했다. 자신의 사치스러운 욕구 충족을 위해 사람의 생명을 단순한 도구로 삼았다는 점에서, 이는 살인 동기로 충분히 수긍될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나아가 이러한 반인륜적인 범행 동기는 재판 과정에서 형량을 대폭 끌어올리는 무거운 양형 가중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대가성 신체 접촉 피하려 약물 사용"


김씨 측이 살인 의도를 부인하며 내세울 수 있는 변명거리도 문건에 남아있다.


김씨는 피해자들에게 고가의 데이트 비용을 전적으로 부담하게 한 뒤, "대가성 신체 접촉이 예상되는 상황에 직면하면 피해자들을 항거 불능 상태로 만들기 위해 약물 사용을 마음먹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살해가 목적이 아니라 스킨십을 피하기 위해 잠시 재우려 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변명은 김씨 스스로 남긴 디지털 흔적 앞에 힘을 잃는다. 범행 전 김씨는 인공지능(AI) 챗봇에 "수면제랑 술을 같이 먹으면 어때? 얼마나 같이 먹으면 위험해? 죽을 수도 있나?"라고 물었고, AI로부터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명확한 답변을 받았다.


우리 형법은 반드시 확정적인 살해 계획이 없었더라도, 자신의 행동으로 타인이 사망할 가능성이나 위험을 인식하고 이를 예견했다면 이른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인정한다.


김씨는 AI를 통해 약물 투여 치사 가능성을 사전에 명확히 확인했다.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을 알고도 약물을 먹였고, 이를 3명에게 반복했으며, 쓰러진 피해자를 버려두고 도주했다.


변호사들은 "신체 접촉을 피하려 했을 뿐 살인 의도는 없었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며, "이러한 정황을 종합하면 미필적 고의를 넘어 사실상 확정적 고의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