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에 성추행 신고당하자 "꽃뱀질"이라며 모욕한 변호사, 법원의 판단은 이랬다
직원에 성추행 신고당하자 "꽃뱀질"이라며 모욕한 변호사, 법원의 판단은 이랬다
직원 첫 출근날 성추행⋯피해자 한 명이 아니었다
SNS에 억울함 토로⋯피해자 신상공개하는 등 2차 가해까지
1⋅2심 모두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

한 변호사가 SNS에 자신의 법률사무소 직원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직원이 자신을 성추행으로 경찰에 신고하자, "꽃뱀질"이라며 억울함을 토로한 것. 이 사건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단이 약 10개월 만에 나왔다. 과연 그는 억울하게 무고를 당한 피해자였을까. /연합뉴스·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왜 꽃뱀질을 하다 변호사인 나에게 딱 걸려 가지고…"
한 변호사의 SNS에 누군가를 '저격'하는 글이 하나 올라왔다. 저격 대상은 자신의 법률사무소 직원. 직원 B씨가 자신을 성추행으로 경찰에 신고하자 보인 행동이었다. 변호사 A씨는 SNS에서 "B씨가 오히려 나를 유혹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주장만 했을 뿐 아니라, 본인이 '고용주이자 변호사라서' 할 수 있는 행동까지 이어졌다. A씨는 "B씨를 공개 수배합니다"는 게시물을 올리며 그의 이력서를 SNS에 공개해버렸다. 이력서엔 B씨의 이름과 사진, 연락처 등 개인정보가 그대로 적혀있었다. 또한 B씨에겐 "민사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압박했다.
그리고 약 10개월 만에 이 사건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왔다. A씨는 본인 말대로 억울하게 무고를 당한 피해자였을까. 아니었다. 법원은 A씨의 주장과 정반대로 그를 가해자라고 판단했다. 1심과 2심 모두 "A씨가 피해자(B씨)를 강제로 추행했다"며 A씨를 벌했다.
사건은 B씨의 첫 출근일에 벌어졌다. 재판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2월, 당시 A씨가 B씨에게 "외근을 나가자"고 한 뒤 차량 안에서 B씨의 신체 일부를 강제로 추행한 혐의가 인정됐다. "성관계하자고 안 할 테니 안고만 있자", "힘주지 마라. 힘으로는 안 된다" 등의 발언과 함께 수차례 추행이 반복됐다.
알고보니, 성추행 피해자는 B씨 말고도 더 있었다. 불과 6일 차이였다. 또다른 피해자 C씨도 A씨의 직원으로 첫 출근일에 피해를 입었다. 범행 수법도 비슷했다. 당시 A씨는 차량 안에서 "이제 스타킹 신은 거 볼 수 있냐?", "여자는 얼굴만 예쁘면 된다"는 등의 발언과 함께 C씨의 신체를 반복해서 추행했다.
결국 재판에 넘겨진 A씨. 그에게 적용된 혐의만 해도 5개. ①강제추행과 ②개인정보보호법 위반(B씨의 개인정보가 담긴 이력서를 SNS에 올린 것 관련), ③명예훼손, ④모욕, 그리고 ⑤절도(식당 앞에 놓인 연예인 입간판 등을 훔친 것 관련)였다.
1심을 맡은 인천지법 형사11단독 김이슬 판사는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지난 2020년 8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동시에 8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과 12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 5년간의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김 판사는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가 고용관계에 있는 여성들을 반복해 추행했다"며 "변호사인 점을 악용해 피해자들을 압박하는 등 심각한 2차 피해까지 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추행 피해자 B씨가 A씨의 엄벌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점과 △ 폭력 범죄로 벌금형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는 것이 불리한 양형 사유로 반영됐다.
하지만 ▲피해자 C씨에게 합의금 500만원을 지급한 점▲양극성 장애(조울증)로 치료받고 있는 점 등을 유리한 사정이라고 판단했다. 더불어 신상정보 공개⋅고지 명령도 면제해줬다.
1심 판결에 대해 검사는 "형량이 너무 가볍다"며, A씨 측은 "너무 무겁다"며 각각 "2심 판단을 다시 받아보겠다"고 했다. 특히 A씨는 2심에 나서며 피해자 B씨에 대해 2000만원을 내는 등 처벌 수위를 낮추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2심을 맡은 인천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한대균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 검사와 A씨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유지하며 "원심(1심)의 양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서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한 부장판사는 "A씨는 피해자를 꽃뱀으로 지칭한 허위 내용의 글을 장시간 게시했다"며 "변호사임에도 불구하고 준법 의식이 현저히 결여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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