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나를 돌보느라 정신병이 악화됐습니다"⋯둔기로 맞은 장애인 아내, 선처 호소했다
"그는 나를 돌보느라 정신병이 악화됐습니다"⋯둔기로 맞은 장애인 아내, 선처 호소했다
법원 "간병 스트레스와 정신질환 참작"
살인미수 남편 징역 7년→5년 감형
피해자, 휠체어 타고 도망친 뒤 가해 남편 "처벌 원치 않는다" 탄원

휠체어 탄 아내를 장도리로 수차례 내리친 남편이 1심 징역 7년에서 2년 감형됐다. /셔터스톡
자신을 장도리(손망치)로 수차례 내리친 남편을 향해,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 아내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법원은 피해자의 탄원과 피고인이 처했던 '간병 비극'을 참작해 1심보다 형을 2년 깎아줬다.
서울고등법원 인천제1형사부(재판장 정승규)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휠체어 탄 아내 향한 둔기⋯범행 후엔 '증거인멸'
A씨는 사실혼 관계에 있던 아내 B씨가 잠든 사이, 머리를 장도리로 수차례 내리쳐 살해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뇌출혈로 휠체어 없이는 거동이 어려운 지체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A씨는 이런 아내가 잠들어 완전한 무방비 상태에 있자 공격했다.
범행 후 정황도 좋지 않았다. B씨는 공격당한 뒤 수 시간 만에 의식을 되찾아 휠체어를 타고 집 밖으로 도망쳤다. 그러자 A씨는 범행 도구를 숨기고 혈흔이 묻은 벽지를 뜯어내는 등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
1심 법원(인천지법)은 A씨의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보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남편 처지 안타깝다"⋯항소심 법정 울린 피해자의 탄원
사건은 항소심으로 갔다. 피고인 A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고, 검사는 "형이 너무 가볍고 전자발찌도 채워야 한다"고 맞섰다.
그런데 2심 법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문서가 제출됐다. 피해자 B씨가 직접 작성한 '처벌불원서'였다.
B씨는 탄원서를 통해 "피고인이 거동이 어려운 자신을 오랫동안 돌보아주다가 정신병이 악화됐다"며 "남편의 처지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담고 있다"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기초생활수급' 간병 생활, 정신질환 악화
법원은 이들의 비극적인 생활 환경에 주목했다.
A씨는 오래전부터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아왔다. 그러던 중 2020년경 아내 B씨가 뇌출혈로 지체장애를 갖게 되자, A씨는 별다른 소득 없이 기초생활급여에만 의존해 아내를 돌보는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정신장애와 어려운 생활환경이 맞물려 범행의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는 점은 양형에 참작할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파기하고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행이 미수에 그친 점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인정하며 반성하는 점 ▲벌금형을 초과하는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무엇보다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점 등을 감형 이유로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참고] 서울고등법원 인천제1형사부 2025노203 판결문 (2025. 8. 19.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