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크리스마스 이브…파티룸 성폭행부터 마약까지 판결문으로 본 성탄절
오늘 크리스마스 이브…파티룸 성폭행부터 마약까지 판결문으로 본 성탄절
법원이 기록한 크리스마스 이브의 민낯
특별한 날이 범죄 기회가 될 때

사진은 명동 크리스마스 트리 모습. /연합뉴스
거리마다 화려한 조명이 켜지는 12월 24일. 연인, 친구, 가족과 함께하는 특별한 하루를 꿈꾸지만, 법원이 마주한 그날의 풍경은 사뭇 달랐다. 들뜬 분위기를 틈타 누군가는 믿음을 배신했고, 누군가는 쾌락을 쫓았으며, 누군가는 간절함을 이용했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키워드로 최근 확정된 판결문 4건에 담긴 그날의 기록을 살펴봤다.
파티룸의 불청객 "여자친구가 자리 비운 사이..."
크리스마스 이브는 연인과 친구들이 모여 회포를 풀기에 더할 나위 없는 날이다. 하지만 술기운과 느슨해진 경계심은 돌이킬 수 없는 범죄로 이어졌다.
지난 2020년 12월 25일 새벽 1시 10분경, 안산의 한 호텔. A씨는 여자친구, 그리고 여자친구의 '온라인 게임 친구'인 피해자 B씨(25세) 등과 함께 술잔을 기울였다.
비극은 A씨의 여자친구와 다른 일행이 술을 더 사러 잠시 자리를 비운 틈에 벌어졌다. 방 안에는 A씨와 술에 취해 침대에 누워있던 B씨만 남았다. A씨는 자는 척 눈을 감고 있던 B씨에게 다가가 옷 속으로 손을 넣어 가슴을 만지고, 목을 입으로 빠는 등 강제추행을 저질렀다.
법정에 선 A씨는 "그런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해자가 실제로 경험하지 않고는 진술하기 어려울 정도로 구체적이다"라며 A씨의 주장을 일축했다.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이규봉 판사는 "여자친구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지인을 추행해 죄질이 좋지 않다"며 A씨에게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2021고단2227 판결).
비슷한 사건은 1년 뒤 파주에서도 있었다. 2021년 크리스마스 이브, 오픈채팅방을 통해 만난 남녀가 술자리를 가졌다. 다음 날 새벽 5시, 피해자가 술에 취해 잠들자 피고인 A씨는 피해자를 간음하고, 그 장면을 휴대전화로 불법 촬영까지 했다.
서울북부지법(재판장 반정모)은 "범행 수법이나 내용에 비추어 죄책이 무겁다"고 꾸짖으면서도,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고려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2023고합22 판결). 즐거워야 할 파티가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은 순간이었다.
밤새 놀려고 마약 한 알
성탄절의 들뜬 공기는 마약 투약자들에게도 위험한 유혹이었다. 광주지법에서 재판을 받은 A씨에게 2022년 12월 24일은 약을 하는 날이었다.
A씨는 수사기관에서 "생일이랑 크리스마스 이브 날인데 늦게까지 놀아야 하기 때문에 잠을 쫓으려고 먹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이날 밤 9시경 집에서 필로폰을 '쌀 반 톨' 정도 삼켰다. 재판부는 "마약 범행을 1년 이상 지속했고 죄질이 좋지 않다"며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2년 6개월을 확정했다(2024노519 판결).
방 구하기 하늘의 별 따기… 그 마음 파고든 '숙박권 먹튀'
연인과 특별한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내기 위해 숙소를 구하던 이들의 간절함은 사기꾼의 먹잇감이 되기도 했다.
상습 사기범 A씨는 2023년 12월 9일,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크리스마스 이브 숙박권 구해요"라는 글을 발견했다. 그는 글쓴이인 피해자에게 연락해 "돈을 보내면 숙박권을 주겠다"고 속여 33만 원을 가로챘다.
물론 A씨에게는 숙박권이 없었다. 그는 이 외에도 골드바, 아이패드, 콘서트 티켓 등을 미끼로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다. 창원지법 진주지원 김도형 판사는 누범 기간 중 범행을 저지른 그에게 징역 1년 3개월 등을 선고하며 엄벌에 처했다(2023고단1006 판결).
내일, 2025년의 크리스마스가 밝는다. 판결문에 피고인으로 이름을 올리거나, 범죄 피해자가 되어 고통받는 일 없이, 모두에게 평온하고 안전한 기념일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