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인싸’ 류영재 판사 "판사도 시민사회 목소리 귀 기울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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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인싸’ 류영재 판사 "판사도 시민사회 목소리 귀 기울여야"

2019. 09. 27 18:18 작성2020. 02. 05 11: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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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omi@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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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류 넓히고 시대 담론에 뒤처지지 않으려 페이스북 시작

“인터넷 반응에 연연하기보다 소통하고 배우는데 집중한다”

큰 상처 된 사법농단, 국민 위한 사법행정 되도록 개혁해야

류영재 판사가 자신의 페이스북 화면이 띄워진 스마트폰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그는 "판사들도 시민사회의 담론에 귀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안세연 기자

[편집자 주] 페이스북 친구 4053명, 팔로워 7670명을 둔 대한민국 판사가 있다. 게시물을 ‘전체 공개’로 열고, 일상과 사회 이슈에 대해 스스럼없이 대중과 생각을 나눈다. 페이스북 ‘인싸(인사이더를 줄인 말)’ 판사로 통하는 류영재 춘천지방법원 판사다.


과거 일부 판사가 SNS 상에서 비속어를 사용하거나 재판 중인 사안을 인터넷 상에서 언급했다가 중징계를 받은 사건이 있었다. 이 때를 기점으로 판사들의 SNS 활동은 크게 위축됐다.


하지만 류 판사는 SNS 활동이 판사들에게 상당히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녀는 ‘인싸’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시대 흐름을 읽고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대중과 소통하고 싶어서 페이스북을 한다고 했다.


류 판사가 페이스북을 전체 공개로 열게 된 이유는 사법농단 사건 때문이다. 그녀를 ‘인싸’로 만든 결정적 사건 역시 사법농단이라고 할 수 있다. 류 판사는 자신의 판사 생활 중 가장 힘겨웠던 때를 ‘사법농단이 터졌을 때’라고 했다.


그의 SNS 활동과 사법농단 및 사법개혁에 대한 생각을 로톡뉴스가 들어봤다. 다음은 류 판사와의 일문일답.


류영재 판사가 춘천지방법원의 한 사무실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안세연 기자

Q. 서기호 전 판사 등은 SNS 상에서 비속어를 사용해 문제된 바 있고, 김동진 판사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무죄 판결을 논평했다가 중징계를 받았습니다. 이 때문에 판사들의 SNS 활동은 거의 금기시되는 분위기라고까지 알고 있습니다.

“그때를 기점으로 판사들의 SNS 활동이 크게 위축됐어요. 지금 페이스북에서 전체 공개로 활동하는 판사는 제가 유일한 걸로 알고 있어요. ‘대중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란 생각을 가진 판사는 현재 문유석 판사님과 저, 이렇게 둘뿐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아무래도 그래서 상대적으로 제가 대중에게 잘 알려진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다른 판사들은 (SNS 상에서) 거의 만나볼 수 없으니까요.”

Q. SNS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 페이스북 계정을 만든 건 지난 2015년인데, 그 이전까지 다른 SNS 활동을 한 적이 없어요. 지금 하고 있는 페이스북이 제가 처음으로 시작한 SNS 활동이죠. 5년차 판사로서 춘천에 내려와서 보니, 제가 교류하는 사람들 99.9%가 법조인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그 중 95%는 판사였죠. 그 자체가 문제라는 건 아니지만, 스스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고 생각했던 건 분명히 착각이었어요. 판사들끼리만 통하는 게 있고, 판사에게는 당연한 것들이 많은데 사실 그건 우리끼리의 이야기거든요. ‘아 이러면 안되겠다, 교류를 좀 넓혀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택한 수단이 페이스북이에요. ‘내가 이 시대의 담론을 잘 따라가고 있는가, 내가 가진 상식이 정말로 시대의 상식인가’라를 스스로 생각해 보니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제 안에 있었죠.”


/영상 촬영, 편집 안세연 기자

Q. 실제로 SNS 활동이 도움이 되었나요? 재판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기도 하는지.

“판사들은 입법화되기 이전 담론들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지금 존재하는 실정법을 가지고 재판에 온 문제들만 다루죠. 그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이슈들이 문제되는지, 어떤 담론이 형성되고 있는지 잘 모릅니다. 페이스북을 하면서 그런 시대 담론을 잘 따라가게 됐어요. 특히 장애인이나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접하기도 하면서 소수자 인권 문제에 대한 이해도 깊어졌어요.


보통 재판장이 재판을 진행하는 게 일방적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재판도 소통이거든요. 재판 당사자들과 대화로 진행하는 게 재판이에요. 그래서 저는 페이스북 활동을 하면서 ‘시민들이 이 점을 어려워하는구나’라고 깨달은 부분을 재판할 때 한 번 더 설명하거나 강조하기도 해요. 법조인들한테는 당연한 법률 상식이나 재판 절차가 시민들에게는 이상하거나 어려운 것일 수 있거든요.


이렇게 좋은 점들이 많지만 '재판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가라고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아까 말씀 드렸듯 재판은 가장 최후의 단계이기 때문에 시대의 담론이 재판의 쟁점으로 곧바로 들어오는 경우가 잘 없어요. 다만 이슈가 됐을 때 그 담론을 따라가 두었다면 후일 관련 재판을 맡게 됐을 때 판단이 훨씬 수월할 수는 있을 거라 생각해요.”

Q. 법원이 특히 경계하는 게 ‘여론 재판’인데, 혹시 SNS 활동이 판사에게 불필요한 예단이나 선입견으로 작용할 여지는 없을까요?

“그런 우려를 알고 있어요. 소수자나 약자를 위하는 일이 무조건 편을 드는 일이어서는 안 된다고, 이미 기울어 있는 거 아니냐고들 하시죠. 하지만 그런 우려 때문에 판사가 대중과 소통하지 않고 고립되는 게 맞는가를 생각해 보면, 저는 그게 더 나쁘다고 봐요.


판사는 강박적으로 자기 생각과 판단을 검열하는 사람들이에요. 모든 생각에 대해 자기 검열이 들어가요. ‘내가 어느 쪽에 치우쳐 있지 않은가’를 늘 엄격하게 성찰하죠. 제가 판사생활 9년 하면서 가장 많이 배운 점이기도 하고, 저는 SNS 활동을 하면서 자기 검열이 더 심해졌어요. 올리고 싶은 글이 10개면 자기 검열을 하고 또 한 다음 2~3개만 겨우 올리기도 해요.


판사들은 ‘나는 여론에 휘둘리지 않고 법과 증거에 의해서만 재판한다’는 걸 자부심으로 여기는 사람들이에요. 내가 여론에 휘둘리면 어차피 상급심이나 대법원 가서 깨지는데, 그런 재판을 하느니 법과 원칙에 의해서만 판결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거든요.”


류영재 판사는 "재판은 공개재판이 원칙"이라며 "자기 이름을 건 판결에 대한 비판이 있을 때 판사는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안세연 기자

Q. 한 인터뷰에서는 “국민이 판사와 판결에 더 간섭하고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고도 하셨어요. 이 말은 법원이 기존에 취해 온 입장과 조금 대치되는 측면이 있어 보이는데요.

“기본적으로 재판은 공개 재판이 원칙이에요. 재판은 대중에 알려지는 걸 전제로 하고, 그래야 불공정한 재판을 막을 수 있어요. 저는 판결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일 수 있도록 판결문을 모두 공개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잘못된 언론 보도 때문에 판결과 판사가 욕을 먹는 경우가 있는데, 기자나 시민이 판결문을 직접 읽고 제대로 논평할 수 있으려면 판결이 모두 공개되는 게 좋다고 봐요.


물론 대부분의 판사들은 외부로부터 자기 재판을 평가 받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저희는 같은 판사끼리도 다른 판사의 재판에 대해서는 학술적 목적이 아니면 언급도 삼가요. 하지만 자기가 책임지겠다는 의미에서 자기 이름을 걸고 판결을 낸 판사들이 ‘비난은 받지 않겠다’라고 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자기 이름을 건 판결에 대한 비판이 있을 때, 그것이 정당하다면 받아야 하죠.


다만 판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에서 지나치고 무분별하게 비난을 한다든가, 판사의 신상을 과도하게 파헤친다든가 하는 건 당연히 안 될 일이죠. 과도하지 않은 선에서, 칭찬받을 판사도 대중에 알려지고 비난 받을 판사도 대중에 알려지는 게 맞는다고 생각해요.”

Q. 판사님의 SNS 활동과 관련하여 법원 내부로부터 들은 평가가 있나요.

“제 SNS 활동에 대해 법원 내부에서 들은 평가라면, 사실 판사들이 다른 판사에게 싫은 소리를 직접 하는 사람들이 아니거든요. ‘페이스북 재미있게 잘 보고 있다’ 이런 좋은 평가는 직접 듣지만, 우려라든가 안 좋게 보는 입장들은 제가 직접 들은 적은 없고 그냥 혼자 분위기로 파악하고 있어요. 안 좋게 보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Q. 페이스북 ‘인싸’ 평가에 대해서는요.

“저는 판사로서는 절대 인싸가 아니거든요. 페이스북에서 활동하는 판사가 거의 없으니 제가 ‘인싸 판사’가 된 것 같네요. 사실 저는 SNS 상에서 얻는 호응들, 좋아요 개수나 친구 수, 칭찬들에 일일이 마음을 두지 않으려 해요. 혹시 그것들을 나의 힘이라고 인식하게 될까봐 경계하고 있어요. 이건 언제든지 한 순간에 반대 입장으로 바뀔 수 있는 거거든요. 내가 조금만 잘못하면 금방 싫어요나 비난이 될 수 있죠.


저는 대중에게 내가 줄 수 있는 것을 주고 반대로 얻을 수 있는 걸 얻으면서 ‘소통’하기 위해 SNS를 하는 거지, 내 자신이 칭찬받거나 어떤 영향력을 미치고 싶어서 페이스북을 하는 게 아녜요. 다만 제가 하나의 좋은 선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어요. ‘판사의 SNS 활동이 큰 부작용도 일으키지 않고 국민 신뢰를 높일 수 있다’는 좋은 예가 제가 되면 좋겠어요.”

Q. 판사 생활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인가요?

“당연하게도, 사법농단이 터졌을 때예요. 한 사람의 판사로서 너무 힘들었고, 지금도 그 사건으로 인한 갈등과 대치상태가 법원 안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어요.


사법농단이 터지기 이전까지 저는 법원을 무척 사랑했어요. 존경하는 선배들을 손에 줄줄 꼽을 정도였고 판사들처럼 좋은 사람들이 없다고 생각했죠. 사법농단이 있기 이전까지 이 생각은 정말 확고했거든요. 저는 법원행정처와 갈등을 빚었다는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이지만, 이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조금도 알아채지 못했어요. 존경하고 믿었던 선배들이 내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뒤에서 하고 있었다? 그걸 알고 나니 신뢰가 크게 무너지면서 상처가 되었죠.


더 가슴이 아픈 건, 정말 법원을 위해서, 조직을 위해서 불가피하게 그래야 했다면 잘못이란 게 밝혀졌을 때 깨끗이 인정하고 다시는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힘을 합쳐 노력하면 될 일이었는데,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류영재 판사가 본지 김주미 기자(오른쪽)의 질문에 웃으며 답하고 있다. /안세연 기자

Q. 최근 한 칼럼에서 사법농단이 일어난 원인은 “판사들이 재판에만 집중하는 바보가 되지 못해서”라고 하셨어요. 무슨 뜻인가요?

“사법농단은 사법행정권자와 인사권자들이 판사 개개인의 재판에 간섭하고 재판 자료를 요구하면서 결국 재판 결과에까지 영향을 미친 사건이에요. 이건 판사가 할 일이 아니거든요. 판사가 법원행정처에 가서 행정을 담당하면 판사가 아니게 되나요? 그렇지 않거든요. 행정을 하게 되어도 판사로서 할 수 없는 일이면 막아야 했죠.


제가 칼럼을 통해 한 말은 판사들이 오로지 재판에만 신경 쓰는 게 아니라 법원 내에서 나의 지위나, 인사권자의 평가 등에 신경 썼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는 취지예요.”

Q. 사법농단 때문에 사법개혁이 강하게 요청됐고,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개혁안을 발표한 후 국회 통과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명수 개혁안 전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당초 논의보다 상당히 후퇴한 안인 건 분명해요. 사법농단이라는 건 역사적인 대 사건이거든요. 10년만 지나도 이 사안은 군부독재 하에서 사법부가 굴종한 것만큼 큰 스캔들로 평가될 거예요. 그런데 개혁안은 사법농단 사건의 심각성과 사회에 끼친 충격에 비하면 상당히 약해요. 큰 잘못을 했으면 그만큼 크게 개혁되는 게 비중이 맞죠. 개혁안이 전반적으로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처음에 나온 안과는 달리 사법행정의 중심에 다시 판사들을 채운 점이 안타까워요. 판사만으로 이루어진 사법행정은 판사 중심으로 되기 쉬워요. 판사는 아무리 성찰을 해봐야 판사잖아요. 국민을 위한 사법행정을 하기 어렵고 판사가 편한 행정으로 흐르기 쉬워요. 그나마 참여시킨 외부 위원도 법조협회(변협⋅법전원협의회⋅법학교수회)의 장들이 맡아서 시민사회를 대변한다고 보기에 다양성이 부족해요.


이번 개혁은 굉장히 치열하게 고민하고 치밀하게 설계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아요. 다만 적어도 아무것도 안 한 것보단 나으니까 일단은 희망을 갖고 지켜보려고 해요. 법원의 모든 의사결정이 오로지 사법부를 위해서만 내려지는 일, 그것도 비공개로 결정되고 집행되는 일이 다시는 가능하지 않도록 만드는 게 개혁의 핵심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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