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원이 2천 비트코인으로…빗썸 60조 '유령 코인' 사태, 먹튀해도 형사처벌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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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원이 2천 비트코인으로…빗썸 60조 '유령 코인' 사태, 먹튀해도 형사처벌 못한다?

2026. 02. 10 10:43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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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 '입력 실수'가 부른 참사

장부상에만 존재하는 '유령 코인'의 민낯

전문가 "횡령죄 적용 어려워 민사로만 해결해야"

빗썸에서 이벤트 지급 과정 중 입력 실수로 고객에게 2천 비트코인이 오지급됐다. 일부는 이미 인출돼 회수에 난항을 겪고 있다. 사진은 9일 서울 강남구 빗썸 라운지 모습. /연합뉴스

클릭 한 번의 실수로 60조 원이 풀렸다. 영화 속 해킹 범죄 이야기가 아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이다.


이벤트 당첨금으로 고객에게 2천 원을 주려던 담당자가 단위를 착각해 2천 비트코인을 입금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한 사람당 무려 2천억 원이 넘는 돈이 송금된 셈이다.


1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는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가 출연해 이번 빗썸 사태의 원인인 '장부거래'의 구조적 문제와 회수 과정에서의 법적 쟁점을 심층 분석했다.


금고는 비었는데 돈은 입금됐다?… '장부거래'의 함정


어떻게 거래소가 보유하지도 않은 천문학적인 액수의 코인이 고객 계좌로 넘어갈 수 있었을까. 황석진 교수는 그 원인으로 가상자산 거래소 특유의 장부거래 구조를 지목했다.


황 교수는 "쉽게 말해 창고에 돈이 5만 원밖에 없는데, 장부상으로는 그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나눠준 것"이라며 "실제 금고의 잔고와 서류상 금액 사이에 괴리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이나 증권사, 가상자산 거래소는 신속성과 편의성을 위해 실물이 오가는 대신 디지털 장부상 숫자를 먼저 움직인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실제 보유 자산과 장부상 지급액을 실시간으로 대조하는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황 교수는 "은행은 오후 4시 마감 후, 증권사는 장 종료 후 매일 잔액을 대사하며 맞춘다"며 "반면 코인 시장은 24시간 돌아가다 보니 실시간으로 잔고 정합성을 맞추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체 없이 장부상 숫자로만 존재하는 이른바 '유령 코인'이 탄생한 것이다.


"시스템이 막았어야 했다"… 구멍 뚫린 내부통제


단순한 직원의 '팻 핑거(Fat Finger·주문 입력 실수)'로 치부하기엔 시스템의 구멍이 너무 컸다. 금융권에는 통상적으로 이상거래 탐지시스템(FDS)이 존재한다.


황 교수는 "신용카드의 경우 제3자 부정사용이 의심되거나, 은행에서 야간에 대량 인출이 발생하면 시스템이 자동으로 거래를 차단한다"며 "보유 자산보다 훨씬 많은 코인이 지급될 때 시스템적으로 경보를 울리거나 차단했어야 했는데, 빗썸은 이 내부통제 시스템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빗썸이 사고 위험을 알고도 시스템 도입을 미뤘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황 교수는 "회사 입장에서 여러 리스크 중 우선순위에서 밀렸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단순히 '원'을 '코인'으로 잘못 입력한 실수가 이렇게 큰 파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먹튀'한 고객, 횡령죄 처벌 가능할까?… 법조계 "어렵다"


빗썸 측은 오지급 사실을 인지한 뒤 긴급 회수에 나섰지만, 이미 일부 고객은 코인을 다른 거래소로 옮기거나 현금화해 인출해버린 뒤였다. 소위 '먹튀'를 한 셈이다.


일반적인 은행 착오 송금의 경우, 잘못 들어온 돈을 함부로 쓰면 형법상 횡령죄나 점유이탈물횡령죄로 처벌받는다. 그렇다면 잘못 들어온 비트코인을 쓴 사람도 형사 처벌을 받을까?


황 교수는 "형사적 책임을 묻기엔 한계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유는 '재물성' 때문이다.


황 교수는 "법원 판단상 가상자산은 디지털로만 존재하고 실물이 없기 때문에 형법상 재물로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이를 영득했을 때 성립하는 횡령죄 법리상, 코인은 재물이 아니므로 죄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결국 남은 방법은 민사소송뿐이다. 황 교수는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통해 돌려달라고 할 수밖에 없는데, 만약 그 사람이 '이미 다 써버렸다'고 나오면 대금을 회수하기 상당히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법이 기술을 못 따라가"… 12년 됐지만 여전한 규제 공백


이번 사태는 가상자산 시장의 제도적 허점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현재 '특정금융정보법'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 중이지만, 내부통제와 관련된 디테일한 규정은 여전히 미비하다.


황 교수는 "기존 법안들은 자금세탁 방지나 이용자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내부통제 실패에 대한 부분은 법적 공백 상태"라며 "현재 논의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제정되어야 이런 부분이 보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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