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예술인가, 불법인가 '충격의 어린이 척추뼈 가방'⋯한국이라면 처벌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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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예술인가, 불법인가 '충격의 어린이 척추뼈 가방'⋯한국이라면 처벌 가능성은?

2020. 04. 23 19:12 작성2020. 04. 28 11:03 수정
안세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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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한 패션디자이너가 만든 '어린이 척추뼈 핸드백'⋯논란에 판매는 중단됐지만

디자이너 "완전 합법적으로 만든 가방⋯아이디어 계속 실현할 것"

한국에서 발생한 일이라면? 변호사들에게 '법적 쟁점'을 물어봤다

해외의 한 패션 디자이너가 사람 뼈로 만든 가방을 만들었다가 "비윤리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가방 판매를 중지했다. 만약, 한국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어떻게 될지 변호사들과 분석해봤다. /해당 디자이너 인스타그램 캡처

"골다공증을 앓았던 어린이의 등뼈로 만든 손잡이."


과장된 표현이 아니었다. 100% 사실 기반으로 한 설명이었다. 인도네시아의 한 패션디자이너가 실제 '사람 척추뼈 핸드백'을 만들었다.


4년 전에 출시된 바구니 모양의 이 핸드백은 "1 대 1 주문에 따라 꼼꼼하게 핸드메이드(수공예)로 제작된다"는 설명이 적혀 있었다. 가격은 약 5000달러(약 615만원). 본체는 악어의 혀, 손잡이는 어린이의 척추뼈 전체로 만들었다고 홍보했다.


최근 SNS를 통해 이러한 사실이 국내에 알려지자 "어떻게 이게 합법일 수 있냐"는 반응이 쏟아졌다. 하지만 해당 디자이너 아놀드 푸트라(Arnold Putra)는 "캐나다에서 합법적으로 (재료를) 조달했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캐나다에서는 사람의 뼈를 합법적으로 사고파는 게 가능하다.


비판이 쇄도했고, 판매도 중단됐지만 푸트라의 입장은 굳건하다. "내 신념을 포기할 생각이 없으며 내 아이디어를 계속 실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람 척추뼈 핸드백' 사건. 한국에서라면 어떻게 처벌될까.


의료 사건을 많이 다뤄본 변호사들에게 물어봤다. 전례 없는 사건에 변호사들조차 의견이 분분했다.


전례 없는 사건에⋯변호사들도 어떤 법으로 처벌할지 의견 분분

변호사들은 "이런 사건이 한국에서 실제로 벌어졌다면 형사 처벌을 피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처벌 조항에 대해서는 변호사들도 의견이 갈렸다. 크게 ①인체조직법과 장기이식법 ②형법 ③폐기물관리법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법률 자문
'법무법인 우성'의 정필승 변호사, '법무법인 문장'의 임원택 변호사, '법무법인 휴텍'의 김정욱 변호사. / 로톡DB


①인체조직법과 장기이식법⋯ "뼈와 같은 인체 조직을 사고판 책임"

의사 겸 변호사인 정필승 변호사는 "인체조직법을 어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우리 법이 뼈와 같은 조직을 사고파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체조직법 제5조다. "누구든지 사망한 자의 조직을 제3자에게 주기 위해 매매하거나, 자신에게 이식하기 위해 매매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처벌은 7년 이하의 징역이다.


그러나 법무법인 문장의 임원택 변호사는 "여기에 위반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임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인증한 의료전문 변호사다. 뼈를 사들인 것은 맞으나, 제3자에게 주기 위한 것이 아니었고, 자신에게 이식하기 위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죄로 처벌하려면 뼈를 사들인 '목적'이 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사유(제3자에게 주거나, 본인에게 이식)여야 하는데, 예술 목적이었으로 처벌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취지였다.


법무법인 휴텍의 김정욱 변호사도 "이식 목적이 아니었으므로 인체조직법의 적용은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장기이식법 제7조가 "누구든지 금전을 주고 받을 것을 약속하고 다른 사람의 장기를 제3자에게 주거나, 자신에게 이식하기 위해 받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으나, 역시 임 변호사는 같은 이유로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② 형법⋯ "유골(뼈)을 망가뜨리고, 욕되게 한 책임"

대신 임원택 변호사는 "형법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형법은 제159조에서 "사체나 유골 등을 오욕(汚辱⋅욕되게 함)한 자"를 처벌하고 있고, 제161조 역시 "사체나 유골을 손괴(損壞⋅망가뜨림) 또는 영득(領得⋅얻어냄)한 자" 자"를 처벌하고 있다. 오욕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손괴나 영득은 7년 이하의 징역이다.


임 변호사는 "뼈를 가지고 가방을 만든 행위는 오욕 또는 손괴에 해당할 수 있다"며 "예술행위라고 주장하더라도, 사망자의 의사에 반할 우려가 있고, 어린이의 등뼈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처벌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정욱 변호사도 "학술 목적으로 얻은 게 아니므로 영득에 해당한다"며 "(뼈를 가지고) 가방을 만드는 건 사회적으로 큰 문제이기 때문에 형량도 가중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필승 변호사는 다르게 봤다. "형법 적용은 어려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유골을 손괴한 건 아니라고 보인다"며 "(이미 가공된 뼈를 구매했다는 점에서) 본인이 직접 유골을 채취한 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이 죄가 적용된 판례는 직접 다른 사람의 묘지를 삽으로 파헤치고, 유골을 화장시킨 경우가 대표적이다.


③폐기물관리법 위반⋯ "의료폐기물 재활용한 책임"

대신 변호사들은 "폐기물관리법은 인정될 것 같다"며 입을 모았다. 이 법에서 말하는 '폐기물'에는 병원에서 배출되는 인체 조직 등 '의료폐기물'도 포함된다.


이 법은 제13조의2에서 "준수사항을 지키는 경우 폐기물을 재활용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반을 제외한 의료폐기물의 재활용은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어겼을 때 처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정필승 변호사는 "폐기물관리법의 적용이 가능할 것 같다"고 했고, 임원택 변호사 역시 "병원에서 배출되는 뼈를 사용한 경우라면 이 죄의 위반이 인정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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