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문혁 교수의 '모르면 후회할 법 이야기'(19)] 봉이 김선달에게서 물건을 샀다면?
[호문혁 교수의 '모르면 후회할 법 이야기'(19)] 봉이 김선달에게서 물건을 샀다면?
매수인은 어떻게 보호받을까? 매도인의 담보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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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에 있어 매수인을 보호하기 위하여 민법은 매도인에게 일정한 책임을 지우는데, 이를 매도인의 '담보책임'이라고 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는데, 매도인이 계약을 이행하는 데에 문제가 생기거나 매매 목적물인 물건이나 권리에 흠결이 있으면 매수인이 제대로 권리를 취득하거나 행사할 수가 없게 된다. 이러한 경우에 매수인을 보호하기 위하여 민법이 매도인에게 일정한 책임을 지우는데, 이를 매도인의 '담보책임'이라고 한다. 매도인이 담보책임을 지는 경우는 ① 타인의 권리를 매매한 경우, ② 매매 목적물의 수량 부족이나 일부 멸실(양적 흠결), ③ 매수인의 사용이나 수익을 방해하는 권리의 존재(질적 흠결), ④ 매매한 물건 자체의 흠결 등이 있다.
여기서는 우선 제3자의 권리를 매매한 경우를 설명한다. 민법은 남의 권리를 파는 것도 일단은 유효하다고 본다. 이러한 경우에 매도인은 '그 권리를 취득'하여 매수인에게 이전할 의무를 지도록 한다. 한강 변에 있는 이춘풍의 정자(亭子)를 허생원에게 팔기로 한 봉이 김선달은 그 정자의 소유자 이춘풍으로부터 소유권을 취득하여 허생원에게 이전하여야 한다. 여기서 김선달이 담보책임을 진다는 말은 계약 당시에는 이춘풍의 소유물이지만 그 소유권을 김선달이 취득하게 될 것임을 담보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만일 김선달이 이춘풍에게서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여 허생원이 소유권자가 될 수 없으면 일정한 담보책임을 지게 된다.
여기서 김선달이 권리를 취득하지 못하게 된 사유는 김선달에게 잘못이 있는 경우에 한하지 않는다. 본래의 권리자인 이춘풍이 김선달에게 매도하기를 거부하여서 김선달이 허생원에게 소유권을 이전할 수가 없게 된 경우에도 김선달은 담보책임을 진다. 매매하려는 정자가 홍수나 산불 등 김선달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사유로 사라진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김선달이 그 정자를 이춘풍에게서 매입하여 등기까지 필한 뒤에 다시 허생원에게 매도하였더라도, 이춘풍이 김선달에게 이전한 등기가 무효여서 허생원이 소유권을 잃게 된 경우에도 김선달은 담보책임을 진다. 그뿐만 아니라 김선달이 이춘풍이 그 정자의 진정한 소유자라고 믿고 매입하여 허생원에게 다시 팔았는데, 나중에 맹진사가 진정한 소유자로 밝혀져서 허생원이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한 경우에도 김선달은 담보책임을 진다.

매도인 김선달이 지는 담보책임으로는 첫째로 매수인의 계약 해제가 있다. 계약의 해제는 유효하게 성립한 계약의 효력을 소급적으로 소멸시키는 행위여서, 계약이 처음부터 체결되지 않은 상태로 되돌아간다. 따라서 당사자들이 이미 이행한 부분은 원상으로 회복하여야 한다. 즉, 허생원은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넘겨받은 정자를 김선달에게 반환하고, 김선달은 매매대금을 허생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 이미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으면 그 등기를 말소한다.
담보책임의 둘째는 손해배상이다. 매수인 허생원이 계약할 때에 그 정자가 김선달의 소유가 아니라는 점을 몰랐으면(선의, 善意) 김선달을 상대로 그 계약으로 말미암아 입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김선달이 소유자가 아님을 알고 있었던 경우(악의, 惡意)에는 손해배상청구권이 없다. 김선달이 소유권을 취득하게 될 것을 허생원이 굳게 믿었어도, 그 자체로 허생원은 계약 당시에 악의였다는 뜻이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김선달이 이춘풍에게서 정자를 매수하였지만 등기를 이전받지 않은 채로 허생원에게 다시 판 경우(미등기전매)에 문제가 된다. 이때는 김선달이 등기를 이전받지 못하여 소유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허생원이 알았으므로 악의가 되기 때문이다.
만일 김선달이 그 정자가 자기 소유라고 속여서 계약하였으면 이는 '사기로 인한 의사표시'가 되어 허생원이 매수의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도 있다. 이는 담보책임과는 별도의 규율이다.
매도인의 소유가 아닌 물건을 매매하거나 권리를 매매하는 것은 이론상으로나 법적으로나 계약으로서의 효력은 생기지만, 실제로는 매도인이 계약 내용대로 이행하지 못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여러 가지 정황을 잘 따져서 신중하게 해야 한다.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이 한강 변에 있는 남의 건물을 팔아먹지 말라는 법이 없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