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일출봉 뒤흔든 치파오 군무, 처벌하고 싶어도 못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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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일출봉 뒤흔든 치파오 군무, 처벌하고 싶어도 못 하는 이유

2025. 09. 17 10:07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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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로 보기 애매, 경범죄 적용도 어려워

중국 전통 의상을 입은 여성들이 제주 성산일출봉에서 단체로 춤을 추는 모습. /스레드 캡처

제주 성산일출봉 정상 부근이 진분홍색 치파오 물결로 뒤덮였다. 중국인 여성 10여 명이 단체로 중국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영상이 퍼지면서 온라인이 들끓고 있다. 이들 뒤편에선 '예술단'이라 적힌 붉은 현수막까지 등장했다.


최근 한국인 유튜버가 백두산 천지에서 태극기를 들었다는 이유로 중국 공안에 제지당한 사건과 맞물려 "남의 나라 명소에서 도가 지나치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분노한 시민들은 이들을 처벌할 방법이 없는지 묻는다.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이 치파오 군단, 과연 법의 잣대로 제재할 수 있을까.


집회 신고 안 했으니 불법? 집회 목적이 관건

가장 먼저 따져볼 수 있는 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이다. 현행법상 옥외집회를 열려면 사전에 관할 경찰서에 신고해야 한다. 이들은 신고 없이 단체 행동을 벌였으니 처벌 대상이 될까.


먼저 '집회'의 정의부터 꼼꼼히 살펴야 한다. 우리 법원은 집회를 '공동의 의견을 형성해 이를 대외적으로 표명할 목적'으로 모이는 행위로 본다. '예술단' 현수막을 들고 단체로 춤을 춘 행위가 과연 정치적·사회적 의견을 표명하려는 목적이었는지, 아니면 단순한 문화 공연이나 단체 관광객의 기념 활동이었는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공동의 의견 표명이라는 목적이 입증되지 않으면 집시법상 집회로 보기 어려워, 미신고 집회로 처벌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다른 관광객 불편 줬으니 경범죄? 명확한 증거 없어

그렇다면 다른 관광객의 통행을 방해하거나 소음으로 불편을 준 행위는 어떨까. 경범죄 처벌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길을 막거나 다른 사람을 불안하게 하는 행위(불안감조성), 공공장소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행렬방해) 등을 처벌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적용이 쉽지 않다. 기사와 영상만으로는 이들이 다른 관광객의 길을 적극적으로 막았거나, 위협적인 행동으로 불안감을 줬다는 사실을 명확히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단순히 공공장소에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춘 행위 자체를 경범죄로 처벌하기는 힘들다.


처벌 어렵지만 손 놓을 순 없다

결론적으로 현행법의 그물망으로는 치파오 군단을 처벌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만 하는 건 아니다. 해법의 열쇠는 제주특별자치도가 쥐고 있다.


제주도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관광 질서 유지를 위한 독자적인 정책을 펼칠 수 있다. 제주도 차원에서 주요 관광지의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례나 관리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성산일출봉 같은 세계자연유산에서 단체 공연이나 행사를 할 경우 사전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한다면 문화적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면서도 무질서한 행위로 인해 다른 관광객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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