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여중생 성폭행 투신 사건 내일 선고…아버지는 여전히 죽은 딸의 학생증을 품고 다닌다
인천 여중생 성폭행 투신 사건 내일 선고…아버지는 여전히 죽은 딸의 학생증을 품고 다닌다
'인천 여중생 성폭행 투신 사건' 항소심 내일 결론
선고 전, 외로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피해자 아버지를 만났다
지난 2018년 '인천 여중생 성폭행 투신 사건'이란 이름으로 알려진 이 사건의 항소심 결과가 내일 나온다. 로톡뉴스가 외롭게 싸움을 벌여온 아버지를 만났다. 아버지는 담담히 이야기를 하다 결국 눈물을 보였다. /강선민 기자
5월은 가정의 달. 가슴 한편에 카네이션이 아닌 붉은 피멍을 품고 법원을 찾은 아버지가 있다. 딸을 죽음으로 내몬 가해자들의 항소심 재판을 지켜보기 위해서다.
지난 2018년 '인천 여중생 성폭행 투신 사건'이란 이름으로 알려진 이 사건은 3명의 남학생이 한 여중생에게 저지른 범죄였다. 한 학생은 피해자를 성폭행, 또 다른 학생은 성추행을 했다. 그걸 SNS로 퍼뜨린 이도 있었다. 피해자는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다.
피해자가 사망한 지 무려 1030일이 지났지만 재판은 아직도 2심에 머물러있다. 피고인 3명은 각각 강간과 위계 추행, 명예훼손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여전히 "우리에겐 죄가 없다"며 버티고 있다.
원래대로라면 지난해 9월 항소심(2심) 선고가 나왔어야 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2심에서만 재판부가 세 차례 변경되면서 8개월간 결론이 계속 미뤄졌다. 언제 끝날지 예측하기 힘든 이 싸움에서 홀로 버티고 있는 아버지를 로톡뉴스가 직접 만났다.
어느 날 아이가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다. 아버지의 정처 없는 싸움은 그때부터였다. 학교와 교육청을 설득하고 수사기관을 쫓아다니던 때까지도 그가 지녔던 믿음은 이러했다.
'본격적으로 수사가 시작되고 재판이 진행되면 진실이 밝혀질 거다.'
최소 1~2년 정도면 아이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고 했다. 그렇게 생업도 포기하고 아이 사건에만 매달렸다. 하지만 그 시간이 2년이 넘어가고 있다. 낯설었던 법원 지리가 어느덧 눈에 익어가는 지금, 재판에 대한 이해가 늘수록 오히려 근심은 깊어졌다고 아버지는 토로했다.

"판사님이 우리 쪽에 불리한 주장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기만 해도 마음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언젠가부터는 재판부의 판결 성향까지 하나하나 찾아보게 됐어요. 성범죄에 너그러운 재판부는 아닐지, 딸 아이를 일탈 청소년으로 치부하지는 않을지 그런 것들을요."
피고인(가해자)에게 유리한 탄원서나 반성문이라도 제출된 날이면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했다. 그게 가해자를 풀어주는 열쇠가 되진 않을지 두렵다는 게 아버지의 호소였다.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끝까지 무죄라고 주장하던 피고인 기억 하시지요? 그 친구가 얼마 전 반성문을 두 차례나 냈습니다. 정작 우리 가족에겐 한 마디 사과도 하지 않았어요. 그런 반성문도 판결에 영향을 미치는 건가요? 제가 정말 원하는 건 모든 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 뿐입니다. 하지만 제 딸은 더이상 돌아올 수가 없잖아요. 그럼 저는 어떻게, 누구를 용서해야 하나요."
3명의 피고인 중 성폭행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A군의 이야기였다. 그는 지난 3월 있었던 마지막 변론에서 "나는 억울하다. 대법원까지 상고하겠다"고 주장했다. 피고인 가운데 가장 죄질이 나빴지만, 1심부터 단 한 차례도 반성문을 내지 않았던 A군. 그가 돌연 항소심 선고를 며칠 앞두고 법원에 반성문을 제출한 상황이었다.
사건 초기, 한 학부모가 말했다. "엄마나 아빠가 바빠서 애를 신경을 못 써서 그런 거 아니에요?"
수사 도중, 어느 수사관이 말했다. "부모가 모르는 자식의 모습도 있는 겁니다. 요새 이런 애들 많아요."
재판 중에, 피고인의 변호인은 말했다. "피해자는 성(性)에 개방적인 아이였습니다. 강간이라고 볼 수가 없어요."
피해자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스스로 변론을 할 수가 없다. 아버지는 법원 안팎에서 쏟아지는 2차 가해를 견디고 있었다.
"피고인 변호인들이 매 재판마다 새로운 논리를 들어 딸 아이를 인신공격했습니다. '피해자가 성관계를 하려고 스스로 누웠다', '가정의 불화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했을 뿐이다'. 제가 묻고 싶은 건 이겁니다. 그래서 성폭행을 안 했나요? SNS에 올렸던 무차별적인 폭력들이 없던 일이 되나요? 본질을 흐려도 저지른 범죄가 사라지지는 않잖아요. 그게 자식 죽은 부모 앞에서 할 말인가 싶었습니다."
때로 아버지는 대놓고 피해자를 희롱하는 변론에 대해 소리치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 항변마저 아이의 억울함을 푸는 데 방해가 될까, 판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싶어 묵묵히 방청석에 앉아 있어야만 했다고 전했다.
이는 많은 성범죄 피해자들이 겪고 있는 문제이기도 했다. 범죄 혐의를 벗겠다며 피해자를 공격하는 변론들은 여전히 존재했고, 명백한 2차 가해가 됐다. 하지만 그 모멸감을 참아야 하는 건 온전히 피해자들의 몫이었다.
"(죽은 딸의 동생인) 아들이 올해 고등학생이 됐습니다. 최근 그 아이가 지니고 있던 생각들을 우연히 알게 됐습니다. '왜 우리 가족에게 이런 불행이 생겼을까, 자기가 심폐소생술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누나가 죽은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자책하고 있었습니다. 본인도 누구보다 힘들 텐데 말이에요."
사고 당시 피해자의 동생은 14살이었다. 누나의 죽음을 가장 먼저 발견하고, 직접 심폐소생술을 했다.
아버지 역시 가족을 지키지 못했다는 중압감에 시달리고 있다.
"지금처럼 5월이었어요. 날이 더워서 반팔을 입어야 할 땐데, 딸 아이가 긴팔 교복을 입고 학교를 가더라고요. '더운데 왜 긴 팔을 입었어?'하고 물었더니 대수롭지 않게 '아빠, 내 자리가 에어컨 바로 아래라서 추워서 그래'라고 말했거든요. 그런데 알고 보니 손목에 있는 자해 흔적을 안 보여주려고 그랬던 거더라고요. 혼자선 힘들었을 텐데 아빠한테 왜 말을 안 했을까. 나한테 말 좀 해주지⋯."
가해자들은 하지 않는 반성과 자책을, 도리어 피해자의 가족들이 대신하고 있었다. 형벌은 누구보다 보호받아야 할 사람들에게 내려졌다. 아버지는 한참 동안 자신의 목에 걸린 피해자의 학생증을 어루만졌다. 그는 다음 재판에도 그 목걸이를 하고 법원을 찾을 것이다.
이번 항소심 결과는 선뜻 예측이 어려운 상태다. 검찰과 피고인 측 모두 양형이 부당하다고 맞서고 있고, 피고인 중 일부는 범죄 혐의 자체를 부인하고 있어서다. 현재 검찰은 1심보다 더 무거운 구형을 했다. 보석으로 풀려난 피고인들에게는 최대 2년씩 형을 늘릴 것을 주문했다. 앞서 집행유예를 받았던 피고인에게는 실형을 선고해달라고 한 상태다.
다시 법원에서 만나기를 약속하고 걸어 나오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아버지가 걱정하시는 그런 판결은 나올 리가 없다"고 단언할 수 없었다. 회사로 복귀하는 길에서 다시 한번 판결문 속 이 문구가 생각났다.
"다만 피고인이 진지하게 반성을 하고 있고⋯."
선고는 오는 14일 오후 2시, 서울고법 서관 312호실(형사 8부 배형원 부장판사)에서 나온다.
이 기사는 로톡뉴스의 윤리강령에 부합하는 사실 확인을 거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