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70대들은 성인지 감수성 약하다" 감형 사례 찾아본, 이미 다 계산된 변론
[단독] "70대들은 성인지 감수성 약하다" 감형 사례 찾아본, 이미 다 계산된 변론
'성추행 혐의' 오거돈 전 부산시장 측, 최후변론 논란
"70대들은 성인지 감수성 약하다" "병든 노인의 미친 짓으로 여겨달라"
"저게 변명이냐"는 비판 감수하면서까지 변론 펼친 건, 다 이유가 있었다
![[단독] "70대들은 성인지 감수성 약하다" 감형 사례 찾아본, 이미 다 계산된 변론 기사 관련이미지](https://d2ilb6aov9ebgm.cloudfront.net/1624340149137586.jpg?q=80&s=832x832)
지난 21일 강제추행 혐의 등을 받은 오거돈 전 부산시장 측이 최후 변론에서 "70대들은 성인지 감수성이 약하다"고 말했다. 그가 이렇게 말한 건 이유가 있었다. 로톡뉴스가 취재한 결과 이를 감형 사유로 받아준 판례가 존재했다. /연합뉴스⋅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가 법정에서 하는 '말'엔, 다 이유가 있다. 그게 만약 검찰의 구형 직후 이어진 최후 변론에서 한 말이라면 더욱더 그렇다. 단순한 말이 아니라 철저히 계산된, 감형을 위한 전략에 가깝다.
지난 21일, 직원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징역 7년이 구형된 오거돈(74) 전 부산시장. 이날 오 전 시장 측은 최후 변론에서 두 가지를 강조했다. "70대들은 성인지 감수성이 약하다(①)"며 "힘없고 병든 노인의 미친 짓으로 여겨 용서해 달라(②)"고 말했다.
"저게 변명이냐"는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렇게 말한 건, 다 이유가 있었다. 로톡뉴스가 취재한 결과 이를 감형 사유로 받아들여 준 판례가 존재했다. 고령의 체육 교사가 중학생 피해자들을 성추행한 사건에서 1, 2심 법원은 모두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벌금형으로 선처해줬다.
"피고인은 성인지 감수성이 다소 부족한 상태에서(①), 경솔한 행동을 자제하지 못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②)."
한 학년 총원이 10명 내외인 작은 중학교에서 벌어진 사건이었다. 35년간 교직에서 몸담은 체육 교사 A씨가 중학교 1학년이었던 피해자 2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체육 시간 전후로 피해자들의 팔뚝, 손목 등을 주무르고 볼링을 가르쳐주겠다며 몸을 여러 차례 만진 혐의를 받았다.
피해자들의 진술은 구체적이고, 일관됐다.
"갑자기 선생님이 뒤로 와 5분 동안 주물럭거렸다"
"맨살에 선생님 손이 닿았다. 이제 한 번 더 그러면 '아빠한테 얘기해야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와서 속상해서 몰래 울었다. 부모님께 말도 못 꺼내는 게 짜증 나고 학교 가는 게 싫었다."
목격자들의 진술도 이와 일치했으며, 피해자들에겐 A씨를 모함할 동기도 없었다. 재판 결과는 1심과 2심 모두 유죄. 지난 2019년 12월, 1심을 맡은 춘천지법 강릉지원 제2형사부(재판장 강완수 부장판사)와 지난해 5월 2심을 맡은 서울고법 춘천 제1형사부(재판장 박재우 부장판사)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미성년자인 중학생에 대한 강제추행은 2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아청법 제7조 제3항)으로 처벌 수위가 무겁다. 하지만 두 재판부는 피해자들과 합의하지도 못한 A씨에게 최저형을 선고했다.
그 배경으로 유리한 양형사유 다섯 가지를 언급했다.
▲추행의 부위와 정도가 비교적 가벼운 점 ▲피고인이 다른 학교로 전근하여 피해자들의 학업에 지장을 줄 우려는 없는 점 ▲35년가량 체육 교사로 근무하며 학생들의 건강한 신체활동과 정서발달을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보이는 점 ▲변화하는 시대에서 요구되는 성인지 감수성이 다소 부족한 상태에서 경솔한 행동을 자제하지 못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 ▲형사처벌 전과가 없는 점 등 이었다.
두 재판부 모두 "피고인(A씨)이 성인지 감수성이 다소 부족한 상태에서 경솔한 행동을 자제하지 못 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70대들은 성인지 감수성이 약하다"며 "힘 없고 병든 노인의 미친 짓으로 여겨 용서해달라"고 한 오 전 시장 측의 변론에는 이유가 있던 셈이다. 엄연히 판례에 존재했기 때문에.


오 전 시장에 대한 1심 선고는 다음주 화요일인 29일, 부산지법 형사6부(재판장 류승우 부장판사)에서 열린다.
이 기사는 로톡뉴스의 윤리강령에 부합하는 사실 확인을 거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