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끝났는데 1년째 버티는 세입자, 월세 1100만원 받을 수 있나?
계약 끝났는데 1년째 버티는 세입자, 월세 1100만원 받을 수 있나?
변호사들 “내용증명부터 보내야” 한목소리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임대차 계약이 종료된 지 1년 가까이 된 상가에 전 세입자가 버젓이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건물주는 11개월 치 월세 1100만 원과 매각 계획 차질에 따른 손해를 주장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소송에 앞서 묵시적 갱신 여부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계약 자동 연장 여부에 따라 법적 대응 성격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계약 종료 1년 후…유령처럼 돌아온 세입자의 흔적
3개 호실을 소유한 임대인 A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호실을 모두 한데 묶어 중·대형 공장을 찾는 새 임차인을 구하거나 매각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이 중 101호는 임차인과 지난 4월 부로 임대차 계약이 분명히 끝난 상태였다.
하지만 계약 종료 후 11개월이 지난 2026년 3월, 현장을 찾은 A씨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이미 나갔어야 할 전 임차인이 여전히 해당 호실을 점유하며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우편함에는 해당 주소로 된 사업자 우편물이 쌓여 있었다. 이미 못 받은 월세 총액은 보증금을 훌쩍 넘어 1100만 원에 달했다.
무단점유 단정은 금물… 핵심은 '묵시적 갱신'
A씨는 당연히 무단점유라 생각했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섣부른 판단을 경계했다. 소송의 향방을 가를 첫 번째 관문은 바로 '묵시적 갱신'이 성립했는지다.
법무법인 유안의 조선규 변호사는 “무단점유 11개월 전부에 대한 부당이득(차임 상당) 청구로 정리되기보다, 먼저 법정·묵시 갱신(연장) 성립 여부가 선결 쟁점이 된다”고 지적했다.
상가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임대인이 계약 만료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갱신 거절' 통지를 하지 않으면 기존과 같은 조건으로 1년간 자동 연장된다.
만약 A씨가 이 통지를 소홀히 했다면, 계약은 2026년 4월 30일까지 유효하므로 사건은 무단점유가 아닌 월세 연체 문제가 된다. 반면, 적법한 통지를 했다면 명백한 무단점유에 해당한다.
“보증금 안 줬으니 못 나가” 주장은 통할까?
만약 무단점유로 결론 날 경우, A씨는 밀린 월세 상당액을 부당이득으로 청구할 수 있다.
법률사무소 상산의 채한규 변호사는 “법적으로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이후 임차인이 목적물을 계속 점유하면서 본래의 임대차계약상 목적에 따라 사용·수익하고 있는 경우에는, 임차인은 그로 인한 이익을 법률상 원인 없이 취득한 것이므로 차임 상당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점유를 계속했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해당 공간을 실질적으로 사용해 이익을 얻었다면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채한규 변호사는 “다만, 임차인이 보증금 반환을 받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동시이행항변권을 주장할 수 있으나, 이 경우에도 임차인이 실질적으로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고 있다면 부당이득반환의무는 성립한다”고 강조했다.
A씨가 찍어둔 현장 사진과 우편물은 바로 이 실질적 사용·수익을 증명할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
변호사들 이구동성 “최우선 조치는 내용증명”
법률 전문가들은 A씨가 지금 당장 취해야 할 조치로 내용증명 발송을 꼽았다. 내용증명을 통해 계약 종료 사실을 공식화하고, 즉각적인 퇴거와 11개월 치 부당이득 반환을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A씨가 계획했던 3개 호실 일괄 매각이 무산된 데 따른 손해는 '특별손해'로 분류돼 배상받기가 까다롭다.
로버스 법률사무소의 신은정 변호사는 “이를 배상받기 위해서는 임차인이 임대인의 매각 계획 등을 사전에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을 입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현재로서는 내용증명을 통해 임차인을 압박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첫걸음이다.
만약 임차인이 내용증명에도 불응한다면, A씨는 건물명도 및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을 통해 법의 힘을 빌려 강제집행에 나설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