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 사망사고 덮으려 '가짜 서류' 꾸민 관리자…법원은 왜 유족 손을 들어주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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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 사망사고 덮으려 '가짜 서류' 꾸민 관리자…법원은 왜 유족 손을 들어주지 않았나

2026. 08. 09 13:27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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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질 숨긴 채 잠수하다 사망한 이용객

법원 "요원 더 있었어도 구조 빨랐을 거라 보기 어려워"

실내수영장 익사 사고에서 안전요원 배치 규정 위반과 서류 위조가 인정됐지만, 유족의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됐다. /셔터스톡

안타까운 수영장 익사 사고. 규정과 달리 안전요원은 단 한 명뿐이었다. 심지어 사고 직후 책임자는 '안전요원이 2명이었다'며 가짜 서류를 꾸며내기까지 했다.


유족들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유족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법정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서울북부지방법원 제12민사부(재판장 조승우)가 선고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판결문을 통해 그 전말을 짚어봤다.


텅 빈 감시탑, 물속에서 멈춘 3분


2019년 11월 14일 저녁, 서울의 한 체육센터 실내수영장. 간질장애 3급을 앓고 있던 망인 A씨는 자유수영 레인에서 잠수하여 물속을 나아가는 잠영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다시 물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잠영 중 저산소증으로 기절하는 이른바 '블랙아웃' 현상 또는 간질 발작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규정상 수영장 감시탑에는 수상안전요원이 2인 이상 배치되어야 했다. 그러나 그날 그 시각, 수영장에는 안전관리자 B씨 단 한 명만이 근무하고 있었고, 그마저도 감시탑에서 내려와 있던 상태였다.


법원 역시 "사고 발생 당시 이 사건 수영장 감시탑에 2인 이상의 수상안전요원이 배치되지 않은 과실"을 명백히 인정했다.


사고 후 벌어진 충격적인 '증거 조작'


가장 큰 문제는 사고 이후에 벌어졌다. 수영장 운영관리를 총괄하던 파트장 C씨는 사고 당시 안전요원이 2명 근무한 것처럼 꾸미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B씨와 또 다른 강사에게 지시해 가짜 '안전관리근무용역계약서'를 작성하도록 교사했다. 누군가의 죽음 앞에서도 진실을 덮고 책임과 처벌을 피하기 위해 급급했던 꼼수였다.


결국 이 일로 C씨는 형사재판에 넘겨져 사무서위조교사 및 증거위조교사 등의 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유죄 판결을 받았다.


유족들은 수영장 관리 주체와 책임자들을 상대로 약 5억 9,400만 원을 청구하는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책임자들의 서류 위조 행위로 인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도 함께 요구했다.


"위조는 괘씸하지만…" 법원이 손해배상 기각한 이유


안전요원 배치 규정을 어긴 과실도 인정됐고, 서류를 위조한 행위도 사실로 드러났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냉정했다. 판결의 핵심은 '인과관계'와 '보호법익'에 대한 엄격한 해석에 있었다.


첫째, 법원은 안전요원 부족과 A씨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수영 영법의 특성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 "잠수해서 물속을 나아가는 잠영 영법 특성상 수영자가 잠수 중 의식을 잃더라도 외부에서 이를 곧바로 알아차리기 어렵다."


사고 당시 레인 옆에 있던 보호자들도 A씨가 그저 오래 잠수하는 것으로만 생각했다. 이 때문에 재판부는 "수상안전요원이 감시탑에 한 명 더 있었다고 하더라도 외부에서 즉각적인 이상 징후 파악은 어려웠을 것"이라고 봤다.


또한, 물속에 잠수했던 시간은 약 3분 내외였고 구조 후 즉각적인 심폐소생술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구조가 지연되었거나 조치가 미흡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둘째, 유족들을 가장 분노케 했던 서류 위조에 대한 위자료 청구 역시 기각됐다. 재판부는 범죄로 인해 침해되는 법적인 이익, 즉 '보호법익' 대상을 명확히 선 그었다.


> "문서위조죄의 보호법익은 문서의 진정에 대한 공공의 신용이고, 증거위조죄의 보호법익은 국가의 사법기능이다."


법원은 가해자들의 서류 위조 행위가 괘씸하고 형벌을 받아 마땅한 범죄인 것은 맞지만, 그것이 국가의 사법 기능이나 사회적 신용을 해친 것일 뿐 유족 개인의 법익을 직접적으로 침해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위조 교사 행위 자체만으로는 유족들의 정신적 피해 발생 사실을 법적으로 인정하여 민사상 위자료를 물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진실을 가리려 했던 관계자들의 은폐 시도. 형사 처벌이라는 응당한 대가는 치렀지만, 법과 현실의 엄격한 경계선 앞에서 손해배상 책임으로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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