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용구 차관의 '폭행 블랙박스 영상' 증거인멸 시도, 명백해 보이지만 처벌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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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용구 차관의 '폭행 블랙박스 영상' 증거인멸 시도, 명백해 보이지만 처벌 어렵다

2021. 01. 25 18:08 작성2021. 01. 25 18:12 수정
안세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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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이용구 택시기사 폭행 사건의 핵심 증거 '블랙박스 폭행 영상' 확보

영상 삭제 부탁한 이 차관, 영상 존재 덮은 경찰⋯'은폐' 의혹

변호사들은 막상 증거인멸을 시도한 이용구 차관은 처벌이 안 된다고 했다, 왜?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을 증명할 30초짜리 블랙박스 영상이 이용구 법무부 차관을 겹겹이 궁지로 몰고 있다./연합뉴스⋅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30초짜리 '블랙박스 영상'이 이용구 법무부 차관을 겹겹이 궁지로 몰고 있다.


이 차관이 운행 중인 택시기사를 폭행하는 장면이 찍힌 이 영상은 앞서 한 차례 삭제됐다가 검찰에 의해 복원됐다.


이 영상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이 차관에게 불리하다. 논란이 됐던 이용구 차관의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을 증명할 증거가 되기도 하고 이를 인멸하려고 시도한 정황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택시기사는 "이 차관이 '영상을 지우는 게 어떻겠냐'고 요청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이 말이 맞는다면, 이 차관은 딱 떨어지는 증거인멸교사(②)를 저지른 셈이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이 차관이 증거인멸과 관련해 처벌받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왜일까?


처벌이 어려운 이유 1. '증거인멸교사'는 맞지만 '미수'에 그쳤기 때문

이 차관에게 적용 가능한 혐의는 증거인멸교사죄(형법 제155조)다. 우리 형법은 자신의 범죄에 대한 증거를 스스로 인멸하는 건 처벌하지 않지만, 남을 시켜서 없애려 했다면 처벌한다.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문제의 영상이 '결국 다시 복구됐다'는 점에서 이 차관이 해당 조항으로 처벌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 내다봤다. 결과적으로 증거인멸이 성공하지 못한 셈이기 때문이다. 법적으로는 '미수(未遂)'에 그친 범행인데, 증거인멸교사죄는 미수범 처벌 규정이 없다.


법률 자문
(왼쪽부터) '법무법인 온세상'의 설현섭 변호사, '더프렌즈 법률사무소'의 이동찬 변호사, '법률사무소 나란'의 서지원 변호사. /로톡DB


법무법인 온세상의 설현섭 변호사는 "이 차관이 증거인멸을 교사(敎唆·남을 꾀거나 부추겨서 나쁜 짓을 하게 함)한 건 맞으나 미수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 이 죄의 성립은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더프렌즈 법률사무소의 이동찬 변호사는 "택시기사가 (결과적으로) 경찰에게 영상을 보여줬다는 점에서도 이 죄를 물을 수 없다"고 봤다.


더구나 이 차관이 '증거인멸'을 요구했지만 결국 택시기사는 이 말대로 행동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경찰이 영상을 확인했다는 것도 이 차관에게 유리하다.


법률사무소 나란의 서지원 변호사 역시 "이 죄가 성립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처벌이 어려운 이유 2. 이 차관을 처벌하려면 택시기사도 처벌해야 하기 때문

"이 차관을 처벌하려면 택시기사도 함께 처벌해야 한다"는 점도, 이 차관의 처벌을 막는 요소다.


증거인멸교사죄는 증거인멸을 직접 실행한 '정범(正犯)'과 이를 시킨 '교사범'으로 엮이고, 두 사람 모두 처벌 대상으로 삼는다. 이 차관을 처벌하려면 택시기사도 처벌해야 하는 구조다.


이동찬 변호사는 "택시기사는 (폭행) 범죄의 피해자"라며 "피해자에게 가혹한 형법을 들이대기 어려운 점도 있다"며 "증거인멸죄의 정범(택시기사)이 없는 경우이기 때문에 교사범(이용구 차관)도 성립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담당 수사관은 처벌된다⋯형법상 직무유기죄

그렇다면 아무도 처벌받지 않고 이 사안은 끝나는 걸까? 변호사들은 "담당 경찰관은 처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택시기사에 따르면, 이번 사건을 담당한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택시기사로부터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고도 "안 본 걸로 할게요"라고 했다. 이는 형법상 직무유기죄(형법 제122조)에 해당한다.


(왼쪽부터) '법무법인(유)에이스'의 옥민석 변호사, '법무법인 정향'의 유진영 변호사. /로톡DB


법무법인(유)에이스의 옥민석 변호사는 "정당한 사유 없이 의도적으로 수사 업무를 방임 또는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직무유기죄가 성립될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법인 정향의 유진영 변호사도 같은 의견이었다. "경찰관은 범죄를 수사할 의무가 있다"며 "(그런데도) 경찰 조서에 동영상 관련 내용을 기재하지 않았다면 수사 의무를 게을리한 정도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사건을 축소시켰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이 죄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년 이하의 자격정지로 처벌될 수 있다.


이미 서울 서초경찰서의 해당 수사관은 대기발령 조치됐다. 진상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서울경찰청은 지난 24일 "담당 수사관이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했다는 내용이 일부 사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역시 25일 공개 사과와 함께 "담당 수사관이 (영상을 확인했다는 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며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 수사관이 피혐의자나 피의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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