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골 앙상한 모델 쓴 자라, 영국선 '금지'…한국에선 '이 법'으로 제재 가능하다
쇄골 앙상한 모델 쓴 자라, 영국선 '금지'…한국에선 '이 법'으로 제재 가능하다
한국은 '표시광고법'상 소비자 기만 여부가 관건

영국 광고심의기관의 제재를 받은 자라 광고. /BBC News
영국에서 쇄골이 앙상하게 드러난 모델을 내세운 자라 광고가 금지됐다. 만약 비슷한 광고가 한국에서 집행될 경우 법의 제재를 피할 수 있을까.
"비정상적 마름 연상"…영국 광고심의기관의 제동
최근 스페인 패션 브랜드 '자라(ZARA)'는 영국 광고표준기관(ASA)으로부터 광고 2건에 대해 금지 조치를 받았다. 문제가 된 광고 속 모델이 과도하게 말라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광고를 보면, 모델은 쇄골이 드러나는 상의나 짧은 드레스를 입고 있다. ASA는 이 광고가 의도적으로 모델의 마른 체형을 부각했다고 봤다. 특히 "모델의 포즈와 의상이 전반적으로 '비정상적인 마름'을 연상케 한다"고 지적했다.
자라 측은 "사소한 조명 보정 외에 편집은 없었으며, 모델들은 모두 건강하다는 의료 증명서도 있다"고 해명했지만, 결국 해당 이미지를 모두 삭제했다.
이러한 제재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월에도 '막스 앤 스펜서' 등 다른 브랜드 광고가 비슷한 이유로 금지 처분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과체중 모델은 괜찮냐"는 형평성 논란도 제기되지만, '지나치게 마른 모델'에 대한 규제 기조는 분명해 보인다.
한국엔 '깡마른 모델 금지법' 없지만…'이 법'이 있다
한국에는 영국 ASA처럼 광고를 사전 심의하거나 '마른 모델'을 직접 규제하는 법은 없다. 하지만 법의 그물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약칭 표시광고법)이다.
이 법은 소비자를 속이거나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부당한 광고를 막는 것이 목적이다. 특히 제3조 제1항은 '거짓·과장의 표시·광고'를 금지하고 있는데, 시행령에서는 이를 "사실과 다르게 표시·광고하거나 사실을 지나치게 부풀려 표시·광고하는 것"으로 규정한다.
법원의 판단 기준은 명확하다. 대법원은 광고가 소비자를 속일 우려가 있는지는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일반 소비자가 그 광고를 받아들이는 전체적·궁극적 인상을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2017. 4. 7. 선고 2016두61242 판결).
이 법리를 자라 광고에 적용해보자. 만약 과도하게 마른 모델을 내세운 광고가 일반 소비자에게 '이 옷을 입으면 모델처럼 비현실적인 몸매가 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거나, 건강하지 않은 신체 이미지를 부풀려 미화한다고 판단된다면 '거짓·과장 광고'에 해당할 수 있다.
과거 법원은 건강보조식품 광고가 "비만을 치유하는 데 특별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인식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며 과대광고로 판단한 사례가 있다(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2도2998 판결). 옷 광고 역시 비현실적인 신체 이미지를 통해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판단이 내려질 수 있다는 뜻이다.
만약 위법하다면?…광고 중지부터 과징금까지
만약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결정되면,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선다. 공정위는 해당 광고를 중지시키거나,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을 공표하도록 명할 수 있다.
금전적 제재도 가능하다. 위반 사업자에게 관련 매출액의 2% 이하 또는 최대 5억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사안이 경미할 경우 경고 처분으로 끝날 수도 있지만, 이 역시 장래에 또 다른 위반 행위가 있을 때 불리한 요소로 작용하는 행정처분이다.
한국에는 '깡마른 모델 금지법'이라는 명시적 규정은 없지만, 비현실적인 신체 이미지를 조장하는 광고는 현행 표시광고법의 '거짓·과장 광고' 규정에 따라 제재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건강한 신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는 만큼, 광고 업계도 경각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