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문혁 교수의 '모르면 후회할 법 이야기'(38)] 다툼이 벌어졌을 때 하소연할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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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문혁 교수의 '모르면 후회할 법 이야기'(38)] 다툼이 벌어졌을 때 하소연할 곳

2022. 10. 18 12:02 작성
호문혁 교수의 썸네일 이미지
homoon@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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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사법기관

/셔터스톡

이춘풍이 김선달에게서 임진강 물 10톤을 사기로 계약을 하고 계약금 5천만 원을 지급했는데, 알고 보니 김선달의 거짓말에 속은 것이었다. 김선달에게 항의했더니 김선달이 그런 계약금을 받기는커녕 계약도 한 적이 없다고 잡아뗀다. 이럴 때 이춘풍은 어디서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


어떤 사람은 군청에 민원을 넣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옆집에 사는 판사에게 김선달을 혼내 달라고 고자질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또 어떤 사람은 방송국에 제보를 하거나 대통령실에 편지를 써야 효과가 좋다고 믿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으로는 제대로 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다. 군청이나 이웃 판사, 방송국, 대통령실 어디도 권리침해를 당한 사람을 직접 구제할 권한을 가진 곳이 아니다.


누군가가 권리침해를 당했을 때, 법적 보호를 청구할 기관은 그 침해가 법적으로 어떤 성격을 가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김선달이 이춘풍을 속여서 계약금 5천만 원을 받고 떼어먹었으면 이는 형사법상으로 사기죄에 해당하는 범죄행위가 된다. 범죄 피해자인 이춘풍이 수사기관인 경찰에 고소를 하고, 경찰에서 증거를 수집하는 등 수사를 해서 김선달의 범행 혐의가 인정되면 사건을 검찰로 넘기고, 검찰은 법원에 공소를 제기한다. 이를 기소라고도 하는데, 이때까지 김선달은 피의자 신분이고, 기소 후에는 피고인이 된다. 법원이 심리 결과 김선달의 범죄가 인정되면 그에 맞는 징역이나 벌금 등의 형벌을 선고한다. 이 절차를 형사소송이라고 한다.


김선달의 행위는 민사법상으로는 불법행위가 된다. 피해자 이춘풍이 가해자 김선달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를 법원에 제기하여 승소하면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다. 이를 민사소송이라고 하는데, 법원에서 원고 이춘풍과 피고 김선달이 맞서 각기 주장을 하고 입증을 하며 싸우고 법원이 누구 주장이 옳은지를 판결한다. 여기에는 수사절차가 없으므로 경찰이나 검찰이 개입하지 않는다.


이처럼 형사법상 범죄가 되는 행위가 민사법상 불법행위도 되는 수가 많다. 가해자의 형사처벌을 원하면 피해자가 경찰(경우에 따라서는 검찰)에 고소를 하고, 손해배상을 받기를 원하면 수사기관이 아닌 법원에 소를 제기하게 된다. 실제로 피해자는 형사고소와 민사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구별이 어려운 것이 채무자가 계약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이다. 채무자의 계약불이행도 위법한 행위지만, 범죄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김선달이 정말 강물을 팔 생각으로 이춘풍과 계약을 하였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제대로 이행을 하지 못하였으면 이는 형사사건이 아니라 단순한 계약불이행으로 민사사건이 된다. 이런 경우에도 사기나 배임이라고 형사고소까지 하는 피해자가 많은데, 수사기관에서는 이런 사건은 민사사건으로 해결하라고 고소를 받아주지 않는다.


또 흔히 혼동되는 것이 판사와 검사이다. 모두 사법시험이나 변호사시험에 합격하여 법조인이 되었다는 공통점이 있고, 둘을 합해서 판검사라고 한꺼번에 부르다 보니 헷갈리는 것 같다. 판사에게 고소하겠다거나 검사가 왜 사형 판결을 않고 징역 살라고 판결하느냐는 사람들이 있다. 검사는 행정부인 법무부에 소속된 공무원으로 피고인에게 형벌을 가하는 판결을 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하고, 그에 대항하여 방어를 하는 피고인과 대립된 입장에서 법원의 재판을 받는 사람이다. 하급법원의 판사와 대법관을 아울러서 법관이라고 부르는데, 이들은 사법부인 법원 소속 공무원으로 중립적인 입장에서 검사의 기소가 타당한지를 심리해서 판결을 하는 사람이다. 판사와 검사는 그 역할과 권한이 전혀 다르다.


판사와 검사를 헷갈리다 보니 요새 판사나 검사 누구 한 사람이 잘못을 저지르면 판사와 검사를 싸잡아서 비난을 쏟아내기도 한다. 법조인들이 비난받을 짓을 했으면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그래도 한꺼번에 싸잡혀 비난받는 것은 매우 억울한 일이다. 그러나 법조인들 누구라도 애초에 비난받을 짓을 하지 않으면 이런 일도 없을 것이다. 일반인보다 더 법을 잘 지켜야 하는 법조인이니 마땅히 그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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