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정보업체 허위 소개? 연봉 사기에도 배상 못 받는다
결혼정보업체 허위 소개? 연봉 사기에도 배상 못 받는다
결혼업체 허위 정보
속아도 배상 못 받는 '결혼중개업법'의 덫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부산에 거주하는 이모 씨(37)는 지난 2022년, 270만 원을 내고 한 대형 결혼정보업체에 가입했다.
업체는 이 씨에게 연 수입 3억 원의 어린이집 원장 A씨를 소개했고, 만남 끝에 두 사람은 같은 해 6월 결혼에 골인했다.
모든 것이 순조로워 보였던 결혼 생활은 불과 한 달 만에 갈등을 겪으며 파국으로 치달았다.
이 씨가 이혼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남편 A씨는 어린이집 원장이 아니었고, 실제 직책은 행정관리 직원에 불과했다.
더욱이 연 소득 역시 3억 원이 아닌 5천600만 원으로 밝혀졌다. 어린이집은 A씨 부모 소유였으며, A씨가 거짓으로 원장 행세를 하며 업체에 등록했던 것이다.
결국 이 씨는 “배우자감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며 이듬해 9월 해당 결혼정보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부모가 물려준다고 했으니"…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된 피해자의 절규
하지만 이 씨의 법적 싸움은 1심과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최종적으로 막혔다. 지난 10월 23일, 대법원은 이 씨의 상고를 기각하며 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A씨의 실제 직업과 소득이 프로필과 다른 점은 인정하면서도, 다음과 같은 점을 근거로 업체 측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A씨의 부모가 업체에 "어린이집을 물려줄 것"이라고 말한 점
업체가 회원(A씨)으로부터 제공받은 정보를 그대로 이 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씨는 “어린이집 원장은 국가자격증이 필요한데, A씨는 자격증도 없었다”며 "결국 5천600만 원을 기준으로 양육비가 책정되었고, 패소해서 변호사 비용까지 물게 됐다"고 억울함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결혼정보업체가 제공한 허위 정보로 인한 피해는 이 씨뿐만이 아니다.
20대 여성 B씨 역시 300만 원대 회원비를 내고 가입했으나, 소개받은 남성이 벌금형 범죄 경력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어 만남을 중단하는 등, 상대방의 재산, 수입, 전과 등 중요 정보를 잘못 안내받는 황당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허위 정보에 속아도 배상 못 받는다면?…'결혼중개업법'의 한계와 실질적 대안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을 두고 결혼정보업체의 민사상 책임 인정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한다.
결혼중개업법 제25조 제1항에 따라 업체가 고의나 과실로 손해를 발생시키면 배상 책임이 있으나, 이 사안에서는 업체가 A씨 부모의 말을 신뢰하는 등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수사기관이 아니다" 업체의 책임 회피, 이용자는 무방비?
문제의 업체는 "결혼 여부, 학력, 직업은 검증하지만, 사업자의 경우 소득은 교제하며 직접 확인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서명받는다"며 '수사기관이 아니기에 검증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로 소득 정보의 경우 사업자 등은 변동성이 크고 객관적인 소득금액증명원 등의 제출이 의무화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법적으로 업체의 검증 의무 범위에 한계가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판례 역시 "결혼상대방 부모의 자산 상황까지 확인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는 등, 업체의 검증 의무를 제한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그러나 학력, 직업, 인적 동일성과 같은 기본적인 신상정보에 대해서는 업체의 정확한 정보 제공 의무가 판례를 통해 인정되고 있어, 단순 실수나 누락이 아닌 고의적인 허위 정보 제공이 확인되면 업체는 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
사기죄 성립은 더욱 어렵다…피해자가 취할 수 있는 3가지 방어책
그렇다면 허위 정보에 속은 이용자는 무방비 상태로 피해를 감수해야 할까?
법률 분석에 따르면, 업체에 대한 형사상 사기죄 성립은 '기망의 고의' 입증이 어려워 더욱 힘들 수 있다. 하지만 이용자가 취할 수 있는 법적 방어책은 여전히 존재한다.
-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비록 이번 대법원 판결과 같은 사안에서는 어렵더라도, 업체의 중요 신상정보 검증 의무 위반이 명확하다면 결혼중개업법 제25조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특히 국제결혼 중개업자의 경우 법적으로 업체가 무과실을 입증해야 하므로 피해자에게 더 유리하다.
- 보증보험금 청구: 결혼중개업자는 손해배상책임을 보장하기 위해 보증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이용자는 업체가 배상을 거부할 경우,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을 통해 보증보험금(국내업체 3천만 원 이상)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 이때는 확정된 법원의 판결문이나 화해조서 등이 필요하다.
- 행정처분 요청 및 소비자분쟁조정: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업체에 대한 시정명령, 영업정지 등을 요청하거나,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 및 소비자분쟁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회원가입비 환불 및 배상을 받을 가능성이 열려 있다.
전문가들은 "결혼은 인륜지대사이므로 공정거래위원회 등 기관이 신상 조사의 정확성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며, 업체의 자율적인 검증 시스템 강화와 함께 이용자도 교제 과정에서 상대방 정보를 직접 확인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혼정보업체가 제공하는 정보에 대한 맹신은 금물이며,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는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하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법적 규제의 강화와 더불어 이용자 스스로의 주의 의무가 피해를 막는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