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혐의 판결문 분석해보니…1인당 평균 5400만원씩 뜯어냈다
사기 혐의 판결문 분석해보니…1인당 평균 5400만원씩 뜯어냈다
2022.12.01~2022.12.31 사기 혐의 판결문 122건 분석

로톡뉴스는 지난해 12월 사기 혐의가 적용된 판결문을 분석해봤다. 단순 계산으로, 하루에도 4명씩 사기 혐의로 처벌받고 있었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대한민국은 사기 공화국'이란 말이 있다. 실제 법무연수원이 펴낸 2021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년간 발생한 재산범죄는 약 66만건. 이중 사기가 약 54%로 절반 이상이었다.
그렇다면 사기 범죄를 저지른 이들은 어떤 처벌을 받았고, 얻어낸 범죄수익은 어느 정도나 될까. 로톡뉴스는 지난해 12월(2022.12.01~2022.12.31) 관련 판결문을 분석해봤다(2월 14일 기준). 정확한 분석을 위해 추가 혐의 없이 해당 기간 동안 '형법상 사기죄로만' 처벌된 판결문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그렇게 추린 판결문의 수는 1개월 동안 총 122건, 피고인 수는 124명이었다. 하나의 사건에 2명의 피고인이 동시에 처벌받은 사건이 2건 있어 피고인 수가 사건 수보다 더 많았다. 즉, 지난 12월에만 하루에 4명이 사기 혐의로 처벌을 받았다.
형법상 사기죄(제347조)는 타인을 기망(欺罔⋅남을 속여 넘김)해 재산상 이익을 취했을 때 성립한다.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을 상대로 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총 124명 중 90명(약 73%)이 여기에 해당했다. 다음으로 많았던 건, '보이스피싱'이 22명(약 18%)이었다. 이들은 현금 수거책 역할을 하며 금융감독원 직원인 것처럼 행세해 피해자들로부터 현금을 뜯어낸 뒤 조직에 전달했다.
중고거래 사기를 저질러 처벌된 이들도 8명(약 6%) 있었다. 이들은 "백화점 상품권, 명품을 판매한다"고 한 뒤 돈만 받고 물건을 보내주지 않았다. 끝으로, 무전취식 등이 4명(약 3%) 있었다. 현행법상 술집 등에서 처음부터 술값을 낼 의사가 없는데도 주인을 속이고 주문을 한 경우 사기죄로 처벌될 수 있다.

이들 124명이 편취(騙取⋅속여서 빼앗음)한 금액은 얼마였을까. 이들은 1인당 평균 5400만원을 피해자들로부터 가로챘다. 규모가 가장 컸을 땐 5억원이었고, 반대로 가장 적었을 땐 5300원이었다.
5억원을 뜯어낸 사건은 가해자가 다름 아닌 '은행 직원'이었다. A씨는 평소 은행지점 VIP라운지 등에서 고객들을 상대로 "주택 3채를 보유하고 있다"며 거짓으로 재력을 과시했다. 그러다 "전세보증금을 잠깐 빌려주면 이자를 넉넉하게 지급하겠다"는 식으로 총 5억원을 빌려 간 뒤 대부분 비트코인에 투자했다.
결국 사기죄로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사건을 맡은 인천지법은 "잘못을 반성하고 있으며, 초범이며, 피해자들과 원만히 합의했다"는 것을 양형사유로 들었다.
반면, 불과 '5300원' 때문에 사기죄로 처벌받은 사건도 있었다. B씨는 오전 7시쯤, 길가에서 택시를 잡아 인근 역까지 10분 정도 탑승했다. 택시요금은 5300원이 나왔지만, B씨는 처음부터 현금이나 신용카드 등을 소지하지 않았다. 알고 봤더니 B씨에겐 이미 다수의 사기 범죄 전과가 있었다. 그런 B씨에게 전주지법은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5300원을 내지 않아, 약 200배의 돈을 벌금으로 내게 된 셈이다.
'지인'을 상대로 한 범행의 피해자는 대부분 이웃주민, 직장동료 등 이었다. 그런데 '가족'을 상대로 사기를 친 경우도 있었다. 그것도 자신의 남편을 상대로 사기를 친 경우였다.
주식 투자로 인해 상당한 손실을 입게 된 C씨. 그는 추가 투자를 위한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 남편이 장기간 가입한 보험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 C씨는 자신의 친오빠의 휴대전화로 정보를 변경한 뒤, 보험 해지를 신청했다. 이어 확인 전화를 받은 C씨의 오빠가 남편인 것처럼 행세했다. 이렇게 보험사를 속여 총 1000만원을 편취했다. 이후 C씨는 이혼소송을 당한 것과 별개로 형사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C씨에게 징역 8개월 실형을 선고했지만, 2심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을 맡은 서울서부지법도 "C씨의 범행으로 남편은 납입 원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해지환급금을 지급받게 되는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다만 "해지환급금 상당의 금액을 공탁했고, 부양할 자녀가 있다"며 선처를 택했다.
처벌 수위는 어땠을까. 상당한 재산 피해가 발생한 범죄인 만큼, 단순 벌금형으로 그치는 경우는 적었다.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124건 중 91건으로 73%였다. 벌금형은 17건으로 약 14%였고, 실형은 15건으로 약 12%였다. 벌금형의 집행유예도 1건(약 1%) 있었다. 벌금형의 집행유예란 벌금형을 선고하되 일정 기간 집행(벌금 납부)을 유예해주는 판결이다. 유예 기간을 무사히 지나면 벌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가장 처벌이 무거웠을 땐 징역 2년 실형이 선고됐다.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으로 가담한 사건이었다. 반대로 가장 처벌이 가벼웠을 땐 벌금 50만원이었다. 중고거래 사기를 통해 2만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얻어낸 사건에 대해서였다.
실무적으로 사기 범죄를 당한 피해자들은 가해자에게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합의를 통해 재산상 피해에 대해 배상받을 수 있다. 그런데 다른 방법도 있다. 바로 형사 배상명령제도다. 법원은 일부 범죄의 경우 유죄 판결을 선고할 때 "범죄 행위로 발생한 피해를 배상하라"고 함께 명령할 수 있다. 피해자가 법원에 배상신청서를 제출하면 법원이 인용 여부를 판단하게 되는데, 인용될 경우 신속하고 간편하게 피해에 대해 배상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실제 배상명령 신청이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드물었다. 해당 기간 동안 총 23건의 배상명령 신청이 있었지만, 법원이 이를 인용한 건 4건(약 17%)에 불과했다. 법원은 "피고인의 배상책임 범위가 명백하지 않다", "배상명령을 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고 인정된다"는 등 짧은 사유를 들어 이를 기각했다.
법무법인 시우의 채다은 변호사는 "실무적으로도 배상명령 신청이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적다"며 "가해자가 실제 얻은 범죄 수익과 피해자의 피해액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이런 경우 배상 명령보다는 민사 소송으로 해결하라는 취지라고도 했다.
예를 들어, 보이스피싱 범죄의 경우 현금전달책의 범죄 수익 대부분이 조직에 전달된다.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1000만원의 피해를 입었더라도 현금전달책이 실제 쥔 돈은 그보다 훨씬 적다. 이런 경우엔 가해자 본인에게 돌아간 범죄 수익은 비교적 적으므로 배상명령 신청이 기각된다는 취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