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백신 부작용을 보장하는 보험은 없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백신 부작용을 보장하는 보험은 없다
지난 3월부터 보험사 13곳이 판매한 '백신 보험', 5개월간 가입자만 20만명대
금융감독원 "소비자 불안심리 이용한 과장광고⋯'백신 보험' 이름 달고 판매 말아야"
이전까지의 '과장광고'에 대한 처분 보면 대부분 과징금·과태료 '솜방망이'

지난 3월 출시돼 5개월 만에 20만명의 가입자를 모은 '백신 보험'. 그런데 금융감독원이 "백신 보험은 소비자의 불안심리를 이용한 과장광고"라며 제동을 걸었다. 마치 모든 백신 부작용을 보상하는 것처럼 오인시켰다는 지적이었다. /연합뉴스⋅개별서비스 회사 캡처⋅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코로나 백신 부작용 걱정된다면 가입하세요!"
국내 코로나 백신 접종이 본격화됐던 지난 3월, '백신 보험'이 출시됐다. 백신 접종 초기, 혈전 증세 등 여러 부작용을 둘러싸고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던 때였다. 코로나 시국에 꼭 필요한 보험처럼 보였기에, 출시된 지 5개월 만에 20만명이 넘는 사람이 가입했다.
그런데 이런 백신 보험에 금융감독원(금감원)이 제동을 걸었다. "소비자의 불안심리를 이용한 과장광고"라는 지적이었다.
4일 금감원은 "주로 '백신 보험'이라는 이름으로 홍보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모든 백신 부작용을 보장하는 게 아니다"라며 "백신 부작용 가운데 '아나필락시스 쇼크' 한 가지만 보장한다"고 짚었다.
'아나필락시스 쇼크'는 급성 중증 알레르기 반응을 말한다. 코로나 백신 부작용 중 한 가지로 알려져 있는데, 발병 확률이 0.0006% 수준이다. 인구 100만명당 6명이 걸릴까 말까 한 희귀 케이스인 것.
일반적인 백신 부작용으로 알려진 근육통이나 두통, 혈전 증세에는 이 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그런데도 '백신 보험'이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 판매가 되고 있는 것이다. 금감원은 일부 보험사와 무료 가입 이벤트를 자처한 기업들이 사용한 광고문구를 지적하기도 했다.
"코로나 부작용이 걱정된다면", "백신 부작용 진단받으면 보상", "백신접종 부작용을 미리 대비하라"
이러한 광고에 대해 금감원은 "백신 접종으로 아나필락시스 쇼크가 발생할 확률은 매우 낮음에도, 백신이라는 사회적 이슈에 편승해 상품을 홍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험사들은 상품을 잘 팔기 위한 하나의 마케팅 전략이라고 항변하지만, 실은 불완전판매에 가깝다. 0.0006%라는 희박한 부작용에만 보험이 적용된다는 걸 알았다면, 일부러 백신 보험을 가입하려는 경우는 드물었을 것이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보장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거나, 부풀려서 광고하는 경우는 과거에도 있어왔다. 이로 인해 금감원으로부터 제재를 받기도 했다.
A 보험사가 판매한 암보험도 그랬다. 해당 상품은 갑상선암이나 전립선암 등 일부 암은 보상 제외 대상이었지만 보험사의 설명은 전혀 달랐다. "어떤 암이든 따지지 않고 무조건 보험금을 지급한다"며 소비자를 설득했다. 급기야 단순 보장성 보험이었는데도, 쌓이는 보험금에 복리 이자를 받을 수 있다고 광고했다. 마치 이 보험만 가입하면, 연금처럼 두고두고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홍보했다.
결국 지난 2016년, 금융감독원은 A 보험사에 대해 과징금 1억 3500만원과 과태료 1750만원을 확정했다. 보험 상품을 판매했던 관련 임직원 8명에게도 견책·감봉 등 징계를 요구했다.
또 다른 B 보험사도 과장광고를 하다가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았다. 이번엔 치아 보험이었다. 해당 보험은 잇몸질환 등으로 인해서 영구치를 뽑고, 이후 임플란트 치료를 받는 경우만 보장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B 보험사는 "밥 먹다가 치아가 부러지거나 빠지는 경우에도 보장받는다"고 광고를 했다. 또한 가입 기간 동안 보험금을 못 받으면 그냥 소멸되는 보험이었지만, 만기가 되면 납입한 보험료를 모두 돌려준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지난 2016년, B 보험사 역시 제재를 받았다. 금융감독원은 B 보험사에 대해 과태료 2900만원을 확정하고, 관련 임직원 7명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과장광고로 인해 과징금이나 과태료를 받은 사례가 있지만, 2021년인 지금도 보험사들은 여전히 과장광고를 이어가고 있다. 솜방망이 처분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소비자를 현혹했어도 책임을 묻기는 어려웠다.
이번에도 보험사들은 저렴한 보험료와 백신 특수를 노려 가입자들을 끌어모았다.
그렇게 20만명분의 개인정보와 보험료를 챙겼지만, 각 보험사가 가입자들에게 보상금을 내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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